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 국정농단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일부 네티즌들은 ‘무기징역도 부족하다’고 얘기하지만, 법조계 관점에서는 상당한 ‘구형’이었다. 검찰은 구형과 함께 “대통령 권한을 이용해,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국가 기강을 송두리째 흔들었다”고 지적했는데, 박영수 특검팀은 “비선실세의 탐욕과 악행이 사건의 실체”라며 “재판 내내 범행을 부인하고 검찰과 특검을 비난하는 등 참으로 후안무치하다”고 비판했다.
최 씨는 검찰의 구형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휴정한 사이, 대기실에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던 최 씨는 “25년은 옥사하라는 얘기”라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수사팀 안팎에서는 “원래 무기징역 구형도 검토했는데, 25년이면 최 씨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무기징역이나 다를 바 없어 구형을 다소 낮춘 것”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재판부는 1월 26일을 선고 기일로 잡았는데, 2016년 11월 20일 최 씨가 재판에 넘겨진 지 432일 만이다. 이제 관심이 쏠리는 것은 법원의 판단이다. 최 씨의 혐의 중 가장 형량이 높은 것은 ‘뇌물’을 받았다는 것. 감경 요소가 있으면 징역 7년~10년, 가중처벌 시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법원 안팎에서는 현재까지 최 씨의 태도는 ‘가중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최 씨는 법정에서 법원을 비난하는 등 법원을 모욕한 부분이 있다”며 “기본적으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뉘우치지 않았기 때문에 감형 요소는 전혀 없고, 가중 처벌은 피하기 힘들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법조계는 최 씨의 범죄가 어디까지 유죄로 선고받을지 주목하고 있다. 최 씨의 범죄 혐의가 박 전 대통령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큰 범죄인 뇌물 부분이 공통적으로 적용되기 때문. 또 다른 법원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씨와 경제공동체로서 뇌물을 받은 적극적 공범’이라는 게 검찰, 특검의 주장이지 않냐”며 “법정에서의 태도는 최 씨와 사뭇 달랐지만 최 씨와의 공모 관계가 인정된다면 최 씨가 받은 양형 선고 중 50~60%는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최 씨가 무죄를 선고받는다면, 박 전 대통령 역시 자동적으로 무죄가 된다”면서도 “이재용 부회장 선고 등을 감안할 때 뇌물 부분의 무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순실 징역 25년 구형-안종범 6년-신동빈 4년 구형‘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물 최순실 씨가 12월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높은 정권 1~2년 차 때는 상관없겠지만 앞으로 어떤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른다”며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도 정권 3~4년 차 때는 사면 가능성을 열어놓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최 씨 양형에 큰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관리 혐의로 기소됐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정무수석은 오는 1월 2심 선고를 받는다. 12월 19일 서울고법 형사3부(조영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 박영수 특검팀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징역 7년, 조윤선 전 수석에게는 징역 6년을 구형했다. 1심 때 재판부에 요청한 형량과 같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실장 등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게 하고 이를 보조금 지급에 적용하게 한 행위는 불법이라고 판단하고, 김 전 실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다만 조 전 수석은 ‘보고받고 승인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회 위증 혐의만 유죄로 인정,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판결 선고는 오는 23일 열린다.
재단에 돈을 출연한 기업들도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다. 최 씨와 함께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징역 4년이 구형돼, 실형 선고 시 적지 않은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이보다 앞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심 선고를 눈앞에 두고 있다. 뇌물 사건 관련자 중 가장 먼저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은 12월 27일 벌써 2심 결심공판까지 끝냈다.
이 부회장은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최후 변론에서 “초일류 기업의 리더로 인정받고 싶었다”며 1심에 비해 솔직한 심정을 담담히 털어놨다. 이 부회장은 “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빚이 많은 사람”이라며 “10개월여 구치소 생활 동안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경험과 많은 사람들의 인생 얘기를 들을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나 자신이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았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특히 그는 특검에서 주장하는 ‘부정한 청탁’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이 도와준다고 기업인으로서의 꿈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아버지와 같은 삼남도 아닌 외아들로 후계자 경쟁도 하지 않은 제가 왜 승계를 이유로 부정한 청탁을 하겠느냐, 재판부에서 진실에 대해 제대로 살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검찰, 박영수 특검팀은 1심 때와 마찬가지로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2심 재판부는 2월 5일로 선고기일을 잡았다.
앞으로 최대 10여 회가량 재판이 예정돼, 오는 2월~3월 중 결심·선고 공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박 전 대통령 사건에 앞서 중요 관련자들의 법적 판단이 다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정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에 앞서 관련자들에 대한 법원 판단이 한 차례씩 다 나오면 결심 때 구형하기에 유리하다”며 “박 전 대통령 사건 재판부 역시 다른 재판부가 관련자들에 대해 유죄를 선고할 경우 박 전 대통령에게 유죄는 물론, 중형을 선고하기에 부담을 더는 부분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
벌써 100회 공판, 현장 가보니 궐석 재판 후 관심 ‘뚝’…이재용 재판은 ‘후끈’ “법원에서 10년 가까이 재판을 진행했지만. 형사 사건이 100회 공판을 한 것은 이번에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서울중앙지법 판사) 12월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재판이 어느덧 100회에 이르렀다. 앞선 판사의 설명처럼 1심 재판이 100번 넘게 열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지난 5월 23일 처음 공판을 연 이후, 약 7개월 동안 주 3회씩 공판을 진행했다. 그만큼 범죄 혐의가 방대하고, 혐의마다 다툼의 여지가 많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재판 열기는 예전 같지 않았다. 12월 2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을 찾았을 때 박근혜 전 대통령 100회 공판을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법원 내 가장 큰 재판정에서 이뤄지고 있음에도, 방청권을 뽑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었던 것과는 천지 차이다. 지난 5월 재판 초반에만 해도, 7.7 대 1의 경쟁률로 방청권을 뽑아야 했는데, 이제는 10여 명 안팎의 시민만이 공판에 참여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인데, 넓은 법정에는 기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동안 재판을 지켜본 기자들은 “최근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참여하지 않은 뒤로는 태극기 부대들이 대부분 빠져, 일반 방청객이 4~5명 수준에 불과했다”며 “최순실 씨 결심 공판도 방청객이 가득차지 않는 등, 관심이 예전만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같은 날 오전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선고에는 방청객이 가득했다. 상대적으로 작은 재판정이었지만, 결심 공판인 탓인지, 많은 취재진과 일반 시민 방청객, 법무법인 관계자, 삼성전자 관계자 등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서] |
최씨 선고 생중계 가능성? 공익과 인권 사이 ‘고민’ 국민적 관심이 쏠린 최순실 씨 선고를 놓고, 사상 처음 TV와 인터넷 등으로 생중계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에 앞선 지난 8월, 대법원은 새롭게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을 정하고 ‘필요할 경우’ TV나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592억 원대 뇌물 수수 혐의 등에 대한 첫 정식재판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당시 대법원이 허가한 것은 공공의 이익이 크다고 판단되는 1·2심 재판. 재판부의 재량으로 생중계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지침이었다. 사건의 중대성만 놓고 보면, 생중계 가능성이 높다. 최 씨는 지난해 말부터 국민의 이목이 쏠린 ‘국정농단’ 사건의 당사자이고, 박근혜 정부의 탄핵을 이끈 핵심이다. 실제로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최 씨와 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첫 재판에서 취재진의 법정 내 촬영을 허가했었고, 올해 5월 23일에는 최 씨가 박 전 대통령과 처음으로 법정에 나란히 선 모습을 공개했다. 하지만 생방송 여부를 단정짓기는 어렵다. 피고인들이 이를 거부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 법원 관계자는 “재판부가 피고인의 의견 등을 감안해 결정하겠지만, 피고인인 최 씨 한 명이 아니라, 안 전 수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여러 명이기 때문에 공익과 개인의 인권 사이에서 고민해야 할 요소가 많다”고 가늠했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