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14일 오전 서울 합정동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영화감독 김기덕에 대한 검찰의 약식기소 및 불기소 처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현장에 여배우 A 씨도 참석해 블라인드 너머에서 입장을 밝혔다.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는 14일 오전 서울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김기덕 감독에 대한 검찰의 약식기소 및 불기소 처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임준선 기자
김기덕 감독 사건은 2013년 영화 ‘뫼비우스’를 촬영하던 중 A 씨를 폭행하고 사전 협의 없이 베드신 촬영을 강요하며 폭언을 퍼부었다는 혐의로 A 씨가 김 감독을 지난 7월 26일 고소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모욕, 폭행, 강요, 강제추행치상,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박지영)는 김 감독을 폭행 혐의에 대해서만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혐의 가운데 강제추행치상과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에 공대위는 검찰에 항고할 방침을 밝혔다.
A 씨는 “저는 4년 만에 나타나 고소한 것이 아니다. 이 사건은 고소 한 번 하는데 4년이 걸린 사건이다”라며 “2013년 6월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에 피해를 알리고 변호사도 만났지만 무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사건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 발생 직후 김기덕 필름 관계자 분께 사전협의 없는 베드씬과 폭행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자 당시 김기덕 감독님이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심지어 대본까지 고쳐주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직후 김기덕 필름 관계자가 말을 바꿔 “감독님이 화가 났다. 돈을 조금 줄테니 이미 찍은 촬영분만 쓰거나 그것도 안되면 촬영을 접을 수밖에 없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라”고 통보했다는 것이 A 씨의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촬영 중단을 결정한 것도 김 감독이라고 덧붙였다. A 씨는 “저는 무책임하게 촬영장 무단이탈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김기덕 필름 측은 언론에 배포한 공식 보도자료에 제가 일방적으로 출연을 포기하고 연락을 끊었다는 구체적인 거짓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열린 영화감독 김기덕에 대한 검찰의 약식기소 및 불기소 처분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여배우를 가린 파티션을 잡고 있다. 임준선 기자
고소 이후 협박에 가까운 악플에 시달리면서 경찰에 조사를 의뢰하는 일도 있었다. A 씨는 “경찰조사가 진행되자 그 네티즌(악플러)이 제게 연락을 해 왔는데 저보다 최소 15년 이상 데뷔가 늦은 후배 영화배우였다”라며 “저는 그 분과 일면식도 없다. 오히려 그 분은 김기덕 감독님과 인연이 있는 분이었다”고 폭로했다.
이날 A 씨는 취재진과 나눈 질의응답에서 김 감독을 고소한 데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밝히기도 했다.
또 일부 무혐의로 결정된 검찰 구형 소식을 듣고 “충격적이고 두려웠다. 명예훼손이나 강요 부분에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됐다. 검찰에서 외면할까봐 많이 두렵다”고 호소했다.
사건이 발생한 촬영현장에서의 구체적인 상황 설명도 이어졌다. A 씨는 “공포스러웠다”고 회상하며 “감독님은 첫 촬영 날부터 내게 좋은 감정이 아니었고 나도 그걸 느꼈다. 연기지도를 했다고 하는데 나는 구타를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 감독이 자신에게 “감정을 잡게 하겠다”라며 세 대를 때렸고, 그 중 두 대가 너무 아파서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였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감독이 폭행 후)카메라를 켠 뒤 ‘액션’을 외쳤다. 현장 어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거나 제재하지 않았다. 도대체 내가 김기덕 감독한테 무슨 잘못을 했기에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얻어맞아야 하나. 김 감독의 행동이 제대로 된 연기지도인지 자신의 감정 표현인지 알아봐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공대위 홍태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은 “신고인 A 씨가 제공한 자료와 피신고인(김기덕 감독)의 서면 사실 조사, 주변인 조사 등을 통해 폭행과 성폭력 부분에서 인정되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 감독이 A 씨에게 남배우의 성기를 잡게 한 사실에 대해서는 “제작 현장에 실제 모형 성기를 제작해 놨음에도 무슨 의도에서 신고인(A씨)에게 씻을 수 없는 성적 수치심과 폭행을 자행했는지 알 수 없다. 김 감독 스스로 폭행과 성적 수치심을 부여한 사실을 인정했다면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정정보도문]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 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 잡습니다. 해당 정정보도는 영화 ‘뫼비우스’에서 하차한 여배우 A씨 측 요구에 따른 것입니다. 본지는 2017년 8월 3일 <폭행 혐의 피소 김기덕 감독, ‘뫼비우스’도대체 무슨 영화길래>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것을 비롯하여, 약 9회에 걸쳐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하였으나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가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하였다는 내용으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다고 보도하고, 위 여배우가 김기덕으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뫼비우스 영화에 출연하였다가 중도에 하차한 여배 우는 ‘김기덕이 시나리오와 관계없이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하고 뺨을 3회 때렸다는 등’의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을 뿐, 베드신 촬영을 강요하였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 여배우는 김기덕으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은 사실이 전혀 없으며 김기덕으로부터 성폭행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한 피해자는 제3자이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