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효성 본사. 박정훈 기자
[일요신문] 효성그룹이 마침내 지주회사로 전환에 돌입했다. 한 법인 내에 여러 사업부문이 공존하다 보니 기업가치 발현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조석래 회장의 후계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조현준 대표이사 회장 형제의 지배력 강화가 최대 산물이 될 전망이다.
현재 효성의 지배구조는 조석래 회장이 10.15%, 조현준 대표가 13.52%, 조현상 사장이 12.21% 등으로 이뤄져 있다. 경영권 안전선으로 꼽히는 30%를 훌쩍 넘는다. 하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다. 조 회장 지분을 조 대표 형제가 물려받아야 하는데, 부담이 상당하다. 조 회장 지분은 356만 주 가운데 218만 주가 담보로 잡혀 있다. 조 대표는 478만 주 가운데 407만 주, 조 사장은 429만 주 가운데 397만 주가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돼 있다. 상속 또는 증여에 따르는 세금부담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지주사로 전환하면 고민을 덜 수 있다. 효성이 인적분할되면 3부자의 사업회사 지분을 투자회사에 현물출자, 지주사 지분율이 배가된다. 여기에 5.26%에 달하는 자사주도 지주사로 넘어가면서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효성의 분할계획을 보면 투자회사 순자산가치는 현재의 39.28%, 사업회사 60.72%다. 3부자가 사업회사 지분 1%를 현물출자하면 투자회사 지분 1.54%를 받을 수 있다. 단순추정해도 삼부자 지분이 55%를 훌쩍 넘긴다. 자사주 효과까지 감안하면 60% 이상도 가능하다. 3부자로서는 지분 일부를 매각하거나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해 현금을 마련할 여지가 발생한다. 굳이 조 회장 지분을 넘겨받지 않더라도 두 형제 지분만으로 지배가 가능하다.
효성의 시가총액은 현재 5조 원가량이다. 지주사 시총은 순자산가치 분할 비율을 적용하면 2조 원 대로 추정된다. 약 10% 정도만 매각해도 2000억 원 이상의 현금을 만들 수 있다.
한편 이번 지주사 개편이 향후 조 대표 형제 간 재산 배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두 형제의 지주사 지배력이 높아지는 만큼 4개 사업회사를 나눠 가질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효성은 한국타이어와 형제 집안이다. 조석래 회장의 동생인 조양래 회장과 조현식·조현범 사장, 조희원 씨 3남매가 지분을 나눠 들고 있다. 다만 한국타이어는 주력 사업부문이 타이어뿐이다. 반면 효성은 화학, 티앤씨(섬유무역), 중공업, 첨단소재 등 여러 사업부문이 존재한다. 조현상 사장은 첨단소재 부문 경영을 맡고 있다. 한국타이어와 달리 형제간 분할이 용이한 구도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