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꾸깃꾸깃 2007년 일본 니가타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고속도로가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
일본 도쿄에서 멀지 않은 시즈오카 현 이토시와 그 근처에서 12월 17~18일 이틀에 걸쳐 약 90여 차례의 지진이 발생했다. 리히터 규모 5.0 이상의 강진은 3차례, 나머지는 집이 흔들리는 충격이 느껴질 정도인 3.0 이하였다. 이 지진은 도쿄시내까지 약 3.0의 강도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철도운행이 일시 중단되고 수도관이 파열됐으며 집에 금이 가는 등의 피해가 잇따랐다.
이번에 일어난 지진으로 일본열도가 공포에 휩싸인 이유는 더 큰 지진이 오지 않을까하는 염려 때문이다. 기상청에서도 큰 규모의 추가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며 위기관리센터를 설치하는 등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지금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도카이지진’이다.
일본열도는 1970년대부터 “지금 당장 도카이지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며 공포에 떨었다. 그 까닭은 학계의 조사 결과 684년부터 지금까지 약 100년에서 150년 주기로 발생해왔기 때문이다. 문헌상에 기록된 최초의 도카이 지진은 1498년 일어난 M8.6의 기이(紀伊)반도 지진으로 사망자 3만 6000명이 발생했다. 107년의 뒤 1605년 치바 현의 이누보사키에서 규슈일대까지 쓰나미를 동반한 M7.9의 지진으로 사상자가 1만여 명이 발생했다. 또 102년 뒤인 1707년 호에이(寶永) 지진은 후지산이 분화하며 사망자 2만여 명이 발생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냈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도카이지진은 1854년의 안세이(安政)지진이다. 안세이지진은 M8.4에 사망자 3000여 명을 기록했다. 이들 지진의 공통점은 도카이(東海)지역의 스루가만이 진원지라는 것. 이번 시즈오카현에서 일어난 연쇄지진 역시 도카이 지역에 해당된다. 약진에도 불구하고 지금 일본국민이 불안감에 떨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도쿄대학 명예교수이자 지진연구의 제 1인자로 알려진 미조우에는 “만약 M7.3 지진이 도쿄를 칠 경우, 최대 건물 85만 개가 무너지거나 화재로 불타 없어질 것이며 사망자 수는 약 1만 10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대지진의 주기성에 착안해 미조우에는 “M8급 관동대지진이 일어나고 70~80년간은 정온기이기 때문에 85년이 지난 지금 무척 불안한 상태”라며 “M7급 이상의 지진이 일어난다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주기이론과 플레이트(판) 움직임 방향에 대한 분석을 포함한 결과, 미조우에는 “도쿄만의 북부지역과 이바라키, 치바 근처가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도쿄만 북부지역이라고 하는 것은 ‘수도권 직하 지진’과 다름없다. 그렇게 되면 도쿄에서 피난민 390만 명과 경제피해액 112조 엔(약 1430조 원) 정도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 가구 업체에서 지진 대비용으로 출시한 가구 | ||
세 번째 전문가는 니가타 주에츠지진을 ‘대기이온 측정법’으로 예측했다고 알려진 오사카시립대학 와다쓰미 명예교수다. 그는 “지진이 발생하기 직전 지층에서는 라돈가스가 방출된다. 이 라돈가스가 대기 중에서 이온화되는 것에 착안한 것이 ‘대기이온 측정법’이다. 이온농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지역(일반적으로 대기 1cc에 500~2500개가 보통)에서는 측정 이후 늦어도 100일 이내에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루가만에서도 지난 8월 8~9일 라돈가스 이온 농도가 1cc에 5만 개 이상을 기록한 뒤 11일 지진이 발생했다. 또한 최근까지 불규칙적으로 이온지수가 높게 측정되고 있어 2010년 M8급 이상의 지진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도 여러 가지다. 정부에서는 학교나 철도와 같은 공공시설을 지진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고 있다. 2013년 봄에 완공되는 신칸센을 탈선방지 가드레일로 바꾸는 등의 지진대책강화에 약 380억 엔(약 4800억 원)의 공사비가 들었다. 건물이 무너져 내렸을 때에는 밖으로 대피한 사람들에게 시설물이 떨어져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피해예방시설 설치도 의무화하고 있다. 기업에서도 지진과 관련해 다양한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지진발생 시 가장 높은 사망원인이 되는 가구의 전복을 방지하는 디자인이라든가 인테리어를 제안해준다. 또한 이동 통신사에서는 즉시 지진속보를 송신하는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서비스는 사무실, 공공장소, 개인 주택 등에서 신청해 사용할 수 있으며 지진경보 안내뿐 아니라, 문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거나 엘리베이터를 정지시키는 등 위급상황에 대처한 자동동작도 있어 인기다.
하지만 가장 인기가 높은 상품은 보험이다. 지진 보험은 지진으로 인한 화재, 붕괴뿐만 아니라 쓰나미나 화산분화에 의한 피해까지 보장해 주어 일본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입하는 국민보험처럼 인식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많은 연구자들이 ‘지진예지’를 위해 힘을 합쳐왔다. 하지만 아직도 지진을 예측하기 위한 정확한 방법은 발견되지 않았다. 단지 일본 최고라 자부하는 세 명의 지진 전문가가 각자의 이론으로 내린 결론이 “2010년, 늦어도 2011년에 M7급의 지진이 관동에서 일어날 것이다”라고 일치하고 있다는 점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김지혜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