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자유한국당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된 인물은 다섯 손가락을 가득 채웠다. 현역인 서병수 시장을 비롯, 안대희 전 대법관과 장제국 동서대 총장에다 이종혁 전 최고위원과 박민식 전 의원까지 자천타천으로 거론됐다.
자유한국당 부산시장 후보로 압축된 세 명의 모습. 왼쪽부터 서병수 시장, 이종혁 전 최고위원, 박민식 전 의원.
그런 가운데 안대희 전 대법관과 장제국 동서대 총장이 잇달아 지방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 총장은 지난해 12월 26일 “잠시 고민했지만 대학발전에 매진하겠다. 더 이상 부산시장 출마에 관한 얘기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며 불출마를 공식화했다. 안 전 대법관도 같은 날 “시장이든 도지사든 준비가 부족하다. 어느 쪽도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후 이종혁 전 최고위원이 당직을 사퇴하고 출마 기자회견까지 가지면서 자유한국당 부산시장 후보군은 세 명으로 압축됐다. 물론 삼파전 구도가 완전하게 정립된 것은 아니다. 김세연 의원이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5일 오전 기준으로 아직 바른정당을 떠나지는 않았지만, 한국당으로의 복당은 기정사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구도는 한 명의 챔피언에 두 명이 도전하는 모양새다. 이들 가운데 가장 유리한 자는 단연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두른 서병수 시장이다. 현역 프리미엄과 인지도, 그리고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란 이미지 등이 그의 최대 장점이자 무기다. 실제 서 시장은 최근 “결국 공천은 내가 받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단점 또한 만만치가 않다. 특히 최근 한국갤럽이 실시한 2017년 하반기 시도지사 직무수행평가에서 서병수 시장이 꼴찌를 차지한 점이 주목된다. 이보다 조금 앞서 리얼미터 실시한 전국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평가에서도 부산시가 꼴찌를 차지했다. 이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서 시장이 시민들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한다는 점이다.
서 시장 외의 다른 도전자들은 ‘서병수 필패론’을 내세운다.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후보로는 절대로 선거에서 이길 수가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박민식 전 의원은 서 시장으로는 백전백패의 구도라며 개혁보수인 젊은 자신만이 확장성과 경쟁력 있는 대안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종혁 최고위원도 출마 기자회견에서 “기존 시장의 리더십으로는 백전백패다. 이미 부산의 민심이 필패의 비상경고음을 내고 있다”면서 “부산발 산업혁명을 시작할 수 있는 후보가 나타나야, 문재인 정권의 집권으로 어렵고 위태로워진 부산시장 선거에서 희망의 불씨를 살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후보군이 압축되자 이제 공천방식에 관심이 모인다. 현재로서는 경선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출사표를 던진 세 명 모두가 경선에 찬성의 뜻을 나타내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서 시장과 최근 지역위원장 자리마저 잃은 박 전 의원이 상대적으로 더욱 적극적이다.
현재로서는 누가 공천을 받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다. 게다가 어렵사리 공천을 받는다고 해도 그 어느 때보다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본선을 치러야만 한다. 하지만 세 명 모두 자유한국당 부산시장 후보라는 단 하나의 꿈, 다시 말해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아닌 이상동몽(異床同夢)을 꾸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