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동 12번 출구. 고성준 기자
“할아버지, 할아버지도 한국말 쓰면 안 돼?”
6살 꼬마는 중국 동포(조선족)인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집 근처 놀이터에서 아이들끼리 놀 때는 문제가 없었다. 서로 재밌게 놀다가도 조선족 할아버지가 아이를 찾으러 오면 한국인 부모들은 조선족 아이를 멀리하곤 했다.
한국인 부모는 “중국 아이인가보네요. 아이가 한국어를 참 잘하네요”라고 웃으며 얘기했지만 그때뿐이었다. 다음부터 그 아이와는 만날 수 없었다. 아이는 그때마다 “할아버지, 우리는 왜 중국에서 왔어? 할아버지도 중국말 하지 말고 한국말 써”라고 투정을 부렸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중국인(중국 동포 포함) 범죄율은 중간 수준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거주하는 중국인 10만명 당 범죄자 검거 건수(2016년 기준)는 2220명으로 내국인(3495명)의 63.5%에 머물렀다. 범죄율이 가장 높은 국적은 러시아로, 인구 10만명 당 범죄 검거 건수가 4837명에 이른다. 중국은 경찰청이 분류한 16개국 가운데 중간 정도에 위치한다.
그럼에도 조선족은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잠재적 범죄자로 묘사되곤 한다. 이로 인한 ‘왕따’ 문제도 심각하다. 중학생인 A 군은 부모가 조선족이란 이유로 따돌림을 당해 학교를 결국 자퇴했다. A 군은 당시 “너네 부모 짱깨지” “너네 아빠도 장기 매매 하냐”는 등의 폭언에 시달렸다고 한다.
비단 A 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림동 등 조선족 밀집 지역 PC방엔 조선족 아이들이 90% 이상이다. A 군처럼 자퇴를 했거나 학교를 다니지 않는 이들이다.
중학생 아이를 둔 조선족 B 씨는 “중국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다니다가 온 애들은 한국에서 같은 학년에 가자니 수준이 안 된다. 언어 차이도 있지만 공부 수준 차이도 있다. 그래서 보통 한 학년 내려서 입학한다. 그렇게 되면 나이는 1~2살 많고 모든 게 생소하니 결국 따돌림당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중국 동포에 대해 경시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자식들한테도 그 영향이 미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림동에서 장사를 하는 C 씨 부부는 “우리 아이들은 중국에 있다. 한국에서 적응을 하지 못할까봐 데려오지 않았다”고 했다.
초등학생인 자녀를 둔 학부모 D 씨는 “혹시 조선족이라는 게 밝혀져 아이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학교 가는 것도 꺼려진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백인이라고 하면 우호적이고 우리 같은 조선족 등은 무시한다. 중국에선 한국인 취급당하고 한국에선 중국인 취급 받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도 했다.
노인들 사이에서도 조선족은 멸시의 대상이다. 40~50대에 한국으로 이주해 터를 잡은 조선족 1세대가 80세를 바라보는 노인이 됐다. 자식들은 지방에 직장이 있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부모가 방치돼 있는 상황이다. 80대의 한 중국 동포 할머니는 “노인정에 기분 나빠서 갈 수가 없어. 문 앞에서부터 쳐다보고 눈칫밥을 줘. 난 물 심부름까지 시켜서 해봤어. 4개월 다니다가 그만뒀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70대 할머니는 “식사 문제가 가장 걸려. 중국은 요리 위주로 식사를 하는데 여기는 김치, 국에…음식이 입맛에 안 맞아. 또 장기 고스톱도 중국식이랑 달라.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안 가게 됐어”라고 말했다.
이에 재한동포총연합회는 중국 동포를 위한 요양원 설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숙자 재한동포총연합회 이사장은 “노인 복지가 잘 안 돼 있다. 동포 1세대 가운데 80% 이상은 아직까지도 지하 월세 방에서 살고 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의사소통이 잘 돼지 않는다. 또 정서적으로 맞지가 않는다. 원주민과 같이 있으면 무시하고 병원은 더 그렇지 않나. 동포 1세대를 위해서 요양원 건립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
[언더커버] 조선족, 그 오해와 진실 3-김숙자 재한동포총연합회 이사장, 양석진 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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