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떨어진 별 건강하고 탄력 있는 몸매를 자랑했던 브리트니 머피가 2000년대 들어서 코카인 복용 논란과 함께 급격히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2005년 유럽뮤직어워드에 참석한 모습과 최근 거식증 논란 뒤의 모습(작은사진). AP/연합뉴스 | ||
지난 12월 20일 오전 8시 무렵. LA 웨스트 할리우드의 응급구조대 상황실로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한 여성이 자택에서 샤워를 하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구조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상황은 늦은 듯 보였다.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했지만 여성은 눈을 뜨지 못한 채 그렇게 영원히 세상을 떠났다.
머피가 이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떠나자 그녀의 가족들은 물론, 그녀를 아끼던 팬들과 동료 배우들은 황망함을 감추지 못한 채 슬픔에 잠겨 있다.
다음 날 실시된 부검에서는 일부의 주장처럼 타살이라는 의혹과 달리 심장마비로 인한 자연사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점은 남아 있었다. 어떻게 해서 심장마비가 왔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약물과다복용으로 인한 쇼크사에 가장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약물과 관련한 부검결과는 앞으로 4~6주 후에나 발표될 예정이기 때문에 당분간 정확한 사인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평소 머피가 여러 가지 약물을 섞어서 복용했다고 증언하는 사람들은 그녀가 죽기 7~10일 전부터 숨이 가쁘고 복통을 호소했다는 점을 수상하게 여기고 있다. 두통약이나 진통제, 신경안정제 등을 자주 복용했던 그녀가 감기 증세까지 겹치면서 더욱 많은 약물을 한꺼번에 복용하다가 심장에 무리가 간 게 아니냐는 것이다.
현장에서 발견된 다량의 약들은 분명히 처방을 받아 구입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수상한 점은 처방을 받은 사람들의 이름이었다. 머피 본인의 이름뿐만 아니라 남편 사이먼 몬잭(39), 머피의 어머니, 혹은 제3자의 이름으로 처방 받은 약들이 수두룩했다.
이에 사람들은 평소 머피가 다른 할리우드 스타들이 자동차나 호텔을 예약할 때 그러는 것처럼 가명을 사용해서 약을 처방받은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여기에는 편두통약, 항염증제, 항우울증제, 신경안정제, 당뇨약, 진통제, 고혈압 및 심장마비 예방약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일부에서는 신종플루였을 가능성도 제기했지만 이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된 바는 없다. 단지 그녀가 구토를 할 정도로 심하게 감기를 앓고 있었으며, 사망 당일에도 샤워실 곳곳에 토사물이 가득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감기약에 대한 부작용 내지는 심한 독감을 앓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머피의 사망을 가장 먼저 보도했던 연예가십사이트 ‘티엠지닷컴(TMZ.com)’은 “머피가 죽기 전까지 몹시 아팠으며, 구역질을 심하게 했다”는 한 측근의 말을 전했으며 또한 “며칠 전부터 감기 증상이 있어서 약을 처방 받아 복용하고 있었다”라고 보도했다.
당뇨를 앓고 있었던 그녀의 병력이 심폐혈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쳐서 급사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뇨가 있는 사람은 심장마비 증상이 발생하면 급사할 확률이 두 배로 높아진다. 또한 머피처럼 당뇨환자가 심한 감기에 걸렸을 경우 더욱 위험하다. 전문가들은 일부 독감치료제로 혈압이 높아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것이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부에서는 그녀가 코카인을 상습 복용했던 것이 결국 화를 불렀다고 수군대고 있다. 그녀의 죽음이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머피의 죽음이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녀는 생전에 코카인뿐만 아니라 헤로인도 사용했으며, 이 때문인지 종종 산만하고 괴이한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또한 유명 연예가십사이트 운영자인 페레즈 힐튼이 머피가 죽기 며칠 전에 그의 죽음을 예언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12월 7일 샌디에이고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힐튼은 “머피는 올해가 가기 전에 아마 죽을 것이다. 어쩌면 마이클 잭슨과 비슷하게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할지도 모른다”라고 경고했다.
할리우드의 한 관계자는 “머피를 만날 때마다 그는 거의 대부분 마약에 빠져 해롱거리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증언을 하기도 했다. 또한 함께 일했던 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마약은 하면서도 밥은 잘 먹지 않았다. 어떤 때에는 메이크업을 받으면서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고 말했다.
코카인으로 인한 부작용은 그녀의 거식증 논란에도 불을 지폈다. 2000년대 들어 갑자기 살이 빠지기 시작했던 머피는 당시 타블로이드지들로부터 “코카인 때문에 말라가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건강하고 탄력 있는 몸매를 자랑했던 머피는 1995년 영화 <클루리스>에서는 건강미 넘치는 여고생 역할로 많은 인기를 얻은 바 있다. 하지만 <클루리스> 감독인 에이미 해커링은 당시 머피를 이렇게 회상했다. “영화 촬영 당시 머피는 자신이 마르지도 않고, 또 예쁘지도 않다며 불만이었다. 그리고 다음 영화 촬영에 들어갔을 때부터는 갑자기 살도 빠지고 머리도 금발로 염색을 했다. 유명인사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들락거리는 일이 잦아지기도 했다. 그녀는 마치 쇼 비즈니스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압박감에 시달렸던 것 같았다.”
수년 동안 코카인을 복용한다는 소문이 수그러들지 않자 그녀는 결국 “내 평생 절대로 코카인을 해본 적이 없다. 코카인이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코카인 복용, 거식증 논란과 함께 그녀는 점점 말라갔다. 얼마나 깡말랐는지 한때 빅토리아 베컴, 테리 해처 등과 함께 머리는 크고 몸은 마른 여성들을 가리키는 이른바 ‘막대사탕 증후군’이라고 사람들이 비아냥거렸다. 죽기 3주 전 LA의 한 파티에 참석한 그녀는 어느 때보다 더 마르고 심지어 아파 보였다. 이에 대해 그녀는 “솔직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살이 더 빠진 것 같긴 하다. 오래 전부터 발레를 했다. 아마도 가끔 발레 교습을 받는 것 때문인 것 같다”며 거식증에 대한 소문을 부인했다. 그녀의 죽음이 혹독한 다이어트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당뇨를 앓았던 그녀에게 끼니를 거르는 일은 아마 더욱 치명적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 한때 교제했던 애시튼 커처(왼쪽)와 남편 사이먼 몬잭. | ||
지난 2007년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린 남편 몬잭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 사람들도 있다. 평소 그의 행동이 머피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영국 출신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 제작자인 몬잭은 2006년 시에나 밀러 주연의 영화 <팩토리 걸>의 각본을 쓰면서 할리우드에 이름을 알렸다.
머피가 데이트를 시작한 지 몇 달 만에 서둘러 결혼식을 올리자 당시 타블로이드지는 몬잭의 과거와 배경에 대해서 수상한 점을 들춰내며 경고했다. 몬잭이 빚더미에 앉은 사업가이자 사기꾼이며, 비자 기간이 만료되자 하는 수 없이 머피와 서둘러서 결혼식을 올렸다고 주장한 것이다.
실제 몬잭은 결혼하기 한 달 전 비자 기간이 만료되어 경찰에 연행된 적이 있었으며, 브리티시 투자은행에 47만 132달러(약 5억 5000만 원), 그리고 전 부인에게 5만 달러(약 6000만 원)의 채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살고 있던 두 채의 아파트에서는 월세를 내지 못해 쫓겨난 상태였다.
머피가 일하는 촬영장에 나타나서 훼방을 놓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어크로스 더 힐> 촬영장에서는 술에 취한 채 세트장을 어슬렁거리면서 돌아다니거나 촬영 중간에 끼어들어 감독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머피 역시 집중이 안 되는 듯 대사를 잊어버리거나 형편없는 연기로 제작진들을 곤경에 빠뜨렸다.
심지어 지난 11월에는 머피가 해고를 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더 콜러> 촬영 당시 지각을 하는 일이 잦고 촬영에 성실한 태도를 보이지 않자 결국 머피의 배역은 다른 여배우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할리우드에서 이렇게 촬영 중간에 해고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머피는 죽기 직전까지 남편과의 애정을 과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플>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빨리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평소 굳게 믿고 있었던 머피의 깨끗하고 건실한 이미지가 사실은 마약과 약물, 그리고 거식증으로 얼룩진 거짓일지 모른다는 데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고 있다. 단지 살면서 끊임없이 내면의 악마와 싸웠던 그녀가 이제 죽음으로써 평화를 찾았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