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서면 용늪.’ 때를 잘 맞춰 가면 길 양편에서 만개하는 연 꽃을 볼 수 있다.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그들의 만남처럼 여름과 가을이 교차하고 6번 국도와 45번, 363번 지방도가 강줄기 모양 따라 교차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갈라지는 길 따라 시작된 가을풍경을 담아보았다.
1.연못 수놓은 우아한 자태 에어컨 없이 달리는 차의 창문으로 시원한 바람과 향기가 스며들더니 이내 양수리 표지가 들어선다. 올 여름 수마가 할퀴고 간 상흔도 보이지 않고 그저 소리 없이 흐르는 두 줄기의 강이 평화롭기만 하다. 양수교를 건너 서종면으로 가는 363번 지방도로로 접어들면 오래 전부터 저 혼자 피고 지고를 반복하던 연꽃 서식지를 만나게 된다. 서종면으로 향하는 길에 있어서 ‘서종용늪’이라고 알려졌으나 정확한 지명은 ‘양서면 용늪’이라고 한다.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에 피어나는 우아한 꽃이 바로 연꽃이라는데, 검푸른 저수지에서 피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꽃이라 진흙 속에서 발견되는 진주처럼 더욱 사람의 마음을 끈다. 그래서 불교에서도 연꽃을 속세의 더러움 속에서 피지만 물들지 않는 청정함을 상징하는 것이라 여기고 신성하게 생각한다. 은은한 향기가 멀리 있을수록 더욱 잘 느껴진다. 길 양편으로 복사꽃처럼 환한 연꽃이 만개하는 광경은 때를 잘 맞춰야 볼 수 있지만, 늦깍이처럼 다른 꽃이 질 때쯤 피는 꽃도 있어서 꽃을 보는 기간은 조금 긴 편이다. 이곳에 피는 연꽃은 양서면에서 9대째 살고 있는 이곳 토박이가 81년도에 심어놓은 것이다.
굳이 이름을 밝히지 않고 그저 ‘연꽃 심은 사람’으로 그 동네에서 통한다고 하는데 연꽃을 찍는 사진작가부터 일반 사람들까지 그저 지나가다가 문득 발견하게 되는 곳이 여기라고 한다. 연꽃이 가득한 어느 모퉁이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연꽃을 보러 오시는 분들에게-연꽃이 피어서 이른 아침 맑은 이슬을 받아 안고 어쩔 줄 모르는 연잎이랑 함께 당신에게 먼저 보냅니다-오래 전 연꽃을 심은 사람이.” 가을에는 순박한 마음으로 가슴을 보듬어 주는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좋겠다.
▲ 서울종합촬영소에는 전통 한옥 ‘운당’이 복원돼있다. 뒷산과 기와의 선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 ||
이곳에서부터 ‘아프리칸빌리지’가 보이는 그곳까지 되도록 천천히 길을 감상하며 달리는 것이 좋다. 올 4월 개관한 이곳은 1만여 평의 대지에 아프리카 14개국의 작품을 전시해놓은 민속 미술박물관이다. 평일인데도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단위의 관람객이 많다. 5개의 아프리카 전통 군락에 테마별 전시를 하고 있는데 특히 아이들이 직접 즐겨볼 수 있는 아프리카 전통놀이에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둥둥 북을 쳐보는가 하면 드럼인 양 사정없이 두드려대고는 저들끼리 깔깔깔 숨넘어가게 웃는 모습이 마냥 즐겁다. 주로 서부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화가의 유화, 목조각, 특별한 행사 때 사용했던 아프리칸 마스크, 아프리칸 특유의 컬러를 보여주는 날염(BATIC)을 부락별로 전시해놓고 있다.
아프리카 요리와 음료를 제공하는 식당겸 카페인 사파리캠프에는 아프리카 분위기를 내는 소품들로 꾸며졌다. 조각품, 날염, 그림까지 구입할 수 있다. 이곳에서 아프리카인이 요리하는 아프리칸 바비큐나 싸자(옥수수로 만든 죽) 등의 아프리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사파리캠프를 통과하면 언덕위로 ‘소나조각공원’이 펼쳐진다. 조각품들은 작은 말라위호수를 따라 반원을 그리며 일렬로 늘어서 있다. 수백여 점의 다양한 작품이 생동감 있다. 미술관에 놓이기보다 자연 속에서 훨씬 더 잘 어울리는 소나조각은 남아프리카 짐바브웨 일대에 살고 있는 소나(Shona)족 예술가들의 작품이 대부분이다.
그 지역의 풍부한 돌자원을 바탕으로 돌조각을 발전시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이들로 소나의 조각가는 돌에도 피와 살과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으며 그것이 조각의 섬세함으로 반영되었다고 한다. 아프리칸빌리지에서는 두 달 전부터 아프리카 전통춤 기능보유자들을 초청해 공연을 하고 있다. 총 11명으로 구성된 공연팀으로 매일 10여 가지 이상의 독특한 아프리카 토속춤을 선보여 사람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공연과 전시 놀이가 어우러지는 곳이라 조금 시원해진 가을날에 아이들 손을 잡고 가기 좋은 추천장소다.
▶가는 길: 팔당터널 지나면 곧바로 좌회전하여 45번 국도로 진행-아프리칸 빌리지 푯말을 보고 다시 좌회전해서 도로를 따라 2km 들어가야 아프리카 민속 박물관에 이르게 된다. 무료주차이며 입장료(3천원)을 내면 평일 오후 3시, 토요일 저녁 7시, 공휴일 2시30분에 아프리카 민속춤을 구경할 수 있다. 문의 : 031-576-662
▲ 아프리카빌리지의 사파리캠프. 각종 소품들로 꾸며져 있다 | ||
하늘이 높고 맑은 가을에 운당은 더욱 아름다워진다. 전통사극 촬영 장소로, 바둑 대국의 장소로 주로 이용되던 이곳에는 본채, 안채, 사랑채, 별당 등 건축물이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멀리 막힘 없이 산으로 향하는 전망이 그야말로 구름의 집이라 할 만하다. 이곳 운당에서 9월8일까지 ‘한국의 옛 문화 심층순례’가 열린다. 우리나라에서 이름난 수련 약 50여 종을 커다란 옹기에 담아 전시하고 연꽃 문화 강좌도 곁들인다.
특히 사대부가의 음료와 음식들을 시식하는 기회도 갖는데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어 9월8일까지 연장했다. 가족나들이 외에 연인과의 가을 데이트로도 좋은 곳이다.
▶가는 길: 아프리칸빌리지에서 대성리 방면으로 약 2km 더 직진. 운당은 서울종합촬영소에서 가장 멀고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문의: 031-5790-600 박수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