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는 혈압이 갑자기 상승하는 ‘혈압 서지’가 주목받고 있다. 돌발적으로 다가오며 추운 겨울일수록 위험도가 높아진다.
얼마 전, 일본 NHK는 간판 다큐멘터리 <NHK 스페셜>을 통해 혈압 서지에 관한 정보를 소개했다.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정상이라고 판정을 받아도 하루 변동 혈압이 비정상적인 상승, 하강을 반복한다면 병의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내용이었다.
혈압은 하루에도 수시로 변한다. 다만 건강한 사람은 변동 폭이 완만하다는 특징이 있다. 주로 아침에는 상승하고, 낮 동안은 유지, 저녁에는 휴식을 취하기 위해 떨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관장하는 곳이 바로 교감신경이다. 만일 스트레스 등으로 교감신경이 흐트러지면 아침에 필요 이상으로 혈압이 높아지거나 밤에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 결과 비정상적인 요동, 즉 혈압 서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혈압 서지가 장기간에 걸쳐 자주 반복되는 사람은 뇌·심장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인 2만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더니, 고혈압인 사람은 뇌졸중 및 심근경색 위험이 정상인에 비해 1.4배 높았다. 반면 혈압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아침에만 급격히 상승하는 ‘혈압 서지’인 사람은 그 위험률이 2.5배나 됐다.
이런 사례가 있다. 50대 남성 A 씨는 어느 날 갑자기 뇌경색이 발병했다. ‘혈압도 정상이었는데 대체 왜?’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았다. 이에 대해 담당 의사는 “통상적인 혈압은 정상이었으나 오전 중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는 혈압 서지가 뇌경색을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혈압 서지는 아침에 일어나기 쉬운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건강장수의료센터 의사인 구와지마 이와오 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수면 중에는 부교감신경이 우위에 있다가 잠에서 깨면 교감신경이 우위로 바뀐다. 때문에 혈압이 높아지고, 맥박이 빨라지는 등 신체가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 이때 혈압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더해지면 동맥경화가 급속히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기상 시 혈압은 20mmHg 정도 오른다. 여기에 “혈압 상승 위험인자가 추가되면 치명적인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위험인자가 바로 ‘추위’다. 2016년 일본 인구통계에 따르면, 뇌혈관질환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달은 12월과 1월이었다. 이에 구와지마 씨는 ‘아침’과 ‘추위’라는 위험인자가 결합해 혈압 서지를 일으킨 사례를 소개했다.
파란색은 정상인, 보라색은 고혈압,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표시되고 있는 것이 혈압서지다. NHK 캡처 이미지.
71세 남성 B 씨는 10년 전부터 혈압을 재왔다. 평균 혈압은 126mmHg 정도로 계속 정상범위 내였다. 그러던 추운 겨울 아침, 밖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끝내고 식사를 하려던 참이었다. 이상하게도 손끝이 떨려 젓가락을 쥘 수가 없었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으니 가벼운 뇌경색이었다. 구와지마 씨는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이 수축돼 혈압이 오르기 쉽다”면서 “이때 위험한 행동은 아침에 신문을 가지러 밖에 나간다거나 빨래를 너는 등 갑자기 찬바람을 맞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덧붙여 “집에 들어서자마자 뇌출혈을 일으킨 40대 남성도 있다”고 전했다.
추위 외에도 혈압을 급상승시키는 요소는 많다. 예를 들어, 전날 밤 과음을 한 사람은 아침 기상 시 보통보다 혈압이 크게 오를 수 있다. 아울러 혈관을 수축시키는 흡연이나 염분, 카페인의 과다 섭취도 혈압 서지의 위험인자다. 또 용변을 무리하게 보는 것도 혈압 상승의 요인이 된다. 아침에 화장실에서 힘을 쓰다 혈압이 150mmHg를 넘긴 사람도 드물지 않다.
무엇보다 직장인이라면 월요일 아침을 조심해야 한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은 긴장감으로 인해 혈압이 상승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유명한 프래밍햄 심장연구(FHS)에 의하면 “특히 월요일에 뇌졸중이 발생하는 남성이 많다”고 기록돼 있다.
보통의 건강검진으로는 혈압 서지를 확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혈압 서지가 일어나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집에서 정기적으로 혈압을 재보는 것이다. 측정 시간은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혈압 서지기 일어나기 쉬운 아침이 좋다. 기상 후 1시간 이내, 되도록 2번 혈압을 측정해 평균치를 기록한다.
만일 수축기 혈압이 135mmHg 이상, 이완기 혈압이 85mmHg 이상의 수치가 빈번히 나온다면 혈압 서지를 의심해봐야 한다. 또한 5일간 매일 아침 혈압을 측정했을 때 가장 높은 혈압 수치와 낮은 수치의 차이가 20mmHg 이상이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이처럼 혈압 서지가 의심되는 경우 어떤 대책을 세우면 좋을까. 우선 혈관을 건강하게 만드는 가벼운 유산소운동과 저염에 주의를 기울이는 게 기본이다. 이와 함께 “혈압 서지가 일어나기 쉬운 아침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가령 식사, 성급한 운동, 스트레스 등은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킨다. 평일 아침을 예로 들면, 지각하기 일보 직전까지 잠을 자다가 급하게 식사를 허겁지겁 먹고, 역까지 전력질주, 게다가 만원지하철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면 교감신경을 흥분시키는 요인들이 쌓여 혈압 서지를 일으킬 수 있다. 대처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조금만 일찍 일어나 여유롭게 출근 준비를 하는 것이다. 교감신경의 항진을 막아 혈압의 급격한 상승도 막아준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혈압 상승 억제하는 TIP # 기상 시 따뜻하게 난방을 도쿄건강장수 의료센터 구와시마 이와오 의사에 따르면, 따뜻한 이불에서 나올 때 혈압은 급상승하기 쉽다. 난방시설 타이머 기능을 이용해 기상시간 30분 전부터 실내를 따뜻하게 하자. # 발 온도에 주의 체온이나 혈압에 영향을 미치기 쉬운 것이 ‘두 번째 심장’이라 불리는 종아리 부근이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차가워진 바닥에 발이 닿으면 혈압이 급상승하는 일이 있다”면서 “슬리퍼나 양말 등으로 발의 냉증을 막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 허리띠는 느슨하게 무리하게 꽉 끼는 바지를 입거나 허리띠를 너무 죄면, 교감신경이 항진되면서 혈압이 올라가는 일이 있다. 허리띠는 느슨하게 해, 배 부분에 여유를 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