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방영을 앞두고 있는 ‘프로듀스48’에 대해 뚜껑을 열기 전부터 응원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사진=엠넷
이미 엠넷은 AKB48과 같은 ‘극장 공연형 아이돌’과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합작을 만들어냈다가 보기 좋게 참패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 방영된 <소년24>가 그 증거다. AKB48처럼 전용 공연장(극장)에서 활동하는 공연형 아이돌을 제작하겠다는 큰 포부로 시작했으나 방송도, 현장 공연도 어느 하나 눈에 띄는 성과를 일궈내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일본 연예기획사와 함께 ‘한·일 합작 아이돌’을 만든다는 계획도 이미 지난 2009년 <대동경소녀>에서 선보인 바 있다. 2000년대 한국에서도 유명했던 아이돌 그룹 ‘모닝구무스메’를 만들어낸 일본 기획사 업프론트 프로모션과의 합작이었다. 한국의 연습생 가운데 장다연이 최종 오디션에 합격해 일본의 ‘헬로! 프로젝트’ 연습생으로 들어갔으나 4년간 별 다른 활동 없이 데뷔도 무산된 채 한국으로 귀국했다.
이처럼 이번 <프로듀스 48>과 유사한 시스템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모두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과거 경험을 의식했는지 엠넷 관계자는 “<프로듀스 48>은 이제까지 있었던 아이돌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차별화를 했다”라며 “AKB48의 시스템과 프로듀스 101의 시스템을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공연프로그램 관계자는 “<프로듀스 48>은 결국 앞선 프로그램에서 실패했던 부분만 떼 와서 보완해 내놓겠다는 것”이라며 “한·일 합작도 신선한 게 아니고 프로듀스 101의 선발 시스템도 더이상 새롭지 않은데 과연 눈이 높아진 한국 대중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AKB48의 소속사인 AKS는 이미 2011년부터 일본 이외 아시아 지역에서 해외 ‘자매 그룹’ 결성을 시작해 왔다. AKS가 AKB48의 포맷이나 콘셉트 등을 판매하고 현지 기업이 자본을 투입해 직접 자매 그룹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번 <프로듀스 48> 역시 같은 방식에 따라 자매 그룹처럼 운영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서 기인한다.
특히 앞서 엠넷이 성공했던 <프로듀스 101 시즌 1>의 아이오아이나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워너원과는 달리 이번 <프로듀스 48>로 결성되는 프로젝트 그룹이 일본의 영향력 하에 제작될 가능성도 주목되고 있다. 한·일 양국에서 활동하는 그룹인 만큼 ‘일본 멤버 쿼터제’가 적용되지 않겠냐는 우려다. 멤버별 투표가 한·일 양국 별도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일본의 입김을 배제한 공정한 결과를 바랄 수 있을지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도 높다.
현재 일본에서 활동 중인 AKB 그룹의 전체 멤버들이 <프로듀스 48> 오디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또 다른 불만 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역별, 국가별로 자매그룹을 두고 있는 AKB 그룹의 현재 활동 인원은 대략 300여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이른바 ‘선발 멤버’로 불리는 가장 인기 있는 멤버들은 AKB48의 방송과 무대 활동에서 활동하는 20여 명이며, 그 가운데서도 대중들에게 폭넓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멤버는 7~10명 정도다. 이마저도 세대교체를 이유로 한일 양국에서 알려진 멤버들은 대부분 졸업해 그룹을 나간 상태다.
2000년대 중반 ‘AKB 신드롬’으로 불릴 정도로 일본 전역을 뜨겁게 달군 아이돌이라곤 하지만 2014년 이후로 AKB48은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현재는 AKB 사단보다는 그 자매 그룹인 이른바 ‘사카미치 사단’의 노기자카46, 케야키자카46 등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대중 인지도가 상당히 떨어진 AKB48을 위주로 오디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한국 연습생들이 그들의 분점처럼 운영될 프로젝트 그룹에 들어간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국내 대중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현 AKB48 활동 멤버 가운데 에이스 멤버인 사시하라 리노의 지난 10일 발언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AKB48 내에서) 팔리지 않는 멤버는 찬스가 있으면 (프로듀스 48 오디션에) 응모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는 그의 말은 실제 <프로듀스 48>에 대한 일본 내에서의 기대감도 꺾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 이제까지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이 보여줬던 절박함과 달리 이미 충분한 인지도를 지닌 AKB48 멤버가 직접 “팔리지 않는 멤버가 참가할 방송”이라고 꼭 집어 말함으로써 더욱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줬다는 후문이다.
엠넷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아직 포맷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딱 잘라서 ‘AKB48의 포맷을 따라간다’ 또는 ‘프로듀스 101의 포맷을 따라간다’는 두 가지로 나눠지는 게 아니다”라며 “두 포맷을 적절히 혼합해 새로운 시스템을 선보이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각각의 단점만 보실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젝트 48>이지만 최종 멤버가 48명이라는 것은 아니고 그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현재 일본 멤버들의 오디션과 한국 멤버들과의 조율이 진행 중이어서 그 결과를 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확정할 것”이라며 “갑작스럽게 시작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오래 전부터 AKS의 아키모토 야스시 프로듀서와 이야기를 해왔던 사안이다. 그만큼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