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만취 택시 승객의 요금시비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사진은 원주시 택시 승강장의 모습.
[원주=일요신문] 박태순 기자 = 2018년 무술년이 1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만취상태에 택시를 타고 요금을 안내는 진상손님들로 인해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되고 있다.
21일 강원 원주경찰서에 따르면 술을 먹고 요금을 안내서 신고로 접수된 요금시비 건은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12월18일 기준) 총 232건으로 나타났다.
월 평균 10~20건이 지구대 및 파출소에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원주에서 개인택시를 모는 정모씨(65)는 술에 취해 요금을 안내는 손님들이 많다며 본지기자에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냈다.
정씨는 “어떤 손님이 술에 취했는데 택시를 타자마자 ‘야 출발해’라고 얘기해서 집을 알아야 출발을 하는데 황당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고 속내를 내비췄다.
그는 또 “취한 여성이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데 갑자기 머리채를 잡고 흔들어서 사고가 날 뻔했다”며 “목적지에 도착하니 남편이 마중 나와 사과를 받은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손님들이 술을 마시는 것도 좋지만 요금을 안내 지구대에 가는 경우도 많다”며 “기사들은 영업을 하기 때문에 시간을 뺏기면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취객이 요금을 안내는 경우도 있지만 택시에 구토하는 진상손님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취객이 택시 안에 구토를 하게 되면 택시운송약관에 따라 15만 내외로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영업에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는 “취객이 구토하면 냄새가 며칠 지속되기 때문에 웬만하면 피하고 싶다”고 밝혔다.
원주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이모씨(55)는 요금을 안내기위해 잔액 없는 카드를 쓰는 손님들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씨는 “기사들은 시간이 돈”이라며 “요금을 못 내거나 안내는 손님들로 인해 시간을 벌이면 손해가 굉장히 크다. 경찰서에 가더라도 조사서를 써야 하니 차라리 포기하고 다른 손님을 태우는 게 훨씬 낫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술도 문제지만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이 중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요금시비로 인해 신고를 받은 경찰은 중재의 역할을 하지만 폭행 및 폭언으로 이어지면 입건할 수 밖 에 없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앙지구대 관계자는 “연말이라서 요금시비가 많은 편인데 술을 먹고 주사가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술에서 깨어나면 후회를 많이 하기 때문에 당사자들끼리 해결할 수 있도록 중재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계지구대 관계자는 “술에 취했지만 얘기해서 해결이 되면 사건기록을 하지 않는다. 다만 폭행, 폭언, 사기로 이어지면 입건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각종 모임과 행사가 많은 연말에 술로 인해 만취에 이르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주시 택시승강장의 모습.
# 택시기사도 진상손님 승차거부 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5년 5월에 택시 승차거부 단속 매뉴얼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승차거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여객의 승차를 거부하거나 여객을 중도에서 내리게 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택시기사도 승차거부를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행선지를 말 못할 정도로 만취상태에 있는 승객은 거부할 수 있다.
또한 애완동물 또는 운전자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물건 등을 갖고 승차할 경우에도 거부할 수 있다.
택시기사 김모씨(55)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식”이라며 “서로를 배려하고 도와주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시특별법에는 운송 종업자, 사업자가 해당되는 법령이기 때문에 국민들을 제재할 수는 없다. 해당승객이 요금을 안내면 택시종사자가 경찰에 신고해 민사로 처리해야 하는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ilyo0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