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주택가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열리는 이 파티에는 내로라하는 거물들이 참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는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유명인사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 해도 사실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아무리 실리콘밸리에 몸을 담고 있어도 이런 파티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는 평사원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파티는 폐쇄적이며, 은밀하고, 또 다분히 사적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폭로한 이는 블룸버그 TV의 앵커인 에밀리 창이다. 오는 2월 출간될 예정인 신간 <브로토피아: 실리콘밸리의 보이즈 클럽 파헤치기>에서 그녀는 스무 명이 넘는 제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자유분방함을 넘어 난잡하기까지 한 그들만의 세계를 폭로했다.
실리콘밸리의 섹스파티. 남성 참가자들의 선택 폭을 위해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정도 많다고 한다.
창이 지난 2년 동안 내부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영향력 있는 거물들 혹은 투자자들이 주최하는 이런 파티에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마약이요, 다른 하나는 여자다. 이때 여성 참가자들이 남성들보다 두 배 정도 더 많아야 한다. 그래야 남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고위급 인사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 된 이 섹스 파티에 참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 많은 창업자나 투자자, 혹은 IT 분야에 종사하는 20대 여성들이다. 때문에 한 익명의 내부 관계자는 “만일 당신이 이 파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면, 당신은 실리콘밸리의 영향력 있는 인사도 아니요, 중요한 인물도 아닌 것”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아무리 돈 많고 힘있는 실력자라고 해서 누구나 파티에 참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최자로부터 직접 초대를 받아야 한다. 섹스 파티 초대는 대부분 구두로 이뤄지지만 때로는 페이스북, 스냅챗, 페이퍼리스 포스트 등을 통해 이뤄지기도 한다. 단, 이때 ‘섹스 파티’ ‘커들 퍼들(여러 명이 뒤엉켜 누워 있는 것)’이라는 단어는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는다. 굳이 이런 표현을 하지 않아도 파티에 초대된 사람들은 그 파티가 어떤 파티인지 대부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파티가 열리는 장소는 다양하다. 대부분은 샌프란시스코의 고급 주택가인 퍼시픽하이츠나 최근 맨해튼을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곳으로 선정된 애서턴에서 열리지만, 때로는 샌프란시스코 북쪽에 위치한 나파밸리의 샤또나 말리부의 해변가 저택, 혹은 멀리 스페인 이비자 섬에서 열리기도 한다. 이렇게 열리는 파티는 대개 주말이 다가도록 이어진다.
이 섹스 파티가 더욱 놀라운 점은 파티에 초대받은 사람들이 부부 동반 혹은 연인을 대동하고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창은 “많은 손님들이 그들의 아내, 남편, 혹은 연인과 함께 파티에 참석한다. ‘공개적인 관계’는 IT 업계에서 보편화된 문화인 듯하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파티에 참석한 손님들은 대부분 파트너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개방적으로 다른 이성과 하룻밤을 즐기기도 한다.
지난해 초대를 받고 직접 파티에 참석했던 한 젊은 여성은 파티 참석자들의 이런 개방적인 태도에 다분히 놀랐다고 전했다. 익명의 이 여성은 “토끼 분장을 하고 있던 한 벤처 투자자가 나에게 다가와 마약이 든 비닐봉지를 건넸다. 그러면서 곧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마약 가루를 손가락으로 찍어 입에 넣었다. 그러자 곧 긴장이 풀렸고, 이어 한 남성이 다가와 키스를 해도 좋겠냐고 물었다. 나는 ‘당신 아내가 지켜보고 있는데 괜찮겠냐’고 물었고, 그 남성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라고 회상했다. 실제 그의 아내는 둘이 키스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아 했다.
파티에 초대받는 여성들은 남성과 달리 여러 자격 조건이 필요하다. 젊고 예뻐야 하고, 적극적인 성격이어야 하며, 취직이나 통장 잔고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재력도 갖춰야 한다. 이 여성들은 샌프란시스코의 IT 기업에서 일하거나, 혹은 멀리 LA나 다른 곳에서 오기도 한다. 대개는 부동산회사에서 근무하거나 개인코치 및 홍보회사에서 일하는 여성들이다.
성비율을 2 대 1로 맞추는 데는 사실 이유가 있다. 한 남성 투자자는 “일반적으로 IT 회사에서 열리는 파티에서는 여자들을 거의 보기 힘들다. 하지만 이런 섹스 파티에서는 여자들이 차고 넘친다”며 즐거워했다. 이에 대해 한 남성 투자자는 “나는 수십 명의 여자들과 동시에 잠자리를 가지는 경영자들을 많이 봐왔다. 그 여자들이 이를 문제 삼지 않는다면 과연 그것을 범죄행위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역겹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엄밀히 따지면 불법은 아닌 것이다”라고 말했다.
1996년으로 추정되는 실리콘밸리의 욕조파티. 한 유명 창업자는 섹스파티를 가리켜 ‘진보성과 개방성의 연장선상에 있다’며 옹호한다.
그렇다면 파티에서는 실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제보자의 말에 따르면, 파티 시작 시간은 주로 저녁식사 전이다. 초대받은 손님들은 파티 장소에 도착한 후 입구에서 경호원들로부터 신원 확인을 받아야 한다. 만일 초대 명단에 없을 경우에는 입장이 거부된다.
저녁식사가 미리 준비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손님들이 함께 모여 요리를 하면서 저녁을 준비한다. 이는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친밀한 사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식사와 함께 술을 마시면서 분위기가 점차 무르익으면 마침내 마약이 등장한다. ‘엑스터시’나 ‘몰리’라고 불리는 MDMA 종류의 마약이 주로 사용되며, 이 마약을 흡입하면 서먹했던 사람들도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금세 가까워진다. 알약 형태인 ‘몰리’의 경우에는 유명 기업의 로고 모양을 본떠 특수 주문제작된 것이 사용되기도 한다.
강력한 효과를 나타내는 MDMA를 섭취한 사람들은 환각 상태에 빠져 이방 저방을 돌아다니면서 난잡한 파티를 벌이기 시작한다. 점잔을 빼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으며,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뒤엉켜 뒹굴기 시작한다. 서로 껴안고 키스를 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이내 둘이나 셋 혹은 그 이상씩 짝을 지어서 각자 방으로 사라진다. 아니면 그냥 야외에 누워 뒹구는 경우도 있다.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면 이들은 다시 모여 아침식사를 한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면 다시 방에 들어가 모닝 섹스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야말로 ‘먹고, 마약을 하고, 섹스를 하는’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이다.
파티의 종류는 이처럼 마약과 섹스에만 집중하는 파티부터 보다 실험적인 성행위를 즐기는 파티까지 다양하다. 어떤 파티에서는 오로지 섹스에만 집중하기 위해 마약과 술이 일절 금지되는가 하면, 또 어떤 파티에서는 환각 상태에서 무리를 지어 그룹 섹스를 즐기기도 한다.
이런 섹스 파티가 너무 자주 열리기 때문에 파티 참석자들은 이것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을뿐더러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그저 대범하고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 가운데 하나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자유로운 21세기요, 이곳은 실리콘밸리라는 식의 인식인 것이다.
때문에 아무도 파티 참석을 강요하지도 않고, 숨기지도 않으며, 오히려 당당하다. 설령 결혼을 했거나 애인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들은 자신들이 세상을 바꾸는 혁신적인 기업을 이끌듯 사생활에서도 관습과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면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한 익명의 유명 창업자는 섹스 파티를 가리켜 “우리 스스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진보성과 개방성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듯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거리낌 없고 당당하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많은 여성들의 생각은 사뭇 다르다. 여성들은 이들을 가리켜 고상한 척 성차별적인 행동을 포장하는 미성숙아라고 치부한다. 이들은 이런 미성숙적인 태도는 전통적인 남성우월주의의 권력구조를 강화하고, 여성을 폄하하며, 남성의 자아도취를 강화할 뿐이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 20년 동안 ‘공개 관계’에 대해 연구해온 엘리자베스 셰프 교수는 섹스 파티에 대해 “그것은 착취 행위와 다를 바 없다. 고루하고 형편없는 일부 남성들의 오만함이다. 경계가 애매한 매매춘이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또한 “그들은 그저 자신들이 돈이 많기 때문에 여자들과 잠자리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전혀 진보적인 행동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섹스파티를 폭로한 에밀리 창과 그의 책 ‘브로토피아’.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여성들에게는 이런 개방적인 성문화가 사실은 지뢰밭이다. 그들만의 모임에 끼어 들자니 돌아오는 것은 불이익이요, 초대를 거절하자니 소외당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 구글에서 비서로 일했던 한 여성은 스트립 클럽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유부남인 직장 상사를 만났다. 하지만 당시 둘은 서로를 못본 척했으며, 그후 회사에서 만나도 이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몇 달 후 외부 행사장에서 그녀는 기이한 경험을 했다. 한 유부남 동료가 다가오더니 스킨십을 하면서 수작을 걸어온 것이다. 그녀는 거부했지만 그는 “나는 당신이 어떤 여자인지 알아”라는 듯한 뉘앙스로 추근댔다. 이에 그녀는 상사가 스트립 클럽에 대해 소문을 퍼뜨렸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에 얼마 후 회사를 그만뒀다. 그녀는 “이곳에서는 모두가 개방적이고 관대한 분위기 속에서 일하고 있지만, 여자로서 받는 불이익은 알려진 것보다 더 가혹하다”라고 한탄했다.
섹스 파티에 초대를 받는 성공한 여성 기업가들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성들의 경우에는 참석을 강요당하지는 않지만, 참석을 하건 안 하건 불이익을 받긴 마찬가지다. 가령 파티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은 중요한 대화에서 빠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불참자들에게 이는 분명 불이익이다. 한 여성 기업가는 “그들은 파티에서 비즈니스와 관련된 중요한 대화를 나눈다. 그들은 그곳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그곳에서 업무를 결정한다”라고 말했다.
파티에 참석한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IT업계 여성 종사자는 “그들 사이에 끼고 싶고, 초대 받고 싶다는 욕망이 있긴 하다. 때로는 파티에 참석하는 것이 생산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인맥을 쌓으면 남들보다 더 빨리 앞서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이것이 잘못된 생각이었고, 여성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매우 위험천만한 생각이었다. 그 서클에 한 번 어울려서 놀기 시작하면, 다시는 빠져 나올 수 없다. 혹시라도 경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망상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창은 “문제는 주말에 여성들을 성적 대상 혹은 ‘꽃뱀’으로 보던 남자들의 시선이, 평일에 여성 직원들이나 기업가들, 동료들을 보는 시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라고 지적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난교파티 벌어지는 또다른 이유? 실리콘밸리 부자들 모태솔로 태반 ‘무서운 늦바람’ 실리콘밸리에서 이런 난교 파티가 빈번하게 열리는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는 사람들도 있다. 부자들이 젊은 여성들과 가벼운 만남을 갖는 것은 사실 월스트리트에서도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부자들 사이에서는 이와는 다른 그들만의 독특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청소년 시기에 이성을 사귀어보지 못했다는 점, 즉 모태솔로가 많다는 점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한 익명의 IT 기업 간부는 10대 시절 오로지 컴퓨터 게임만 하면서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20세가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데이트를 해본 적이 없었던 그는 하지만 놀랍게도 성공한 기업인이 됐으며, 결혼도 했다. 높은 연봉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는 것도 물론이다. 이처럼 청소년기에 성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던 사람들이 뒤늦게 이런 욕구를 채우고자 하는 경우는 사실 실리콘밸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실리콘밸리에서는 신분 상승을 노리는 꽃뱀들을 조심하라는 경고가 창업자들과 투자자들, 그리고 경영진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남성들을 노리고 결혼을 목표로 접근하는 여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여자들을 가리켜 이들은 그들만의 은어로 ‘창업자 사냥꾼’이라고 부르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일부 실리콘밸리 종사자들은 여성들이 돈 때문에 자신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자신감 없고, 까칠하고, 못생겼는데도 여자들이 이상하게 나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말하면서 연봉이 올라갈수록 그런 여자들이 점점 더 늘어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반대하는 여성들도 있다. 지금까지 여러 명의 IT 회사 창업자들과 교제한 경험이 있는 한 젊은 여성 기업가는 이런 주장에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오히려 돈과 명예에 집착하는 것은 남자들이다”라고 말했다.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근사한 곳으로 여자들을 데리고 가거나, 혹은 고급 호텔에 묵고, 비싼 선물을 사주는 것은 남자 쪽이라는 것이다. 실제 데이트 어플에서도 이런 점은 눈에 띈다. 남자들은 보통 자기소개를 할 때 자신이 IT 회사에 다닌다거나, 혹은 스타트업 회사를 창업했다는 식의 소개를 한다. 아니면 프로필에 “안녕하세요, 저희 집 다락방으로 놀러와서 스톡옵션을 구경할래요?”라는 식의 노골적인 소개를 적어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남자들의 경우에는 여자를 유혹하는 데 성공하고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금세 다시 차버리는 경우가 많다. 몇 번의 데이트 후에 여자가 앞으로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물으면 대부분 얼버무리면서 관계를 정리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IT 업계 거물은 “회사에서 나는 투자를 잘 받는 사업가이다. 카리스마도 있다”라고 말하면서 “그런데 회사 밖에서도 내가 왜 타협을 해야 하는가? 왜 결혼을 해야 하는가? 왜 한 사람에게만 매달려야 하는가?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여성이 두어 명 있다면 나는 계약을 한다. 가령 ‘이러 이러한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다’ ‘당신과 데이트를 하는 것은 즐겁지만, 난 자유롭고 싶다’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