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룹 내 최대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롯데캐피탈을 비롯한 화학부문과 건설부문은 여전히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 아래 있다. 호텔롯데는 ‘상장’이라는 해법이 이미 나와 있는 상태다. 비유통 부문에서 승부수가 불가피해 보인다.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등 금융계열사를 활용할 조짐이 뚜렷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2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횡령, 배임, 탈세’ 등 경영비리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롯데지알에스는 일본계로 분류되는 호텔롯데와 일본롯데가 45.56%의 지분을 가진 곳이다. 롯데상사도 호텔롯데가 단일 최대주주로, 한국후지필름의 지분 56.8%를 가진 최대주주기도 하다. 롯데로지스틱스는 일본 L제2투자회사가 지분율 45.34%로 1대주주다. 호텔롯데 지분율까지 합치면 과반이다.
대홍기획은 일본계 지분율은 낮지만 롯데제과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이 많다. 특히 롯데손해보험의 최대주주다. 롯데아이티테크도 롯데쇼핑과 롯데역사, 롯데피에스넷, 롯데건설 등의 주요주주다.
결국 6개사는 분할과 합병으로 롯데지주를 지배하는 신 회장의 직할 체제로 편입된 셈이다. 아울러 이들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지분들도 롯데지주로 집중됐다. 순환출자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그 결과 신 회장과 롯데지주의 그룹 지배력이 높아진 효과가 더욱 뚜렷해졌다.
눈길을 끄는 점은 금융계열사 지배주주가 호텔롯데로 바뀌는 점이다. 호텔롯데는 대홍기획과 롯데지알에스, 한국후지필름으로부터 롯데캐피탈 지분 12.61%를 1366억 원(주당 3만 2551원)에 인수해 지분율을 39.37%로 높였다. 일본계가 100% 지배하는 부산롯데호텔은 대홍기획으로부터 롯데손해보험 지분 21.69%를 632억 원에 인수하면서 단독 지배주주가 됐다.
남은 금융계열사는 롯데카드다. 롯데지주가 93.78%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자기자본 기준으로 그 가치는 2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산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공정거래법상 롯데지주는 이 지분을 언젠가 처리해야 한다. 롯데지주 밖으로 내보내면서 롯데의 큰 울타리에 두는 게 최선이다.
롯데지주가 출범했지만 화학과 건설 부문은 여전히 일본계의 강력한 지배 아래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와 호텔롯데는 롯데물산 지분을 각각 56.99%, 31.13% 들고 있다. 롯데물산은 그룹 시가총액 1위인 롯데케미칼 지분 31.37%를 가진 1대주주다. 일본 롯데홀딩스와 호텔롯데도 롯데케미칼 지분을 9.3%, 12.68% 보유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정밀화학 지분 31.13%를 가진 지배주주다. 롯데건설 역시 호텔롯데와 롯데홀딩스, 롯데케미칼 등 일본계 지분율이 78.63%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물산의 순자산가치는 4조 5000억 원이다. 손익에서 롯데케미칼의 지분법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지난해 실적 개선을 감안한다면 순자산가치는 5조 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가 보유한 지분이 약 1조 5000억 원 이상, 최대 2조 원에 달할 수 있다.
롯데지주가 롯데카드 지분과 호텔롯데의 롯데물산 지분을 맞교환하고, 향후 상장을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의 롯데물산 지분을 시장에 매각하는 방법이 가능하다. 금산분리 규제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롯데물산에 대한 롯데지주의 단일 지배체제까지 이뤄낼 수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를 지배하는 임직원들에게는 막대한 상장차익의 기회가 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일본 롯데홀딩스를 지배하는 임직원 주주들은 사실 한국 롯데그룹을 통제할 만한 역량도 조직도 없다고 봐야 한다. 이들도 호텔롯데와 롯데물산 상장 등으로 막대한 현금을 챙기는 편이 낫다. 신 회장은 이를 지렛대 삼아 잠재적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의 연결고리를 끊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한편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은 일반 주주들에게도 나쁘지 않은 소식이다. 비상장으로 남아있던 다수 계열사들이 상장사인 롯데지주 아래로 편입되면서 기업가치가 발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