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섹스로봇 ‘록시’가 탄생했다.‘록시’ 관련 홈페이지. 아래 작은 사진은 성인 엑스포에서 록시를 소개하는 모습(왼쪽)과 홈피에 올라있는 남성 사용자 모습. | ||
“오늘 밤 어때?” “오늘 밤엔 로봇이랑 선약이 있어서 안 돼” SF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런 말들이 가까운 미래에는 실제로 연인 사이에 오고가는 일상대화가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성연구가 이자 인공지능 분야 교수인 <로봇과 함께 섹스를: 로봇과의 섹스-인간과 로봇의 관계의 진화>의 저자 데이빗 레비다. 그는 “21세기 중반이 되면 섹스로봇이 인간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일주일 내내 멋진 섹스를 즐길 수 있다고 상상해 보자. 인간은 로봇과 사랑에 빠질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실제로 성행위 이후 오고가는 대화까지 섹스로봇에 프로그램화돼 침대에서 100% 만족감을 보증해 줄 것이라는 레비의 말이 현실화되고 있다.
‘AVN성인 엑스포’에 등장한 섹스로봇 록시는 170㎝, 54㎏, C컵 가슴의 섹시한 몸매다. 또한 관절과 골격을 가지고 있어 인간과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걷지는 못하고 손발을 따로 움직일 수도 없다. 인종과 머리색, 가슴크기 등은 주문생산이 가능하다. 성격도 원하는 대로 고르면 된다. 사교적이고 대담한 성격, 소심하고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 어리고 상처입기 쉬운 성격, 어머니와 같은 배려심을 가진 성격, S&M 취향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
록시를 개발한 트루컴패니언의 대표 하인즈는 “당신이 포르셰를 좋아하면 그녀도 포르셰를 좋아하고, 당신이 축구를 좋아하면 그녀도 축구를 좋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인터넷으로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가 가능하며, 웹상에서 유저들과 자신이 구입한 섹스로봇의 퍼스널리티(인격)에 대한 공유도 가능하다. 가격은 기능에 따라 7000~9000달러(약 1000만 원)에 달한다. 록시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판매가 확정되자 섹스로봇의 등장에 눈살을 찌푸리거나 재미있어하는 등 각양각색의 반응이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에서 이미 4~5년 전에 출시된 ‘허니돌(honeydolls)’과의 비교분석이 한창이라는 점이다. ‘허니돌’은 남성을 위한 섹스돌(sex-doll)을 말한다. 실리콘과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실물크기의 인형으로, 양쪽 가슴에 내장된 발성 센서에 의해 유두를 움켜쥐면 신음소리가 새어나온다. 허니돌을 개발한 가토나 재팬은 제품이 고가인 만큼 “예쁘면서도 인간처럼 현실감 있고, 실용적이며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류의 기술을 이용해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허니돌을 수십 개씩 주문한 수집가들은 정말 로봇과 사랑에 빠지기라도 한 것일까. 컴퓨터의 발전으로 인간 근육과 움직임에 대한 모방이 진보하고, 인공지능(AI) 소프트의 진화가 감정이나 개성까지 복제할 수 있게 된다면 로봇과 사랑에 빠지는 일이 정말 일어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에 반박하는 주장도 있다. 뉴욕의 섹스저널리스트 이본느 K. 풀브라이트는 “섹스로봇은 파트너가 필요한 남성을 중심으로 틈새 수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이 로봇과 사랑에 빠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녀는 “섹스로봇과 성행위를 하는 일에는 부끄러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최후의 수단으로 섹스로봇을 선택했다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를 ‘패배자’로 느끼게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여자도 섹스로봇에 흥미가 있을 것”이라는 레비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녀는 “바이브레이터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과 사랑에 빠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배우로 선정되기도 한 영국의 미남배우 주드 로 정도의 외모를 가진 로봇이라면 어떨까. 실제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영화
한편 또 다른 인공지능전문가들은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위스의 에콜 폴리테크닉 페드럴의 연구자인 프레데릭 가프란은 “정말 인간 같은 로봇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수십 년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소니의 엔터테인먼트 로봇인 ‘아이보’의 두뇌를 프로그래밍하기도 한 그는 망상 속에서 만들어진 로봇을 사람들이 정말 가지고 싶어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죄악감도, 병이나 임신에 대한 걱정도 없이 무한으로 즐길 수 있는 섹스.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꿈’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은 단지 외로움을 달래는 마지막 수단으로 여길 듯하다.
김지혜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