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금호타이어 인수설과 관련해 SK그룹과 산업은행 채권단과 인수설 진원지에 대한 공방이 화제가 되었다.
[일요신문] SK그룹의 금호타이어 인수설 논란이 15일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특히, SK그룹 내에서조차 공식적인 입장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수설에 대한 진원지를 두고 산은과 SK간 진실공방으로 불거질 조짐이었다. 하지만 이날 SK가 공식적으로 금호타이어의 인수를 부인하면서 인수설 논란은 단순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의 금호타이어 인수설 논란은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인수설 진원지 등을 둘러싼 산은과 SK간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5일 재계 등 복수매체에 따르면, SK그룹이 7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금호타이어 경영권을 인수하겠다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안했다. 제3자 배정 유증으로 7000억 원을 투입하는 인수 방식으로 금호타이어 부실의 주원인인 중국 공장도 함께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경영 정상화 방안 마련을 위해 실사를 사실상 마무리한 상태다. 다음주 채권단 회의를 열어 실사 결과를 공유하고 경영 정상화 방안 마련 논의에 착수한다. 회의에선 SK의 인수설에 대한 논의도 예상된다.
다만 알려진 SK의 인수 제안 조건은 금호타이어가 연내 갚아야 할 차입금을 포함해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 부채 약 1조 4000억 원의 만기 연장과 신규 자금 지원 요청인 만큼 산은 채권단과 협의할 사항이 많아 보인다. 산은 채권단은 2010년 이후 이미 3조 9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한 상황이라 SK의 조건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SK로선 중국사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손해 볼 장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내 여론도 중국자본인 더블스타 등이 아닌 국내 대기업인 SK의 인수를 반기는 모양새다.
이런 연유로 이날 ‘금호타이어 인수’ 등 SK 인수설이 온라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급기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이날 오후 6시까지 SK그룹에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 보도에 대한 답변 등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작 인수설 당사자인 SK그룹은 난색을 표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인수제안 사실을 파악 중이며, 출처가 어느 계열사인지 조차 파악이 되지 않는 상태라고 에둘렀다. 기업 인수인만큼 SK홀딩스가 가능성이 높다는 정도일 뿐이었다.
SK홀딩스 관계자는 “저희도 출처 파악이 안 되고 있다. 다만 거래소 조회공시에 답변은 의무라 부랴부랴 사태 파악 중”이라고 답변했다. 오히려 산은에서 어떤 입장이 나왔는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SK계열사 관계자는 “금호타이어의 타이어프로 등에 대한 업무상 SK C&C가 관련될 수도 있지 않겠냐”고 귀띔했다. 이 역시 설일 뿐 정확한 공식 입장은 불투명한 상태다.
산업은행 측도 SK 금호타이어 인수설이 불거진데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한 매체에서 SK주관사가 공식 제안 조건을 한 것이라고 했지만 금호타이어(주) 채권금융기관협의회는 지난 9월 29일 자율협약 개시 이후 정상화 방안의 일환으로 전략적 투자자 앞 자본유치 방안을 검토하였으나, 현재까지 실현 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논의가 진행된 바가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금호타이어 인수가 난항을 겪고 있다. 산업은행 채권단의 실사결과 금호타이어 부실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다만, SK의 금호타이어 인수설 진원을 두고는 여전히 출처 등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산은 채권단 관계자는 이와 관련 “SK주관사에서 단순히 산은에게 오픈된 제안 등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 공식적인 제안은 없었지만 실효성 있는 대안이나 조건이 나오지 않아 흐지부지 된 일종의 해프닝으로 봐도 무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SK 인수설 논란에 대한 최초 진원지 등은 산은과 SK 양측 다 책임을 떠넘긴 채 밝히지 못한 셈이다. 시끄러웠던 인수설에 애꿎은 금호타이어와 SK그룹의 주식시세만 하루종일 롤러코스터를 탔다.
한편, 일각에선 산은 채권단이 SK의 금호타이어 인수 부인을 아쉬워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따라 기업을 살리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의지가 강한만큼 SK의 인수 제안은 금호타이어 회생을 위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은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실사 결과 부실이 훨씬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인수 조건이 다소 미비하더라도 추가 지원에 대한 방안이 자연스럽게 대두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 봤다. 채권단 입장에선 국내 대기업인 SK그룹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이는 것이 국내 여론상 부담이 덜 할 수밖에 없다.
이번 SK의 금호타이어 인수설 논란이 해프닝으로 끝나면서 산은 채권단은 향후 인수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관측된다. SK그룹과 산은 채권단과의 인수설에 대한 진실 공방이 인수 협상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 공방으로 확전될 여지를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