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일전인 지난 2015년 동아시안컵에서 득점에 성공하고 기뻐하는 대표팀 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
[일요신문]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숙적’ 일본과의 일전을 앞두고 있다.
대표팀은 오는 16일 오후 19시 15분 일본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경기를 갖는다. 아시아 최대 라이벌전인 한일전인만큼 중요도가 떨어지는 동아시안컵임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FIFA에서 공인하는 최초의 한일전 A매치는 1954년 열린 스위스 월드컵 지역 예선전이었다. 당시 이유형 감독은 “일본에 진다면 귀국하지 않고 현해탄에 빠져 죽겠다”는 섬뜩한 각오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팀은 1승 1무로 월드컵에 진출했다.
이처럼 한일전은 항상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현해탄에 빠져 죽겠다’던 과거보다는 비장함이 덜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의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임은 확실하다.
과거 대표팀은 압도적인 전적으로 일본을 압도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세계축구의 평준화와 일본의 축구 발전으로 한일전은 서로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상황이 됐다.
양국은 지난 2002년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며 축구 전환기를 맞기도 했다. 성공적인 대회 개최는 양국의 축구발전을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로도 한일전은 계속됐다. 2년마다 개최되는 동아시안컵 대회에 빠짐없이 서로를 상대했고 아시안컵에서 마주치기도 했다. 한국은 2002년 월드컵 이후 일본전 상대전적 3승 6무 4패로 밀리는 형국이다. 6무에는 2번의 승부차기 경기(1승 1패)가 포함돼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일본전 첫 승리를 안긴 안정환(오른쪽). 로이터
2년 뒤 벌어진 동아시안컵에서 한국과 일본은 또 다시 서로를 마주했다. 한국은 박주영, 백지훈, 김두현, 김진규 등 젊은 피를 대거 투입했지만 후반 늦은시간 일본에 골을 내주며 0-1로 패배했다.
2007년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안컵 3/4위전에서 맞붙게 됐다. 결승진출 실패로 자존심을 구긴 양국은 다음 대회 본선진출이 걸린 3위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정규시간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이들은 승부차기에서 결판을 냈다. 당시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던 이운재의 선방으로 승부차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2008 동아시안컵에서는 염기훈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동점골을 허용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2010년은 한국이 일본에 확실한 우위를 보인 해다. 허정무 감독이 이끌던 당시 대표팀은 2월 동아시안컵에서 이동국-이승렬-김재성의 연속골로 3-1 승리를 거뒀다. 남아공월드컵 직전 사이타마에서 열린 일본의 ‘출정식’에서는 박지성과 박주영이 골을 넣으며 2-0으로 승리했다. 유명한 산책 세레머니도 이때 나왔다. 이 경기가 현재까지 한일전 마지막 승리가 됐다. 월드컵 이후 10월에도 맞붙은 양국은 0-0 무승부를 거뒀다.
2011년에는 양국이 아시안컵 결승 티켓을 놓고 준결승에서 맞붙었다. 경기는 전반전 한 골씩을 주고 받으며 연장으로 돌입했다. 먼저 골을 허용해 패색이 짙던 한국은 종료 직전 수비수 황재원이 극적인 골을 넣었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서 전원이 실축하며 고개를 떨궈야 했다. 한국을 누르고 결승에 진출한 일본은 대회 우승까지 차지했다.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던 삿포로 참사. 연합뉴스
2011년 8월 삿포로에서 열린 한일 친선경기는 한국에 아픔으로 남아있다. ‘삿포로 참사’로도 불리는 이 경기에서 한국은 일본에 무기력한 0-3 패배를 당했다. 조광래 감독의 경질 이유 중 하나로도 거론되는 경기다.
이후 열린 2013년과 2015년 일본전에서 한국은 1패와 1무를 기록했다.
한국과 일본은 라이벌이자 동반자로 오랜기간을 함께해왔다. FIFA가 공인하는 A매치만 77회를 치렀다. 당시 해설의 목소리만 들어도 가슴뛰는 명장면도 여럿 연출했다. 한국은 마지막 한일전 승리 이후 7년이 흘렀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는 현재 대표팀이 일본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결과가 주목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