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저격수’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치안감)은 “검찰은 수사에서 전면적으로 손을 떼고 본연의 임무인 기소와 공소 유지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요신문 DB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수사·기소권 분리를 왜 해야 하나.
“민주주의 기본 원리는 권력 분립이다. 분산된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민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형사사법제도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검찰 한 조직에 몰아줌으로써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반한다. 권력이 한 군데 집중되니 여러 폐단들이 발생하고 있다. 바로 검찰의 권력 남용, 부패 비리, 인권 침해 등이다. 그래서 수사권과 기소권은 마땅히 분산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검찰 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나.
“검찰은 수사에서 전면적으로 손을 떼고, 본연의 임무인 기소와 공소 유지만 담당해야 한다.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또한 법치주의가 발달된 선진 외국의 공통된 형사사법체계의 원리이기도 하다.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 국제 표준으로 돌아가야 한다.”
―공수처 설치 논의가 한창이다. 과거에 “공수처 설치는 미봉책”이라고 꼬집었는데.
“수사·기소권 분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사실 공수처는 의미가 없다. 수사·기소권 분리가 이뤄진 뒤 이른바 권력형 부패 비리에 대한 수사를 누가 담당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검찰에 맡길 순 없다. 또 경찰이 담당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경찰은 준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과도기적으로 공수처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경찰이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무슨 뜻인가.
“경찰이 권력형 부패비리를 담당하기에 충분하다는 국민들의 신뢰가 필요하다. 최근 경찰개혁위에서 경찰의 중요한 수사를 담당하는 국가수사본부를 제안했다. 이와 같이 정치적 중립성이 담보되는 수사 기구가 정착될 때까지를 말하는 것이다. 국가수사본부 등이 제 자리를 찾아서 정착되면 원칙적으로 별도의 수사 기구는 필요하지 않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공수처 논의가 진행되어야 하나.
“지금은 공수처가 수사와 기소를 다 담당하는 것으로 설계돼 있다. 공수처가 수사·기소를 모두 담당하면 안 된다. 공수처는 한시적으로 수사만 담당하는 기구로 해야 한다. 수사만 담당하는 공수처가 어렵다면 공수처 내에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어야 한다. 그렇게 될 경우엔 공수처 검사는 기소만 담당하고 수사는 수사관이 담당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공수처는 바람직하지 않다.”
―일각에선 국가수사본부가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데.
“기우일 뿐이다. 정치적 중립성이나 독립성은 권력을 한 부분으로 몰아줬을 때 생기는 것이다. 정치권력은 강한 권력을 이용하고 싶어 하고 강한 권력도 힘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중립성과 독립성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국가수사본부는 기소권을 가진 기구도 아니고 지금의 검찰처럼 막강한 수사력을 행사할 수 없다. 그래서 국가수사본부가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생길 만큼 권력을 남용할 여지는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경찰 수사가 신뢰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인가.
“현재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도는 미흡한 수준이다. 그러나 수사의 속성 상 국민들은 아마 앞으로도 계속 경찰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신뢰 수준은 상대적인 개념이고 정도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개념으로 생각하고 신뢰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하면 영원히 잘못된 형사사법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경찰의 신뢰가 미흡한 것은 사실이지만 수사·기소가 분리가 안 될 만큼 신뢰도가 낮은 건 아니다. 다만 경찰 내부와 외부의 통제 장치의 보장이라고 하는 제도적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그래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찰 내부 적폐도 문제 아닌가.
“적폐란 그간 쌓여온 잘못된 관행과 제도, 사고를 말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경찰도 청산해야 할 적폐가 많다. 경찰개혁위에서 경찰 개혁 과제들을 발굴하고 하나씩 개혁해 나가고 있다. 경찰 적폐 청산 과정이라고 본다.”
―어떻게 하면 경찰 내부 적폐를 청산할 수 있나.
“경찰개혁위가 활동 중이기 때문에 잘 담당하리라 본다.”
―경찰 내부 적폐 해소를 위해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그런 부분은 공개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
―경찰 내부고발자 최용갑 경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 답변할 수 없는 것만 묻는다.”
최용갑 경위는 지난 10월 “2011년 ‘철거왕 이금열 사건’ 당시 경찰 내부의 비호 세력이 수사 기록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 등을 봐줬다”며 경찰 내부의 조직적인 수사 방해와 외압 등을 폭로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행정안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남춘 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 이재정 의원 등이 이철성 경찰청장을 강하게 질책해 화제를 모았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