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삿포로 돔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개막식. 북한 신용국 단장 등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 여부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북한의 참여 여부는 지난 7월 ‘베를린선언’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밝힌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만약 북한이 평양에서 평창행 비행기를 띄운다면 이전에도 스포츠가 남북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 비춰볼 때 우리 정부에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요신문>의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평창 참여 가능성에 대해 쉽게 예단하지 못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지금 경색돼 있는 ‘북-미 관계’의 해빙이 관건이고, 결국 이 모든 결단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몫이라는 것이었다.
일단 북한은 평창 참여 여부에 대해 완전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여전히 긍정적 부분과 부정적 부분이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북한의 내부적인 호재가 있다. 김정은 체제에 들어서 북한 정권이 체육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이윤걸 세종연구소 객원위원은 “김정일 체제 시절엔 지도자의 취향에 따라 문화·예술 분야에 지원이 많았다면, 최근 김정은 체제에 들어서 체육 사업에 지원이 쏠리고 있다. 김정은 본인이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역시 “김정은 시대 들어 신설된 국가체육지도위원회에는 장성택, 최룡해 등 실세들이 책임자로 있었다. 이는 주목할 부분”이라며 “다만 최근 그 바통을 이어 받은 최휘 위원장의 인사는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김정은 정권은 전 국가적 체육지도기관인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신설했고, 그 자리에 실세가 오가며 체육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평창과 같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한다면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 선수단은 국제대회 출전을 주저하지 않은 편이다.
중국 쿤밍에서 열린 아리스포츠컵 유소년 축구대회에서 만난 양기대 광명시장(오른쪽)와 문 웅 북한 선수단장(왼쪽). 사진=광명시
지난 12월 17일 남북체육교류협회가 개최한 제3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 축구대회에서 최문순 강원지사, 양기대 광명시장, 김규선 연천군수 등 우리 대표단과 문웅 4.25체육위원장(북한 대표팀 단장 자격)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이 자리를 갖기도 했다. 이 자리서 남측 인사들은 공개·비공개 자리서 북한의 평창 참여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북측 인사들은 이에 긍정도 하지 않았지만, 부정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윤걸 위원은 이에 대해 “어찌 됐건 북한의 대표적인 체육단체의 고위급 인사가 남측의 민간기관 주관 행사 초청에 응했다는 것은 긍정적 신호”라고 진단했다.
다만 부정적 요소도 존재한다. 김흥광 대표는 “김정은은 2017년까지 군에 5대 타격력(핵개발, ICBM, SLBM, 핵배낭, 사이버무기) 완료를 지시했고, 실제 거의 완성됐다”라며 “아직 북-미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김정은이 혹여나 올림픽을 앞둔 연초 이를 대내외에 알리고자 하는 동시다발적 도발 이벤트를 감행할지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를 놓고 볼 때, 또한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북한의 상황을 놓고 볼 때 북한은 ‘저울질’ 중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김흥광 대표는 “어찌됐건 1호(김정은)가 결정할 사안이고 나머진 바둑알”이라며 “북한은 얻을 것과 잃을 것을 두고 저울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윤걸 위원 역시 “북한이 겉으론 평창행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우리가 어떤 메리트를 주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인터뷰] 중국 쿤밍서 북 체육인사 접촉한 양기대 광명시장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양기대 광명시장. 사진=광명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여부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최근 우리 광역 및 기초단체장이 포함된 남측 인사와 북측 체육계 고위급 인사 간 접촉이 있었다. 12월 17일 남북체육교류협회가 개최한 제3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 축구대회에서 최문순 강원지사, 양기대 광명시장, 김규선 연천군수 등 우리 대표단과 문웅 4.25체육위원장(북한 대표팀 단장 자격)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이 자리를 마련한 것. 무엇보다 평창올림픽이 불과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만남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일요신문>은 12월 28일 이 자리를 함께한 양기대 시장과 마주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당시 문웅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과의 만남 분위기는 어땠나. “환영만찬과 개막식을 비롯해 북측 인사들과 수차례 자리를 가졌고, 여러 대화를 나눴다. 서로 어깨동무도 하고 화합주도 주고받았다. 분위기는 서로 굉장히 우호적이었고, 화기애애했다. 신뢰가 쌓였다고 생각한다.” ―북측에 평창 참여를 독려하는 의사를 전달했나. “공식 환영사를 통해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의미를 설명하고, 공식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북측 인사들도 웃으며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실제 북측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가능성 있다고 본다. 다만 북한이 대화에 나설 적기라고 판단하면 말이다. 우리 정부도 2018년 한 해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두고 있지만, 북한도 마찬가지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역시 경제적인 문제와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에 대한 문제를 고민할 것이다. 이런 시기 스포츠 교류는 탄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이 중요한 것 아닌가. “그렇다. 김 위원장이 최종 결정할 사안이다.” ―양 시장께서 이와 별도로 북측 대표단에 전달한 사안이 있다면. “광명역은 유라시아 대륙철도의 출발점이 될 수 있고 이를 위해 나도 오랫동안 노력해 왔다. 2015년부터 철도교통 거점지인 중국 훈춘, 단둥, 러시아 하산, 이르쿠츠크, 몽골 울란바토르 등과 교류하고 있다. 결국 핵심은 남북 철도 연결 아니겠나. 이 때문에 광명시는 이에 대한 용역 타당성조사에 착수해 현재 진행 중이다. 이번 자리서 북측에 이에 대한 사실을 전달하고, 현장조사를 위한 우리 측의 개성 방문을 요청했다.” ―북측에서 반응이 있었나. “북측 관계자들이 ‘남북의 벽을 허물자는 것인가’ 하고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 밖에도 당시 자리서 북측과 오간 얘기가 있다면. “상당히 예민한 문제라 자세히 언급하기 어렵다. 괜한 오해가 될 수도 있고. 이해해 달라”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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