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가장 아름답고도 가슴 아픈 사연의 주인공은 바로 60대 경비원 고 양명승 씨다. 지난 3월 서울 노원구 소재의 한 아파트에서 오전 9시쯤 화재가 발생했다. 지하 1층 기계실에서 불이 나면서 순식간에 아파트 전체가 정전됐고 방송 시설까지 먹통이 됐다. 토요일 아침이라 아직 일어나지 않은 주민들도 꽤 있을 상황에서 방송조차 되지 않자 양 씨는 무작정 계단으로 뛰어 올라 화재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렸다.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60여 명의 주민을 대피시킨 고인은 지병이던 심장질환을 이겨내지 못하고 쓰러졌다.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는 그를 발견한 주민들이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숨졌다.
MBC 뉴스 화면 캡처
화재 현장에서 사람을 구한 의인들은 또 있다. 특히 스리랑카에서 온 노동자 니말 씨는 외국인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지난 2월 그는 경북 군위군 주택 화재 현장에서 90대 할머니를 구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할머니가 미쳐 화재 현장에서 나오지 못한 사실을 알고 불길 속으로 뛰어든 니말 씨는 결국 할머니를 구했지만 얼굴과 폐 등에 심각한 화상을 입어 3주 동안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했다.
그런데 니말 씨는 사실 불법체류자였다. 불법체류자 의인 1호인 셈이다. 이에 법무부는 니말 씨의 불법체류 벌금을 면제하고 치료비자(G1)까지 내줬다. 외국인 등록증을 받아 불법체류자 신분에서 해방된 것.
KBS 뉴스 화면 캡처
올겨울에도 훈훈한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데 강추위에 길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노인에게 선뜻 외투를 벗어준 중학생들의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서울 동대문 답십리시장에서의 미담은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됐는데 그 주인공은 전농중학교 1학년 학생인 신세현, 엄창민, 정호균 군이었다.
사진 출처 =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영하 11도의 강추위가 이어지는 오전 8시께 한 노인이 쓰러졌고 이를 마침 골목길로 등교 중이던 전농중학교 학생들이 발견했다. 노인의 상체를 일으켜 자신의 품에 기대게 한 학생들은 입고 있던 외투까지 벗어 노인에게 덮어줬다. 결국 노인의 의식이 돌아오자 집을 확인한 뒤 직접 업어서 집까지 모셔다 드리고 등교했다.
전농중학교 1학년 세 학생에게는 교육감 표창과 국회의원상(선행상)이 수여됐다. 이들은 “(어른들이) 왜 안 도와주나, 그런 생각을 했다. 이상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이 중학생들의 질문에 어른들이 대답해야 할 때가 된 게 아닌가 싶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