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엔터테인먼트의 독립레이블인 더블랙레이블 소속 유명 프로듀서 쿠시가 코카인 구매, 투약 혐의로 입건됐다. 사진=쿠시 인스타그램
지난 15일 YG 소속 유명 프로듀서이자 YG 독립레이블 ‘더블랙레이블’ 소속 힙합가수인 쿠시(본명 김병훈·33)가 코카인 1.8g을 구매, 투약한 사실이 알려졌다. 쿠시는 자이언티의 ‘양화대교’, 2NE1 ‘아이 돈 케어’ ‘박수쳐’, 2015년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 앨범 수록곡 ‘$ponser(스폰서)’ 곡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경찰에 따르면 쿠시는 지난 12일 오후 5시께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빌라 내 무인 택배함에서 약 1g의 코카인을 가지러 갔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날 쿠시의 마약 구매에 대한 첩보를 미리 입수해 현장에서 잠복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마약매매에서 가장 기본적인 수법인 ‘던지기 수법’으로 구매하려다 덜미를 붙잡혔다. ‘던지기’는 마약 판매자가 미리 약속한 장소에 마약을 두고 떠나면 구매자가 직접 찾아가는 거래 수법을 말한다.
쿠시의 마약 구매는 처음이 아니다. 경찰 조사에서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밝힌 그는 이미 같은 판매책으로부터 코카인을 두 차례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판매책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만나게 됐다고도 덧붙였다. 자신의 자택에서 주로 투약했으며 지난 11월 26일부터 이달 12일까지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카인은 대마초보다 중독성이 강해 국내에서는 이른바 ‘꾼들’ 사이에서만 거래되는 마약으로 알려졌다. 다른 마약에 비해 가격이 상당히 비싼 것도 폐쇄적인 거래에 한몫했다.
뇌 도파민 활성을 크게 증가시켜 약효가 있는 동안 쾌감과 집중력, 창의성을 증폭시키기 때문에 ‘예술가들의 마약’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코카인은 강한 중독성이 있어 복용할수록 편집적 장애, 수면장애, 인성장애 등과 같은 정신적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 대중매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약 중독자들이 자신의 팔다리에 벌레가 기어가는 환각을 겪는 것도 코카인의 부작용이다.
코카인은 사람을 나른하고 편안하게 만들어 주기보다는 각성제와 비슷한 흥분 효과를 낸다. 이 때문에 초기에는 항우울제로도 사용됐으나 각종 부작용이 확인된 후부터는 마약으로 분류돼 사용이 금지돼 왔다. 심지어 상습적인 코카인 흡입으로 중독 상태에 빠질 경우에 오히려 항우울제를 투여해야 한다. 결국 ‘우울함’을 이유로 코카인을 흡입했다는 쿠시의 말이 마약 사용의 면죄부로 주어질 수는 없다는 것.
쿠시는 YG에서 네 번째로 걸린 마약사범이다. 그에 앞서 지난 6월 1일 그룹 빅뱅의 탑(본명 최승현·30)이 4차례에 걸친 대마초 흡연 혐의로 기소되면서 7월 20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만 2000원이 선고됐다. 현재 그는 KBS, MBC 출연금지 연예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지난해 4월에는 YG 소속 스타일리스트인 양승호도 코카인, 대마초 흡연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2014년 4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총 4회에 걸쳐 코카인을 구입, 투약하고, 대마초를 1회 흡연한 혐의였다. 특히 빅뱅의 지드래곤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YG에 입사하게 된 것도 지드래곤의 권유 덕이었다고 한다.
그런 지드래곤은 2011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기소유예를 받았다. 검찰 조사에서 그는 “공연을 위해 일본을 방문하던 중 클럽에서 대마초를 흡연했다”고 자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지드래곤이 대학생의 신분이었고 초범인 점 등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선 탑과는 달리 기소유예였기 때문에 그는 방송출연금지 명단에 오르지 않고 활동이 가능했다.
아예 기소조차 되지 않고 ‘입건유예’가 됐지만 암묵적인 활동 금지를 당한 전 2NE1 멤버 박봄(33)도 YG 소속이다. 그는 2010년 마약류 밀수 혐의로 입건유예 처분을 받았는데, 이 같은 사실이 4년 뒤에야 알려지면서 더 큰 논란을 낳았다.
박봄은 2010년 10월 국제우편을 통해 암페타민이 함유된 아데랄 82정을 인천에 거주하는 외할머니의 앞으로 보냈다. 인천공항세관이 이를 적발하면서 검찰에 사실을 통보해 수사가 진행됐다. 다만 박봄이 이를 치료용으로 복용했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공급한 정황이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해 수사 검사 선에서 입건유예를 결정했다는 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보도가 쏟아지자 YG의 수장인 양현석 대표가 이례적으로 본인의 이름을 걸고 입장발표를 하기에 이른다. 박봄이 어린 시절 함께 축구선수를 꿈꿔오던 친구의 죽음을 목격해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됐고, 이 때문에 약을 복용해 왔다는 것.
그러나 감정에 호소하는 양 대표의 글은 팬들이 아닌 대중들에게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그 직후 “정식 수사가 아니라 입건조차 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이 백지화됐는데 이에 대한 해명이 없다”는 의혹과 반박이 지속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YG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여 더욱 부정적인 이미지를 낳았다는 후문이다.
YG가 이처럼 입맛에 따라 입장을 내놓거나 내놓지 않는 것은 소속사의 지론 덕이다. “입장 공개는 아티스트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며, 소속사는 그들의 개인적인 생활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말은 YG의 캐치프레이즈다.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거나 대중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되는 사안에 대해서도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리지만, 이를 방지할 대책을 마련할 생각은 없어보인다. 그들의 ‘개인적인 생활’이기 때문이다. 이번 쿠시의 마약 사건과 관련해서도 YG는 끝내 침묵을 고수했다.
한 연예전문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소속 연예인이나 직원들의 사건사고가 발생할 경우 언론대응팀에서 ‘입단속’에 나선다. 기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변하고 해명하는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비슷한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데도 사과문 외에 해명이나 재발방지를 밝히지 않는다면 오히려 대중들을 기만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