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잠잠해졌던 이 사건은 작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맞물려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A 목사가 천부교의 배후에 최순실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일요신문>은 신앙촌으로 잘 알려진 천부교에 대한 각종 의혹에 대하여 심층 추적해 보았다.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법원 판결문을 단독 입수해 분석했다.
사진=천부교 신자들의 신앙공동생활을 위해 설립된 촌락인 신앙촌 전경.
2014년 11월 21일 오전 11시 경주 양남면 효동리에 소재한 천부교 공원묘지에 10여 명의 괴한이 삽과 곡괭이를 싣고 침입했다. 제지하는 관리인들을 폭행하여 물리친 이들은 분묘 3기를 파헤쳐 관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분묘 발굴을 주도한 60대 남성은 검사를 사칭하며 암매장 수사를 하겠다며 들이닥쳤으나, 알고 보니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A 목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A 목사는 불법 분묘발굴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 3월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A 목사는 범행 전인 2014년 11월 6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천부교의 신도 암매장 의혹 등을 제기한 것이었다. A 목사는 이보다 앞선 2014년 6월 경에는 기자회견 내용을 소설화 해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에 천부교는 A 목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책과 기자회견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천부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서울남부지법은 A 목사가 주장하는 내용이 허위임을 확인하고, A 목사는 천부교 측에 3,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A 목사에 대한 민형사 판결로 일단락되는 것 같던 이 사건은 그로부터 2년 후인 작년 11월 다시 한 번 조명을 받게 된다. 경찰과 검찰이 천부교 암매장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배후에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이 있다는 의혹을 A 목사가 또다시 제기한 것이다.
천부교는 신도 묘지를 조성하기 위하여 감독관청인 문화관광부로부터 자금 사용 승인을 받아 경주에 임야를 구입하였으나, 묘지조성에 필요한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부득이하게 묘지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천부교 관계자 3명이 장사법 및 산림관련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그리고 천부교는 작년 말 경주시로부터 묘지허가를 받음으로써 이제는 무허가 시비마저도 할 수 없게 됐다.
이처럼 암매장 의혹 건은 여러 차례 수사 결과 정상적으로 사망한 시신들을 유족과 고인의 뜻에 따라 매장한 것일 뿐 범죄와 관련된 의혹은 없다는 것이 누차 확인된 셈이다. A 목사는 수사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것을 두고 마치 대단한 의혹인 것처럼 부풀리고 있으나, 오히려 수사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사진=부산지역 유치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어린이들.
하지만 ‘최순실’이라는 이름 석 자가 가진 폭발력 때문이었을까. 당시 이같은 주장을 접한 많은 언론 매체들은 취재에 돌입했고, 제 각각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천부교와 최순실 관련설 등의 의혹들은 사실이 아님을 확인한 대다수 언론사들은 기사 삭제, 정정보도를 했다.
또한 서울동부지법은 천부교와 최순실 일가가 연결되어 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한 50대 남성 B 씨에 대하여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기도 했다.
문제는 최근 법원이 의혹을 제기한 개인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반면 이를 보도한 언론에는 면죄부를 줌으로써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진실 게임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천부교는 기자회견을 통해 암매장 등의 의혹을 제기한 A 목사와 이를 보도한 모 언론사를 상대로 각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법원은 A 목사에 대해 “허위 사실 적시로 인해 천부교의 명예가 훼손된 점이 인정된다”며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A 목사는 그와 같은 내용으로 책을 출간했다가 출판이 금지되기도 했다.
반면, 법원은 해당 언론사에 대한 정정보도청구 소송에선 “보도 내용 일부가 허위라는 점은 인정되지만 기자회견을 보도한 것이므로 언론사로서는 그렇게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는 점이 인정되어 정정보도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특히 언론사와의 재판 과정에서 실종, 피살 의혹도 해소됐기 때문에 정정보도 책임 성립에 관한 법리적 논쟁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실종설이 제기됐던 신앙촌 박윤명 회장에 대해서는 2013년에 법원 조사관이 만나서 신원을 확인했고, 2016년에는 참고인 자격으로 검사와 경찰을 2차례에 걸쳐 면담하고 십지 지문을 채취해 전산기록과 대조하는 방법으로 생존을 확인했다. 타살 의혹이 제기됐던 이 모 회계부장은 평소 지병(고혈압)이 있었다는 사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확인돼 사망진단서의 내용과 일치했다.
한편, 천부교 측은 언론사에 대한 법원 판결에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미 일단락된 사건인데 해당 언론사가 후속 보도를 하면서 다시 점화되고 있는 듯하다”며 “법원에서 허위라고 확인된 부분 마저도 ‘법원 판결로 사실 확인됐다’고 보도하는 등 판결 내용을 왜곡하고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고진현 종교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