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가 CJ헬스케어 인수에 참여했다. 한국콜마 홈페이지 캡처.
CJ헬스케어의 매각 대금은 1조 원 전후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CJ헬스케어는 대기업 계열사기 때문에 그동안 제약업계에서는 이를 품을 만한 마땅한 인수 후보가 없어 대형 사모펀드가 인수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며 “CJ헬스케어는 수액제와 숙취해소음료로 유명한 업체로 한국콜마의 제약사업과 사업분야가 겹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CJ헬스케어 관계자는 “‘컨디션’, ‘헛개수’ 등을 판매하는 H&B사업이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로 CJ헬스케어 전체가 매각 대상”이라고 밝혔다.
한국콜마가 CJ헬스케어 인수전에 참여함으로써 화장품업체들의 바이오사업 진출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일부 화장품업체들은 제약사업에 관심을 보여왔다. LG생활건강은 11월 2일 태극제약 지분 80% 인수를 결정했으며 코스맥스도 지난해부터 계열사 ‘코스맥스바이오’를 통해 본격적으로 제약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는 화장품산업이 정체기를 맞은 데다 화장품산업과 제약산업은 높은 수준의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이 복합적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갖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 ‘의약품의 전문적인 치료 기능을 포함하는 화장품’을 뜻하는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 시장의 성장도 화장품 업체가 제약사에 관심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한국콜마의 제약사업 부문 매출은 전체 매출의 29% 정도를 차지한다. 주로 생산시설이 마땅치 않은 중소형 제약회사나 효율적인 경영을 추구하는 대형 제약회사들의 의약품을 위탁생산(CMO)하는 방식이다. 코스맥스 역시 계열사 코스맥스바이오를 통해 건강기능식품·제약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특히 윤동환 한국콜마 회장과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은 각각 대웅제약 부사장, 대웅제약 전무 출신으로 제약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콜마의 CJ헬스케어 인수전 참여를 본격적인 제약사업 진출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한국콜마가 의약품 위탁생산을 넘어 신약개발을 미래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콜마는 2012년 인수한 완제 의약품 제조 자회사 ‘콜마파마’를 통해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기적 투자가 요구되고 기술 집약적인 제약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화장품업체의 제약사업 진출은 한계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제약업체 한 관계자는 “신약개발이 제약업체의 먹을거리인 건 사실이지만 임상실험에 시간과 돈이 워낙 많이 들고 그마저도 대부분 실패하다보니 국내 제약업체 중 신약개발로 돈을 벌고 있는 곳은 극소수”라며 “국내 대표 제약사의 매출도 70% 이상이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로열티를 주고 들여온 품목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화장품 회사가 제대로 된 제약사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역시 제약사업 매출의 대부분이 CMO나 건강기능식품에서 나오는 실정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현재 한국콜마의 제약사업은 CMO와 제네릭(복제약)으로 구성돼 있다”며 “신약개발은 10년 이상 시간을 두고 고려해야 하는 사업이니만큼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반대로, 제약회사의 화장품 사업 진출은 경쟁력이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본래 가지고 있던 제약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고 화장품 제조는 외주를 맡기면 된다는 것이다. 동국제약이 2015년 홈쇼핑을 통해 선보인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의 기능성 크림은 출시 1년 만에 100만여 개가 판매됐다. 유한양행은 5월 뷰티헬스전문 기업 ‘유한필리아’를 설립하고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대웅제약, 한미약품, 녹십자 등도 화장품 사업을 하고 있다. 동국제약의 한 관계자는 “마데카크림이 상처치료제 마데카솔과 동일한 성분으로 제조된 것처럼 제약업체들은 오래 전부터 의학용으로 개발해 온 원료 확보 기술들이 있기 때문에 화장품 분야에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제약회사의 경우 화장품업체에 비해 마케팅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앞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는 마케팅력에서 규모가 큰 화장품업체들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화장품업체가 제약사업을 하려는 것이나 제약업체가 화장품 사업을 하려는 것 모두 지금으로서는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제약업계 다른 관계자는 “화장품업체는 매장 수를 늘리면서 사업을 확장하고 매장 자체를 통해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제약회사는 판매 경로가 제한적”이라며 “다만 제품력이 좋다면 홈쇼핑 진출을 통해 광고 효과를 누리거나 H&B스토어 입점 등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