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가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일요신문 DB
‘이웃 나라들’은 가상화폐에 대해 어떤 대책을 마련했을까요. 이에 대한 대처법은 상반되기도 합니다. 중국은 가상화폐거래소를 폐쇄했습니다. 일본은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해 오히려 가상화폐 거래량이 크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우리 정부도 12월 13일 다급하게 가상화폐 긴급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가상화폐 투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거래를 전면 금지하지 않고 투기, 자금세탁, 개인정보유출 등 부작용을 철저하게 차단할 방침입니다. 특히 고교생 이하 미성년자나 외국인 등 비거주자는 가상화폐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이는 최근 발생한 ‘비트코인 플래티넘’ 사기 소동을 감안한 조치로 보입니다. 비트코인 플래티넘은 비트코인에서 갈라져 나온 일종의 파생 상품으로 지난 12~13일 무렵 출시될 것으로 소문이 났습니다. 그러나 이는 시세 차익을 노린 고등학생 A 군의 사기극으로 드러났습니다.
금융기관은 가상화폐를 보유, 매입하거나 지분투자도 할 수 없습니다. 제도권 금융회사의 가상화폐 신규 투자가 일반 투자자의 투기 심리를 자극하지 않게 하려는 일종의 방어막인 셈입니다.
또한 정부는 거래소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현재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의 약관에 불공정 요소가 있는지도 심사 중입니다. 향후 나머지 가상화폐 거래소의 약관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알려졌습니다. 해킹이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거래소를 주기적으로 점검한다고 합니다.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 여부 또한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인도처럼 가상화폐 거래의 전면 금지 조치가 나올까 봐 걱정했다”며 오히려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신 금융상품이다. 그러나 어쨌든 투기성이 너무 강하고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악용되는 적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12월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한 직장인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창을 보고 있다. 고성준 기자
그러나 규제안이 현실에 맞지 않아 투기 광풍을 잠재우기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금융기관과 청소년, 외국인에만 투자 제한을 두었고 가상통화를 이용한 범죄 예방, 처벌에만 규제를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세계 경제는 어차피 한 몸이고 금융 상품은 사실상 국경이 없이 오간다. 한 국가가 특정 금융 상품을 규제한다고 해서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지금 가상화폐 같은 경우에는 온라인상에서 무제한으로 24시간 거래가 되는 금융 상품이다. 아무리 규제해도 온라인상에서는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거래를 할 수가 있지 않을까 싶다. 가상화폐 거래가 번거로워질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빗썸 피해자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2월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비티씨코리아닷컴)앞에서 피해보상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정훈 기자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대책 발표 당일 국내 최대 규모 가상화폐 거래소가 과열로 서버가 다운되면서 피해자들은 소송전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거래소에 새로 상장된 가상화폐는 거래 시작 10여분 만에 국제 시세의 2배가 넘는 가격까지 치솟으며 과열 양상을 보였습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서버 다운에 대해 “새로 상장한 가상화폐인 이오스(EOS)의 시세가 급등하면서 덩달아 거래량이 폭주했다. 트래픽 폭주로 긴급 점검을 실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오스는 비트코인 다음으로 대중화된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파생된 신종 가상화폐입니다. 이미 외국 거래소에서는 개당 7000원 수준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내 거래소에 처음 도입되면서 가격은 국제 시세의 2배가 넘는 1만 700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국내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은 11월 22일에도 비트코인 캐시 급락 도중 거래량이 폭주해 서버가 다운됐고, 매도 시점을 놓쳐 손해를 본 피해자들이 12월 4일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거래소도 투자자 보호와 투명성을 확보해야만 운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정부의 규제 강화에도 거래 전면 금지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한 거래소 측은 일단 안도하는 모습입니다.
정부 특단의 대책과 함께 가상화폐 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는 가상계좌 발급을 중단하는 은행들도 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소 가상계좌를 폐쇄하기로 한 데 이어 신한은행도 추가 개설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그만큼 가상화폐 시장으로 들어가는 신규 투자가 막히는 셈입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부계 은행만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면서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한 대기업 마케팅 부서에선 팀원들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00만 원대의 비트코인을 샀다더라. 프로젝트가 끝난 뒤 비트코인을 팔지 않은 팀원들은 그야말로 ‘대박’을 이뤘다고 들었다. 내 주변엔 가상화폐로 돈 벌었다는 사람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가상화폐 열기에 대해 정부가 진압에 나섰다. 일요신문 DB
한 가상화폐 거래자는 “가상화폐가 처음 도입 됐을 때 사놨는데, 묵혀 두었으면 집 3채는 샀을 것이다. 팔았다는 게 너무 너무 아쉽고 후회스럽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가상화폐 거래자는 “일이 안 된다. 24시간 계속 이것만 하고 있다. 큰 돈을 투자 하지 않아 다행히 원금은 회수했다. 사실 가상화폐는 개미들이 대응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가상화폐 거래를 한다는 A 군(18)는 “수업시간에도 계속 한다. 폐인이 되어가는 것 같다. 제일 처음엔 친구들 통해서 비트코인을 접했다. 비상금으로 투자를 했는데 아직 손해를 보고 있다. 잘못되면 부모님 알게 되실텐데 메꾸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가상화폐, 앞으로는 어떤 롤러코스터를 타게 될까요.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