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들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관련 압수수색을 위해 신생아 중환자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과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이대 목동병원에서 같은 구역에 입원해 있던 4명의 아기가 지난 16일 오후 9시 31분부터 10시 53분 사이 응급조치를 받다가 순차적으로 사망했다. 사망한 신생아들은 생후 2개월 미만의 신생아들로 모두 임신 25~34주 사이에 태어난 조산아들이다. 아울러 4명의 아이들은 이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같은 구역 인큐베이터에 나란히 입원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다음날인 17일 이 병원이 공개한 사망 신생아에 대한 ‘실시간 CPR 기록’에는 당시 긴박했던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가장 먼저 심정지를 보인 신생아는 입원한 지 1개월 2주째였던 A 군으로 이날 오후 5시 44분 1차 심정지가 나타났다. 곧바로 의료진이 오후 6시 4분까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이어 입원한 지 24일째 되는 B 양이 오후 7시23분 심정지를 보여 오후 9시 32분까지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으나 결국 사망했다. 그러던 중 A 군이 또 다시 심정지가 나타나 오후 8시 12분부터 오후 10시 10분까지 2차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하지만 A 군은 10시 10분 사망했다.
또 입원한 지 9일째 되던 C 양이 오후 9시 8분부터 10분까지 1차 심정지를 보였고 또 다시 심정지가 나타나 오후 10시 53분까지 심폐소생술이 시행됐으나 사망했다. 그리고 입원 1개월 1주째였던 D 군이 오후 9시부터 심폐소생술을 받다가 오후 10시 31분 사망했다.
이런 가운데 유족들은 면회 시간이 종료된 사건 당일 오후 1시부터 A 군에게 심정지가 발생한 오후 5시 44분까지 약 5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A 군의 부모가 심정지가 와서 CPR을 하고 있다는 의료진의 연락을 받고 중환자실로 향한 것은 6시께. 그 전까지는 병원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유족들은 설명했다.
유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40분부터 오후 1시까지 20분가량 진행된 면회시간에 일부 부모들은 한 구역에 나란히 있는 4명의 아이에게 심상치 않은 모습을 발견했다. 배가 볼록하게 튀어나오거나 심박수가 분당 200회 넘는 등 일부 미숙아의 몸 상태가 이상했던 것. 이후 부모들은 의료진에 아이들 상태를 문의했지만 “이상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고 찝찝한 마음으로 1시 면회를 종료하고 중환자실을 떠났다. 이후 첫 번째 심정지가 발생한 A 군의 부모가 병원으로부터 받은 연락은 “심정지로 인해 CPR이 진행 중이니 빨리 오라”는 전화 한통이었다.
지난 20일 병원이 마련한 유족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유족은 사망한 신생아를 치료한 의료진과 홍보실장의 참석과 함께 지난 15일부터 16일 신생아 사망시점까지의 일체 진료자료 공개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간담회는 유족이 “제대로 준비가 안됐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와 30분도 채 안 돼 파행을 맞았다. 현장을 박차고 나온 유족 대표 조 아무개 씨는 이날 “각 아이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단 몇 줄로 요약해 제공했을 뿐 아니라 일부 아이의 경우 간호기록과 제공한 자료가 일치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날 이대 목동병원이 유족에 공개한 사건 당일 의무기록을 토대로 5시간 동안의 신생아 중환자실 모습을 재구성해보면 다음과 같다. 기록에 따르면 신생아들은 오후 1시를 전후해 무호흡, 산소포화도 및 심박수 저하, 혈압 저하 등 이상 증세를 보이며 급격히 상태가 악화됐다. 낮 12시 30분부터는 A 군이 산소포화도 저하, 오후 1시부터는 B 양이 무호흡, 산소포화도 및 심박수 저하, 오후 2시 5분부터는 C 양이 무호흡 및 산소포화도 저하 등 이상 증상을 보였다.
병원 의료진은 오후 3시쯤에서야 이들에 대해 혈액배양검사 진행, 항생제 추가나 양압산소치료(기계식 산소공급) 등 적극적인 조치에 나섰다. 하지만 신생아들의 무호흡, 심박수가 떨어지는 등 증세가 악화됐고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오후 9시 32분부터 오후 10시 52분까지 4명 모두 사망했다.
병원측은 지난 17일 사망환아 명단 및 심폐소생술(CPR) 실시 시간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혈액에 균이 침투한 ‘패혈증’을 의심할 수 있는 징후들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무호흡이 발생하거나 산소포화도, 심박수가 저하하는 상황은 놓쳐서는 안 될 만큼 중요하다”라며 “이를 발견했으면 감염 가능성을 두고 신속하게 검사를 진행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방 소재 대학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들의 경우 패혈증 초기 증상 없이 바로 쇼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상 징후가 있다면 응급조치를 바로 해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족들은 5시간 사이 이상 징후가 발견됐음에도 사고 당일 유족에 그 경과를 알리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사고 당일 12시 40분부터 1시까지 중환자실에서 A 군 면회를 갔던 그의 가족은 A 군의 심박수가 200 넘게 치솟은 것을 발견해 간호사를 불렀으나 “아이가 수유를 해서 그럴 수 있다”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병원이 공개한 기록에 따르면 A 군에 대해서도 12시 40분 혈압 저하에 따른 승압제 투여, 오후 1시 18분 항진균제 투여 등 의료조치를 취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사실을 보호자 쪽에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과 보건당국이 사인 규명에 나서고 있지만 원인 규명까지는 최장 1개월 이상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 1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사망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소견을 밝힌 데 이어 질병관리본부 역시 국과수에 보낸 소장과 대장 내용물, 흉강 체액 등을 통해 세균,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지만 정확한 결과가 나오려면 최장 1개월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9일 병원 압수수색에 들어가 분석자료를 확보한 데 이어 22일 병원 관계자 2명을 소환해 조사에 들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신생아 중환자실이 어떤 체계로 운영되고 관리돼 왔는지 조사할 예정”이라며 “사건과 직접 관련된 의료진에 대한 조사는 사인이 밝혀진 이후에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곪은 상터 터졌다” 벌레 수액·결핵 사태 등 솜방망이 처벌 그쳐 지난 19일 오후 찾은 이대 목동 병원은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부산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취재진들은 입구부터 진을 치고 있었고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 대기장소에선 이번 신생아 사망 사고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주를 이뤘다. 2층 산부인과 모습. 2층 대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김 아무개 씨(61)는 “(이대 목동병원은) 전부터 문제가 많기로 유명한 병원”이라며 “뉴스 나오는 걸 계속 보니까 의료 과실 쪽이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당시 TV에는 이번 사건과 관련 병원 측 과실 여부를 논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었다. 병원을 오랫동안 다닌 환자들도 깊은 시름에 빠졌다. 이곳에서 5년째 입원 중인 한 뇌경색 환자 가족은 “예전부터 의료 문제로 시끄럽기도 해서 불안하긴 했는데 오랫동안 있던 만큼 다른 병원 알아보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병원을 옮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계속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실제 이대 목동병원은 최근 몇 년 동안 ‘엑스레이 필름 좌우 반전 사고’ ‘간호사 결핵 사태’, ‘날벌레 수액’ 등 크고 작은 의료사고로 논란을 빚은 바 있으나 보건당국은 단순 시정명령 이상의 행정처분은 단 한 건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사고가 난 만큼 산모들의 이탈 현상도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이날 2층에 위치한 산부인과 대기실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병원 측 관계자는 이에 “원래 오후보다 오전에 환자들이 더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 산모 커뮤니티에서 일부 산모들은 이대 목동병원의 의료사고 사례를 공유하며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것을 적극 권장하기도 했다. 한 산모는 “믿을 만한 교수님을 보고 진료를 보러 왔는데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