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평양 군사퍼레이드에 등장한 북한의 핵배낭. 연합뉴스
핵배낭이란 일반 가방크기의 케이스에 핵폭발 장치를 넣어 운영하는 일종의 핵무기를 말한다. 1세대 소형 핵무기인 ‘데이비 크로켓’을 개조한 것에서부터 유래한다. 핵배낭은 해외 전쟁 및 군사영화에 제법 등장한 바 있기 때문에 의외로 익숙한 무기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 휴대성 때문에 가장 전략적이고 효율적인 핵관련 전술무기로 분류된다.
북한이 핵배낭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80년대 후반, 1990년대 초반 구소련의 붕괴 시점이다. 이때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위성국들은 적잖은 혼란을 겪었다. 이 시기 북한은 당내에서 직접 일종의 TF팀을 가동했고, 위성국들의 핵무기들을 끌어오는 역할을 했다. 이때 핵배낭을 포함한 전략무기 일부가 북한으로 들어갔다. 여기에는 구소련 출신 연구자 등 인적자산까지 포함된다.
이때 북한으로 흘러들어온 핵배낭이 대략 4~5개로 추정된다. 이에 대한 증언은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터라 북한 핵배낭 개발의 시초는 비밀리에 흘러든 구소련 핵배낭으로 본다.
북한은 이를 표본으로 삼아 분해와 조립, 개조, 역설계 과정을 통해 자신들만의 핵배낭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실제 전력화에 나섰다.
북한이 핵배낭의 실체를 처음 공개한 것은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인 1998년 9월 9일 정권창립 5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다. 이 행사는 김일성 주석 사망 후 약 3년간 은둔기간을 거친 김정일이 대내외에 모습을 드러낸 데뷔 무대기도 하다. 이 행사에는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의 전통 우방 고위 인사들도 대거 참여했다. 다만 북한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당시 외부에 공개된 핵배낭은 그저 사각의 빈 통에 불과했다고 한다. 안전을 위해 내용물을 제거했을 여지는 있지만, 일종의 대외 과시를 위한 페이크였던 셈이다.
이후 북한은 2013년 다시 핵배낭을 둘러멘 특수부대 열병 행진을 방송을 통해 공개했고, 줄곧 군사퍼레이드마다 핵배낭이 등장하고 있다. 가깝게는 지난해 7월 평양 군사퍼레이드에서도 핵배낭이 등장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북한의 핵배낭 개발 과정과 이를 직접 다루는 특수부대의 실체에 대해선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필자는 최근에서야 북한 내부 관계자를 통해 이를 다루는 주력부대의 정보를 어렵사리 입수할 수 있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의 핵배낭을 다루는 문제의 특수부대는 조선인민군 제301군부대이다. 북한 내에서는 일명 ‘주체여단’이라 불리고 있다. 301부대는 1990년대 중반 평안북도(일부 소속 부대는 양강도에 산재)에 주둔지를 마련해 처음 창설됐다고 한다. 창설 당시만 해도 교도훈련국 산하의 연대급 특수부대 규모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최근엔 부대원 2000~3000명의 여단급 규모로 급성장했다. 301부대는 처음 교도훈련국을 거쳐 오랜 기간 최고사령부 작전예비대 직속으로 운영돼 왔다. 이후 301부대는 2013년에서 2015년 사이 전략군(구 전략미사일군사령부)이 개편되면서 전략국 소속으로 이전됐다고 한다.
평안북도 모처에서 창설된 301부대는 현재 황해북도 신계군 정봉리에 주둔하고 있다. 김정일은 2003년 3월 1일 이 부대 내 직속 1개 중대를 대상으로 미국 침투 훈련을 명하며 지금의 장소로 전진 배치시켰다고 한다. 301부대는 이를 기점으로 군 내 활용도가 급속도로 커졌다.
이는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다. 이곳은 북한 최고사령부 서부전선 전시작전지휘소 후보지가 위치한 신계군 왕당리와 산 하나를 두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부대 주변엔 초소가 8개나 있다고 한다. 김정은의 집무실 인근 초소가 네 개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만큼 이 부대가 삼엄한 경비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문제의 301부대가 현재 다루고 있는 핵배낭의 종류와 그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핵배낭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실제 폭발력보단 폭발 당시 노출되는 방사능 물질 살포로 적진에 간접적인 혼란을 야기하는 ‘더티 밤(dirty bomb)’이다. 두 번째는 가공할 만한 폭발력과 화력으로 적진에 실질적인 피해를 야기하는 ‘클린 밤(clean bomb)’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핵배낭은 후자라 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인 핵무기 극소형화 기술이 전제돼야 한다.
앞서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301부대의 주력은 아직 ‘더티 밤’ 수준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 301부대의 주력 훈련 내용은 활공기, 사이클, 무인기를 통해 운반한 핵배낭을 적진에 살포, 공포심리 작전을 전개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혹자는 ‘더티 밤’이 직접적인 폭발무기가 아니란 이유로 무시하곤 하지만, 사실 ‘클린 밤’ 못지않은 효과를 볼 수 있는 무기기도 하다.
다만 염려스러운 부분도 존재한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301부대는 최근 직속 중대의 몇 개조에 한해 ‘클린 밤’을 다루는 임무 및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북한이 ‘클린 밤’ 핵배낭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실전 배치도 곧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의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북한 육해군 서부전선 합동 훈련 당시에도 문제의 301부대 소속 팀들이 참가했다고 한다. 이는 이전에는 없었던 일이다. 북한 내부에서도 301부대 팀들은 기밀을 이유로 공식적으론 훈련 참가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분명 유심히 지켜볼 대목이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