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를 모은 바른정당의 흰색 롱패딩. 하지만 선거 180일 전부터는 로고가 그려진 패딩을 입는 것은 선거법에 저촉이 돼, 야심차게 준비한 패딩을 다시 옷장에 넣어둬야 했다. 사진출처=바른정당 페이스북
바른정당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소속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행사 때마다 입을 수 있는 유니폼을 맞췄다. 올해 유행을 끄는 롱패딩 디자인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의 상징색은 하늘색이지만, 롱패딩 색은 흰색이다. 바른정당 관계자에 따르면 하늘색 롱패딩이 구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실용성이나 디자인 면에서 그리 예쁘지 않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흰색으로 맞췄다고 한다.
제작 단가는 9만 9000원. 충전재는 오리 솜털 80%, 오리 깃털 20%로 구성됐다. 바른정당 로고는 다 만들어진 패딩을 동대문 의류 시장으로 보내 옷 위에 프린팅했다. 이렇게 제작된 흰색 롱패딩은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당시 청년대변인들이 이 패딩을 입고 국회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국회 내부 직원들 모두 이를 보고서 “예쁘다”며 극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11월 바른정당을 떠나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 김무성 의원도 국회 엘리베이터에서 패딩을 입은 이들을 보고 “예쁘네”라고 칭찬했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바른정당은 이 패딩을 더 이상 입을 수 없다. 바로 2018년 지방선거 날짜가 180일 이내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93조는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제한·금지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당 로고를 배지로 제작해 착용하는 것은 가능하나, 로고가 그려진 패딩을 입는 것은 선거법에 저촉된다. 때문에 바른정당은 야심차게 준비한 패딩을 다시 옷장에 넣어둬야 했다.
국민의당도 당직자들이 즐겨 입는 유니폼이 있다. 이는 선거 유세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지난해 11월 추운 날씨에 당직자들을 위해 총무국에서 맞춘 것이다. 국민의당도 점퍼를 제작한 뒤 바른정당 롱패딩처럼 동대문 시장으로 보내 로고만 박았다. 오리털도 아니고 단순 솜으로 만들어져 내구성이 떨어지고, 가격도 1만 5000원에서 2만 원 사이로 저렴한 편이지만, 당직자들 사이에선 만족스러워하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국민의당 출입 기자들 역시 가성비 좋은 국민의당 점퍼를 본 뒤 “남는 점퍼 있으면 하나 달라”고 했으나, 이 역시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어 나눠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당직자들은 이 점퍼를 평소 당사는 물론 국회에서도 편하게 즐겨 입는 편이다. 하지만 국민의당 당직자들도 선거법에 따라 이 점퍼를 입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동물 복지’를 주장하는 정의당은 패딩을 제작할 때 오리털이 아닌 솜이 들어간 것을 선택한다. 연합뉴스
정의당은 바른정당·국민의당과는 달리 선거기간 또는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에만 유니폼을 사용하며, 패딩과 바람막이 티셔츠 목도리 등을 다양하게 제작한다. 19대 대선과 2014년 지방선거 때 제작된 유니폼은 각 후보들의 기호가 유니폼에 새겨져 있어 다시는 사용하지 않는다. 때문에 2018년 지방선거 때에도 새로운 유니폼을 제작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인기 유니폼은 2017년 대의원대회 때 제작된 바람막이로 제작 단가는 2만 원이 채 안 된다. 땀이 차지 않는 재질로 만들어 인기가 좋았는데, 당시 행사에 참석했던 당원과 대의원들이 “남는 것 있으면 좀 나눠달라”고 요구해 당직자들이 어쩔 수 없이 입고 있던 것을 벗어줄 정도였다.
반면, 가장 여론이 나빴던 유니폼은 2016년 지역위원장 워크숍 때 맞췄던 피케티셔츠다. 일반인들 눈에는 다 같은 노란색이지만 정의당 관계자들 눈에 이날의 티셔츠는 애매한(?) 병아리색이었다고 한다. 정의당 관계자에 따르면 유니폼을 제작할 때 특히 색상을 꼼꼼히 따져본다고 한다. 또 동물보호 차원에서 오리털로 만들어진 옷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도 정의당처럼 선거운동 또는 행사 참석 목적으로만 유니폼을 제작한다. 한국당은 대부분의 소속 의원들 모두 빨간 유니폼을 다 가지고 있어 더 이상 특별한 제작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19대 대선 때 제작된 야구점퍼는 디자인이 좋아서 인기가 많았고, 당협별로 야구점퍼를 추가 제작할 정도였다. 한국당 당직자들은 유니폼에 큰 불만도 없고 신경도 안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거 때 외에 유니폼을 제작하지 않는 배경을 두고 한국당 한 관계자는 “(한국당이) 야당이 되고 나서 (금전적) 상황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