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일요신문DB
조강특위는 교체 대상이 된 당협위원장 62명을 새로운 인물로 바꾸는 작업에 돌입한다. 특히 지방 선거를 감안해 현역 의원을 우선적으로 당협위원장에 선임키로 했다.
이용구 조강특위 위원장은 “원외위원장이 열심히 해와서 당무 감사도 통과했지만 지방선거를 현역 의원 중심으로 치러야 하지 않겠느냐는 당의 결정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최고위에서 원외 당협위원장들에 대해 정책적 배려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강특위 관계자 또한 이 같은 결정에 수긍했다.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원외 인사보다 현역 의원이 조직관리 역량이 뛰어나다. 소식도 훨씬 빠르고 현장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서도 현역 의원 프리미엄이 작용한다. 원외 인사가 지역구에서 조직 관리하고 있다가 선거에서 공천 받기 위해 현역 의원과 충돌하면 그것도 문제다. 이번 당협 정비는 교통정리 차원이다. 바른정당과의 합당 문제도 남아있지 않나”라고 했다.
조강특위 위원장엔 이용구 당무감사위원장이 임명됐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 제명을 추진했던 류석춘 혁신위원장, 정주택 윤리위원장이 위원 명단에 포함됐다. 원내 인사로는 복당파 친홍계인 홍문표 사무총장과 지난 대선 때 홍 대표의 수행단장을 맡았던 김성원 의원이 발탁됐다. 이밖에 황선혜 전 숙명여대 총장, 이인실 전 변리사회 이사 등이 참여한다.
일각에선 조강특위 구성에 뒷말이 나왔다. 홍 대표의 인적·조직 혁신을 수행한 외부 인사가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성원 의원실 관계자는 “김성원 의원은 한국당 지역구 의원 가운데 최연소 의원으로, 당내 인사들과 두루두루 스킨십을 하고 있다. 또 한국당 초선 모임 대표였고, 중립적인 스탠스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조강특위 위원에 발탁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조강특위 인선을 두고 비홍 진영에서 격렬한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헌 제82조와 지방조직운영규정 제30조 제5항은 “당 대표는 최고위 협의를 거쳐,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전략기획부총장 및 조직부총장을 당연직으로 하는 7인 이내의 조강특위를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친박계인 김태흠 최고위원은 12월 28일 최고위 회의에서 조강특위 구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당무감사위원장이 조강특위 위원장을 맡고 당무감사위원 2명이나 조강특위 위원을 맡도록 한 것은 심판에게 선수 선발을 맡기겠다는 발상이다. 정당사에 유례가 없는 철저한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중립 성향인 나경원 의원 또한 12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강특위 위원장엔 외부인이 선임됐고, 전략기획부총장과 조직부총장은 아예 배제됐다. 당헌·당규에 명시적으로 배치되므로 조강특위 구성은 당연 무효이며, 반드시 당헌·당규에 맞게 다시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홍 사무총장이 공정성을 위해 외부 인사에게 위원장을 맡기자고 제안했다. 또 청년 대표성을 가진 위원을 추가로 인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의 조강특위 관계자는 “당 대표가 조강특위를 본인 입맛대로 꾸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표 말에 힘이 실려야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할 수 있지 않겠나. 대표는 국민들의 표로 심판 받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국당 관계자는 “홍 대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됐던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로 나왔기 때문에 자신이 계획했던 대로 당을 이끌어 나가게 될 것이다. 게다가 한국당은 당 구성 자체가 복잡하다. 이런 결속과 추진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조강특위에 친홍계가 대거 포진된 점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준길 전 대변인이 윤리위에서 경고 조치를 받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당은 이미 ‘홍당’”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또한 조강특위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조강특위는 당의 향후 운영 방향이나 당 대표의 철학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100% 공정성이 담보가 될 수 없다는 말“이라며 ”형식 논리로 보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지만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도 없다.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 당내에서 납득할 만한 수준의 공정성은 확보돼야겠지만 주관성이 가미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논리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편, 조강특위는 당협위원장 공석인 73개 지역의 당협위원장 공모를 한다. 서류접수는 1월 3일∼6일까지 나흘 동안 접수할 예정이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