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권에서 반복돼온 이른바 공신(功臣)들을 위한 ‘보은성 낙하산 인사’가 이뤄져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지역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인사 상당수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이거나 지근거리에서 활동한 인물들로 전문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한국전력 나주혁신도시 본사사옥 전경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중 가장 규모가 큰 한전은 임기를 3개월여 앞두고 퇴임한 조환익 전 사장 후임으로 오영식 전 국회의원과 송인회 전 한국전력기술 사장 등이 하마평에 올라 있다.
서울 출생인 오 전 의원은 16·17·19대 국회의원으로 문재인 대통령후보 중앙선거대책본부 조직본부 수석부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송인회 전 사장은 전북고창 출생으로,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과 극동건설 회장 등을 역임했다. 국회의장인 정세균계로 분류된다.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자리에는 문재인 캠프 농업 분야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최규성 전 민주당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전북 김제 출신으로 17∼19대까지 3선을 한 최 전 의원은 19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정승 현 사장은 지난해 10월 임명돼 임기가 2년가량 남은 상황이지만 지난 정권에서 발탁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교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임기를 2년 가까이 남겨둔 정승 사장은 정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어촌공사와 마찬가지로 임기가 2년여 남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자리는 여인홍 현 사장이 재신임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전남도 선대위에서 활동하며 문 대통령 당선을 도운 김승남 전 민주당 의원과 이병호 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송성각 전 원장 구속 수감 뒤 직무대행 체제인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에는 지난 18·19대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한 김영준 전 다음기획 대표가 물망에 올랐다.
청와대는 전문성과 개혁성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입장이지만, 거론되는 인사들 중에는 문재인 캠프 출신 인사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고, 지역 인사는 고흥 출신 김승남 전 의원 정도다.
공공기관장 선임은 공모 절차를 거처 임명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하면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하지만 절차를 개시하기도 전에 정치인들에 대한 내정설이 돌고 있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보은성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일각에선 현 공모 방식이 허울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세간에 무성하게 나돌던 인사가 실제로 낙점된다면 현재의 공모절차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인력의 낭비만 부를 뿐이며, 무늬만 절차식 공모라면 국민을 기만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이경재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