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2월 일본 포경선 유신 마루2호 선측을 시셰퍼드의 스티브 어윈호가 충돌하고 있다. 양측 충돌은 2007년부터 격렬해졌다. 연합뉴스 | ||
일본의 고래잡이는 정부가 후원하는 고래연구소가 주도하고 있다. 고래잡이를 중단하라는 환경단체의 요구가 거세지자 고래연구소는 몇 해 전부터 연구를 위한 조사포경 중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에 시셰퍼드는 일본 배들의 활동을 계속 방해해 왔다. 연간 1000마리 이상의 고래를 포획하던 일본은 그들의 방해공작으로 2007년부터는 500~600마리 정도의 고래밖에 잡지 못했다. 게다가 과격한 방해로 선원이 다치는 일도 벌어졌다. 이에 일본은 극비리에 ‘복수계획’을 세워 출항 중이었던 6척의 배 중 한 척으로 시셰퍼드의 ‘애디 길’호를 유인한 뒤 격파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자 시셰퍼드의 대표 겸 선장인 폴 왓슨은 이번 사건이 일본의 고의적인 ‘해적활동’이라 보고 ‘애디 길’호가 만들어진 모국인 네덜란드 사법당국에 고소했다.
하지만 일본은 오히려 시셰퍼드의 과격한 방해활동으로 선원이 다쳤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시셰퍼드 측은 “자신들의 가장 중요한 방침이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그들의 활동으로 다친 선원들과 구체적인 방해활동들에 관해 발표하며 이번 충돌에서 그들이 쏜 보우건 화살 등을 공개, 시셰퍼드의 과격성을 알리고 있다.
한편, 시셰퍼드의 멤버 중 한 명이 보름 전 남극해에서 조사 포경 중이던 ‘제2 쇼난마루’호에 몰래 침입한 뒤 ‘애디 길’호 파손비용으로 3억 엔(약 40억 원)을 요구하는 청구서를 선장에게 전달한 뒤 붙잡힌 사건이 일어났다. 농림수산성 산하 수산청은 이를 “악질적 범죄행위로 판단한다”면서 일본 국내에서 사법처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실 일본이 세계의 비난 여론을 감수하고 환경보호단체와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포경활동으로 연간 수십억 엔의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용으로 포획한 고래를 연구활동이 끝나면 시장에 내놓고 판매한 뒤 다시 그 자금을 연구 활동에 쓴다는 명분이다. 일본 포경연구소는 “세계적으로 고래를 보호하는 운동이 확산되면서 고래량이 급격히 늘어났다”며 “연간 고래가 먹어치우는 물고기만 2.8억~5억 톤에 달한다. 이것은 세계 60억 인구가 연간 소비하는 9000만 톤의 3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조사포경. 즉 생태계의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고래를 잡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수산 저널리스트인 우메자키 씨는 “시셰퍼드는 일본이 IWC(국제포경위원회)의 결정에 위반해 조사포경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IWC에서는 조사포경에 대해 자숙권고를 한 적은 있어도 구속력은 없다. 국제포경획득조약상, 조사는 가맹국 정부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며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이번 침입 사건에서 무엇보다 일본인들을 놀라게 한 것은 명확한 일본어로 시셰퍼드 측의 배에서 확성기로 서간내용을 읽어 내려갔던 한 여성의 음성이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마리코(암호명)였다. 그녀는 작년 12월에 시셰퍼드 활동을 위해 오스트레일리아의 포트워스를 출항했으며 이 활동에 참가하기 전에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미국에 주재하며 1년 정도 환경문제에 관한 공부를 하며 여행을 했다고 한다.
그녀는 일본 주간지 <플래시>를 통해 포경활동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이다.
-직업이 무엇인가?
“일본에 있을 때는 교사였다.”
-참가하게 된 이유는?
“요청이 있었다. 무엇보다 많은 후원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직접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 기부 등으로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순수한 마음으로 바다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무엇인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시셰퍼드가 에코테러리스트라 불리는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호칭은 없어졌으면 한다. 이 쪽 단체는 일본의 위법행위에 대항하고 있는 것이다. 남극해는 고래보호구역이다. 보호구역에서 고래를 포획하는 일 자체가 완전한 위법행위다.”
-시셰퍼드에서 보우건 화살을 쏜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그것은 포경선이 포획한 고래의 질을 떨어뜨리기 위해 고래를 향해 발사한 것이라고 들었다. 팔 수 없도록 하기 위한 방해공작이라고.”
-방해 활동 중 경상을 입은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이쪽에서는 다치게 하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한 번도 법적으로 형벌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마리코의 말에 따르면 시셰퍼드에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승선하게 된다고 한다. 많은 응모자들로부터 선택된 ‘평범한 사람’ 30인 정도가 남극해에서 작은 배에 몸을 싣고 위험한 파도에 맞서 싸우고 있다. 항행일정은 3개월이 넘는다. 그녀는 “육지와 달라서, 쉽게 흔들리기 때문에 뱃멀미로 고통스러워하기도 한다. 날씨가 안 좋은 날에는 배가 더 많이 흔들려서 잠들 수 없는 밤의 연속이다. 모두가 지쳐서 기회만 된다면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플래시>는 시셰퍼드의 대표 폴 왓슨의 연 수입 1억 엔(약 13억 원)과 시셰퍼드의 연간예산이 200만 달러(약 23억 원)에서 350만 달러(약 40억 원) 정도라고 공개하며 ‘정말 멋진 환경보호단체’라며 비꽜다. 연간예산은 세계의 부유한 셀러브리티들의 지지가 없다면 불가능한 액수다. 숀 펜과 피어스 브로스넌과 같은 미국의 유명배우들 이외에도, 각계의 명사들과 기업으로부터도 매년 어마어마한 금액을 기부받는다고 한다. 특히 방해활동을 촬영한 것이 뉴스를 통해 전파를 타면 모금액이 높아진다고 한다.
이번 ‘애디 길’호의 침몰 사건으로 시셰퍼드의 활동이 수그러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들이 판매하는 티셔츠의 뒷면에는 함몰시킨 배들이 나열된 뒤 ‘To be Continued’(계속 이어질 것이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일본과 시셰퍼드 양쪽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환경을 위해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결국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건 자금의 힘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어느 쪽이 진정한 에코니스트이며, 에코테러리스트인지가 판가름 날 때까지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혜 해외정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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