뿐만 아니다. KT는 지난 10월 “내년 상반기까지 KT의 블록체인을 포인트뿐만 아니라 상품권, 가상화폐 등 다양한 전자화폐의 유통이 가능한 차세대 금융거래 플랫폼으로 확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대기업들도 하나둘 가상화폐 거래소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최근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각종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거래소들이 술렁이고 있다.
대기업들이 가상화폐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사업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넥슨 관계자는 “향후 가상화폐 사업이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해 투자한 것”이라며 “실제 올해 많은 사람들이 가상화폐에 관심을 갖게 돼 현재까지는 좋은 성과를 냈다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 직장인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창을 보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지난 13일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 이용자 본인 확인 시스템 구축 ▲이용자 본인 계좌에서만 입출금 ▲미성년자와 외국인 거래 금지 ▲금융기관의 가상화폐 매입 금지 등의 가상화폐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발표 전 일부에서는 가상화폐 거래 전면 금지를 예상하기도 했지만 정부가 거래 자체만은 허용하면서 거래소는 한시름 놓게 됐다.
그렇지만 정부의 규제가 반가울 리 없다. 거래소에서 받는 수수료는 거래액의 0.15% 수준이다. 빗썸, 코빗 등 주요 거래소는 일일 거래금액이 1조 원이 넘으면서 하루에만 수십억 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래량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미성년자와 외국인 등에도 거래제한이 없고 별다른 절차 없이 쉽게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가상화폐 거래량은 줄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가상화폐 거래소 사업에 뛰어든 대기업 입장이 난감해졌다. 대기업이 진출한 한 거래소 관계자는 “정부가 이렇게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설지는 몰랐다”며 “P2P금융처럼 시장 성장의 방해가 되진 않을지 걱정된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시중은행들이 정부 기조에 맞춰 신규 가상계좌 개설을 중단하겠다고 한 것이다. 대기업들이 진출한 거래소들은 고객들이 가상계좌를 만들어 거래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신한은행 등 일부 은행은 이미 개설한 가상계좌는 유지한다고 밝혔지만 신규 가상계좌 개설이 불가능해 신규 고객 모집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거래소는 고객들에게 농협은행 신규 가상계좌를 만들도록 하고 있다. 현재 가상계좌 개설이 가능한 은행이 농협은행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상계좌에 대한 실명확인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곳은 신한은행과 농협은행뿐”이라며 “농협은행마저 가상계좌 개설을 중단하면 거래소 입장에선 상당히 곤란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향후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대기업들이 야심차게 가상화폐 거래소 사업에 진출했지만 지금으로선 뾰족한 방법이 없어 답답해 하고 있다. 대기업 진출 한 거래소 관계자는 “은행과 협의하려고 노력하지만 은행들의 입장이 확고해 우리도 내부 회의만 계속 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방법은 현재까지 나온 게 없다”고 전했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정부나 은행권이 하루 걸러 하루 대책을 이야기하고 있어 우리도 방침을 확실하게 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가상계좌가 없다고 거래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일부 거래소는 자체 법인계좌를 사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고객이 거래소 법인계좌에 돈을 입금하면 거래소는 법인계좌와 연계된 전자지갑을 고객들에게 만들어주는 것. 하지만 거래소가 입금을 확인하고 전자지갑에 돈을 넣어 주기까지 시간이 걸려 지금과 같은 실시간 거래는 어렵다.
가상통화 거래에 관한 공청회가 지난 4일 오후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진술을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정부 규제로 인한 거래소들의 피해는 이미 업계에서 예상했던 바다. 가상화폐 시장성을 내다보고 거래소 사업에 진출한 대기업들도 곤란해지기는 마찬가지다. 일례로 코빗은 지난해 매출 7억 3100만 원, 당기순손실 7억 8000만 원을 기록했음에도 NXC는 코빗 인수에 9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지난해 말 기준 NXC의 유동자산이 1787억 원임을 생각하면 적은 돈이 아니다.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현재 추이로 봐서는 정부가 추가적으로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여 거래소들에 긍정적인 상황이 아니다”라며 “다만 규제안이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미국 비트코인 선물 거래 시작… 가격 안정화될까 지난 11일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비트코인 선물 매매를 시작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도 오는 18일에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한다. 선물은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일정 시점에 상품을 주고받기로 약정하는 일종의 파생상품이다. 이번 선물거래를 계기로 기관투자자들의 시장 참여가 가속화돼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선물거래가 시작되면서 실제 비트코인 가격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지난 12~15일 비트코인 가격은 1800만~1900만 원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0일 “비트코인 가격은 정보 효율성 등으로 안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거래소의 거래량이 늘어나면 거래자들이 비트코인에 대한 믿음을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내 금융기관은 가상화폐 관련 선물거래를 할 수 없다. 금융당국이 가상화폐를 기초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한 상품을 기획했지만 금융당국이 규제안을 발표한 이후 모두 철회했다”며 “펀드를 조성해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는 모호하지만 정부의 미움을 사면서까지 투자할 금융기관은 국내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