A 교수는 2017년 3월부터 ‘초빙교수’라는 직함으로 우석대학교 전주캠퍼스에서 강의를 진행해 왔다. 이번 2학기 A 교수가 진행하는 교양수업은 두 과목이다. 매주 강의하는 ‘자기계발과 리더십(월, 오전 11시~오후 1시)’과 ‘설득의 기술’(목, 오전 10시~오후 1시)이다.
A교수의 강의계획서
문제는 A 교수가 공휴일에 빠진 자신의 수업을 한 여당 국회의원 강의로 대체하려했다는 점이다. 장소는 국회였다. 보충강의는 우석대학교 기말고사 기간인 12월 22일(금요일), 23일(토요일)에 각각 ‘자기계발과 리더십’, ‘설득의 기술’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질 예정이었다.
보충수업은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기 충분했다. 보충수업 강의실로 지정된 국회의원회관 B 의원실은 전라북도에 위치한 우석대학교에서 최소 204km나 떨어진 서울에 있어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약 4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학교와 교수 측의 지원이 없을 경우 학생들은 사비를 들여 원정 강의를 들어야하는 처지였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의정활동에 동원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수강생 C 씨는 “교수님께서 저희를 이용하시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를 좋게 보는 친구들은 없었다”고 말했다.
우석대학교 페이스북 페이지인 ‘우석대학교 마녀사냥’에도 A 교수 보충강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글이 올라와 한 동안 학생들의 공분을 샀다. 게시물 댓글 란엔 교수님 수업공지에 의아해하거나 동의하지 못하는 학생들 의견으로 가득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이용자 D 씨는 ‘저런 리더가 되지 말라고 가르치려는 교수님의 큰 그림’이라고 비꼬았다.
지난 2일 우석대학교 페이스북 페이지 ‘우석대학교 마녀사냥’에 A 보좌관의 보충강의에 대해 문제제기 하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페이스북 캡쳐)
학생들 사이에선 “불이익 때문에 따지기 힘들었다”는 말도 나왔다. 수강생 C 씨는 “오고가는 부담이 크지만, 추가 점수를 따내기 위해 학생들이 반강제로 수긍하는 식이었다”며 그 적절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심지어 ‘자기계발과 리더십’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 중엔 금요일에 다른 시험이 있어 참석하지 못할 경우도 더러 있었다.
당시 A 교수는 강의에 참석한 수강생에게 3점의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산점제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수강생 D 씨는 “가산점 3점은 작지 않은 점수이기에 해당 강의 참석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시험이나 다른 수업이 있어 참석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글과 함께 올라온 ‘자기계발과 리더십’ 수업 보강 안내. (페이스북 캡쳐)
B 의원의 강의 주제도 학생들에게 공식적으로 공지되지 않았다. 수강생 D 씨는 “의원님 강의 주제가 교수님 수업 내용과 무관한 4차 산업혁명이라고만 얼핏 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 교수와 보충수업을 대신하기로 한 B 의원 간의 관계도 문제였다. 취재결과 A 교수는 11월 15일부터 B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는 A 교수가 수강생들을 자신이 보좌하는 의원실로 동원하려 한게 아니냐는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학생들은 A 교수의 신분을 모르는 눈치였다. A 교수의 수업을 듣는 재학생 F 씨는 “얼마 전 수업에서 교수님이 국회로 들어가신다고 말씀하셨던 것 같긴 하다”며 기억을 더듬었다.
우석대학교 측은 A 교수 보충수업 공지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며, 이에 대한 적절성 검토 계획 등은 따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보충강의는 본지의 문제제기로 12월 2일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A 교수는 자신의 보충강의를 자신이 보좌하는 B 의원 강의로 대체하려 한 점에 대해 “내가 수업을 마친 후 ‘시간이 될 경우 강의를 진행해달라’고 의원님께 부탁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강의실을 의원회관 000호로 지정한 건 ‘나를 찾으려면 그쪽으로 와라’라는 뜻이지, 거기서 강의를 진행할 생각은 아니었다. 다른 강의실을 알아보는 중 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산점 3점은 아이들의 수업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유인책이며 성적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 교수는 “아이들에게 국회를 구경시켜주고 싶은 선의의 마음으로 계획했지만, 아이들 반응이 좋지 않아 때마침 수업을 취소하려던 참이었다”고 덧붙였다.
B 의원실 관계자는 “저희랑 전혀 협의되지 않은 부분이며 의원님 일정을 저희가 모를 리 없다”며 “확인해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취재과정에서 B 의원은 “A 보좌관(앞서의 A 교수) 보강수업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었다”고 <일요신문>에 알려왔다.
A 교수가 보좌관을 역임하면서도 교수직을 그만두지 않았다는 사실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보좌관의 교수직 겸업은 해당 강의가 본래 업무를 방해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서만 허용될 수 있어서다. 강의는 주말에 진행되거나 평일 업무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를 피해 이뤄져야 한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강의하는 장소가 서울 지역 대학에서 이뤄진다 가정해) 이동시간까지 고려한다면 평일 수업은 저녁 7시에 이뤄져야하며, 주 1회 수업을 적정 횟수로 본다”고 설명했다. A 교수는 본지의 문제제기가 있기까지 오전 9시~오후 6시 사이 3차례의 강의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우석대학교는 전북 전주에 있다. 이동시간을 고려했을 때 A 교수의 대학 강의는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B 의원실 관계자는 “A 보좌관은 우석대 초빙교수를 그만뒀다. 아직 강의 중이라면 당사자 통해 확인해 보겠다”고 해명했다. 국회 미디어담당부서 관계자는 “과거 A 보좌관이 초빙교수직을 사임했다고 인사과에 전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A 교수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수업을 그만둘 수 없어 월급을 받지 않고 보너스로 강의를 진행해 왔다. 주 2회가 아닌 주 1회 수업을 했다. 학생들을 끝까지 책임지고자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럼 학기를 다 마치고 보좌관직을 맡으면 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갑자기 결정이 나서 어쩔 수 없이 맡은 것”이라며 “겸직 사항에 어긋나는지 몰랐다”고 설명했다.
추후 A 교수는 “3회 모두 국회사무처에 결근계를 내고 수업을 진행했다는 사실에 미뤄 겸직은 아니다”라며 “의원님은 예산안 처리로 바빠 이에 대해 잘 모르신다”고 덧붙였다.
이에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무보수로 교수직에 임했다면 겸직이라 볼 순 없다”면서도 “하지만 결근계는 본인이 내는 게 아니라 직원이 결근했을 때 부서장(보좌관의 경우 소속 국회의원)이 제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근계가 아닌 연가라면 말이 되겠지만, 연가 또한 부서장 확인이 필요하다”며 “연가 확인은 개인정보 사항이라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성진 인턴기자 ls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