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권 회장의 개인회사를 노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이 권 회장을 몇 차례 소환해 피의자 조사를 마친 데 이어 회장실 압수수색까지 진행한 것을 볼 때 검찰이 어떤 ‘확신’을 가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다수다. 검찰 내부에서도 이번 수사가 매우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과정에 밝은 특수부 관계자는 “권 회장의 개인비리 문제와 함께 계좌를 들여다보고 있다.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정권의 돈 흐름을 파헤치는 수사의 연장선상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중앙지검은 지난 정권의 비리를 찾는 적폐 수사가 한창이다. 최근 특수부에서는 오히려 적폐 수사가 아닌 경우를 찾기 힘들 정도다. 갈길 바쁜 특수2부에서 권 회장을 강도 높게 수사하는 상황을 비춰볼 때 이 수사를 적폐 수사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의 검찰 관계자는 “윗선에서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계열사와 개인회사, 계좌 등 개인비리 입증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검찰은 권 회장의 회장실, 감사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권 회장의 계열사와 개인회사를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 KTB투자증권의 계열사와 개인회사 등 권 회장이 거느린 회사는 그 수가 많다. KTB투자증권만 해도 총 55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아직은 어떤 계열사나 개인회사로 튈지 모르는 셈이다.
온라인 결제서비스 플레이통, 미술 전시업 크리에이티브통, 리조트업 캠프통 등 ‘통 그룹’처럼 알려진 회사도 있다. 이외에도 권 회장은 ‘벤처 투자의 귀재’라는 별명답게 수많은 개인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개인 회사 중에서는 지분을 취득했음에도 드러나지 않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가 많다.
권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 대표적인 회사는 한국엠엔에이(M&A)다. 그가 99%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기업투자, 매각한 윌비스, 한국지하철방송, 위너스터디 등의 회사도 있다.
특히 권 회장이 이들 회사의 대표로 KTB투자증권 임직원 등 측근들을 내려보낸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이 임원들은 한국엠엔에이 외에 한국기업투자, 위너스터디 등 권 회장의 다른 개인회사에서도 대표나 임원을 맡기도 했다. 임직원을 내려보내 관리해야 했던 게 무엇이냐는 의혹이 들 수밖에 없다.
KTB투자증권 측에서는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하고 측근들은 ‘가교’ 역할만 했으니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회사에서는 개인회사에서 어느 정도 일하는지 정확히 업무를 체크하지는 않고 있어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더 큰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이들 측근들이 돈은 KTB투자증권에서 받으면서 일은 권 회장의 개인회사에서 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그 자체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대부분의 회사는 겸직을 금지하지만 권 회장은 자신의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겸직을 지시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측근들을 동원한 만큼 권 회장의 책임이 가장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 재계 사정에 밝은 한 변호사는 “한 쪽에서 임원으로 임금을 받고 있으면서 대표 개인회사의 일을 본다면 배임으로 볼 수 있다. 권 회장도 자신의 개인회사의 일을 지시하면서 KTB에서 임금을 지급했다면 역시 배임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국기업투자와 한국엠엔에이 등을 통해 투자한 회사가 어떤 곳인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현재 권 회장은 개인 간의 민사 다툼을 벌이고 있다. 민사 재판 도중 그의 계좌 내역도 일부 밝혀졌는데 눈길을 끌 만한 대목이 있다. 밝혀진 거래 내역에서 그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한국기업투자에 약 200억 원, 한국엠엔에이에 약 80억 원을 입금했다고 한다. 같은 기간 권 회장은 약 60억 원을 회수해갔다는 기록도 확인해 볼 수 있다.
특히 이들 회사들은 투자회사다. 권 회장의 돈 약 300억 원이 자신의 투자회사를 거쳐 어떤 회사에 투자됐고 어느 정도 지분을 확보했는지, 또 어떤 명분으로 약 60억 원을 회수했는지 알 수가 없다. 개인이 알려지지 않은 회사를 수백 개 갖고 있는 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권 회장이 금융회사 대주주이자 회장이라는 점이다. 금융회사 대주주는 금융감독원의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할 정도로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만약 권 회장이 이들 투자회사를 거쳐 어떤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거나 투자했다면 큰 논란으로 불거질 수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과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의 임직원은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하는 경우 하나의 계좌를 통해서만 매매하는 등 소정의 방법을 따라야 한다. 한국엠엔에이, 한국기술투자 등에 입금된 돈이 상장 회사나 상장을 준비하는 회사로 흘러갔다면 큰 파장이 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권 회장이 직접 자신의 계좌를 이용한 투자가 아닌 투자회사를 거쳐 투자한 이유도 알려진 바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는 상장사 관련 규제이지만 상장하려는 회사 등 예외도 많아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검찰 수사 관련해서는 성실히 수사에 응하겠다는 말 이외에는 할 말이 없다”라고 답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