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아마바둑대회가 대회 부문을 잘게 쪼개 많은 선수들의 참가를 유도하는 데 반해 이번 제1회 바둑신문배 전국바둑선수권대회는 그야말로 부문별 최강자를 선발하는 왕중왕전의 의미를 담은 셈.
23일 오전 10시 막을 올린 개회식에는 대한바둑협회 신상철 회장을 비롯해 바둑신문 대표 윤수로 회장, 강준열 대한바둑협회 부회장, 윤태현 부회장, 경기도바둑협회 정봉수 회장, 심판위원장 천풍조 9단이 참석해 첫 대회 개막을 축하했다.
주니어 최강부 결승전. 윤남기(왼쪽)가 김민석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가장 많은 우승상금인 300만 원이 걸린 주니어 최강부에서는 예상을 깨고 윤남기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김재승, 최우수, 강지훈 선수를 연파하고 올라 온 윤남기는 올해 내셔널바둑리그 매직리그 우승팀의 간판 김민석을 결승에서 꺾고 바둑신문배 초대 주니어 최강부 우승자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2013년 문경새재배 우승에 이어 4년 만의 전국대회 우승이라는 윤남기는 본인의 우승에 무척 얼떨떨해 하는 눈치.
윤남기의 우승이 의외라는 근거는 내셔널바둑리그의 성적표에서 잘 나타난다. 윤남기는 올해 제주 특별자치도 소속으로 15게임에 출장했는데 6승 9패밖에 거두지 못했다. 팀도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 반면 김민석은 대구 덕영 팀 소속으로 13승 2패를 기록, 팀을 정규시즌(매직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윤남기는 자신의 우승 가능성을 3%쯤으로 생각했다니 이변이라는 말이 꼭 들어맞는 경우다.
대구의 이학용(오른쪽)이 양창연에게 승리, 우승컵을 안았다.
여성‧시니어부에서도 낯선 인물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대구 이학용(64)의 우승을 점친 사람들은 많지 않았는데 보란 듯이 우승했다. 최근 이창호배 우승 등 두각을 나타내는 그를 두고 현 시니어 아마랭킹 1위 조민수 선수는 “이학용 사범이 최근에 바둑이 더 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본인 역시 “예전에는 상금에 눈이 멀어(웃음) 바둑이 뜻대로 안됐는데 생활이 안정되다보니 바둑도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조민수 사범이 어려운 상대인데 본선 첫 판에서 박성균 사범에게 반집 지며 탈락하는 바람에 우승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 부문의 특징이라면 여성들의 성적이 시니어에 비해 신통치 못했다는 것. 본선 8강에 여성은 김수영과 박지영이 올랐지만 둘 모두 4강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여성 기사들과 시니어는 팽팽한 승부를 벌인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 한쪽으로 급격히 기운 것은 대부분의 여성 기사들이 취업 연령에 들어서면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연 내년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긍금하다.
여자 초등최강부에서는 김은지가 예상대로 우승컵을 안았다.
주니어와 시니어부에서 예상 밖 결과가 나온 데 반해 초등 여자최강부에서는 예상대로 김은지 양(11)이 우승을 차지했다. 김은지 양은 SBS 영재발굴단을 통해 바둑 영재로 소개됐던 바로 그 천재 바둑소녀. 방송에 나간 이후에도 무럭무럭 성장해 초등생 중에서는 적수가 없다. 올초 열린 여자입단대회에서도 본선 8강에 올라 최근 가장 핫한 유망주로 꼽힌다.
지도사범 박병규 9단(장수영 바둑도장)은 “은지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굴 만나더라도 주눅 들지 않는 자신감”이라고 평한다. 그는 또 “은지는 이미 모든 기술적인 부분에서 흠잡을 곳이 별로 없다. 올해 한화생명배 세계어린이국수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것을 보듯 또래 남자 최강들과 겨뤄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현재 여자 프로의 경우 조혜연 9단이 11세 10개월로 최연소 입단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데 은지가 내년에 입단대회를 통과할 경우 자연스럽게 기록도 갈아치우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중·고등 최강부에서는 김다빈이 박지수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으며, 남자 초등최강부에서는 한우진 선수가 각각 첫 대회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제1회 바둑신문배 전국바둑선수권대회는 ‘인터넷 바둑뉴스’ 바둑신문과 대한바둑협회가 주최, 주관을 맡았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후원을, 국민체육진흥공단과 바둑신문이 재정후원했다.
유경춘 객원기자
시상식 후 입상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단체사진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