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편의점 가맹본부의 상생안에 대한 점주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서 열린 제1회 알바데이 ‘알바도 노동자다’ 풍경. 연합뉴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지난해 7월 주요 편의점 브랜드 중 가장 먼저 상생안을 발표했다. GS리테일이 제시한 상생안은 ▲최저수입보장 규모 연 5000만 원에서 9000만 원으로 인상 ▲심야영업 전기요금 100% 지원 ▲매출 활성화 솔루션 구축 ▲모든 편의점 브랜드 근접 출점 자제 등이다.
경쟁사인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지난 12월 1일 CU가맹점주협의회와 ‘가맹점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상생 협약’을 체결하며 상생안을 발표했다. BGF리테일이 내놓은 상생안의 핵심은 ‘가맹점 생애주기별 관리 프로그램’ 도입이다. 이에 따르면 신규 점포는(24시간 운영 기준) 매달 수입금이 ‘최대 470만 원+월 임차료’에 미치지 못할 경우 차액을 가맹본부가 지원한다. 기존 CU의 최저 수입 보장금액은 ‘350만 원+월 임차료‘였다. 또 현재 운영 중인 가맹점포에는 24시간 운영점에 한해 전기요금 일부를 지원한다. 이외에도 ▲점포 운영 시스템 고도화에 5년간 총 6000억 투자 ▲스태프 Care 기금 조성 등이다. 세븐일레븐은 아직 상생안을 발표하지 않았다.
편의점 가맹본부의 상생안 발표는 가맹점주들의 운영비 축소와 매출 확대를 이끌어냄으로써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상쇄시키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편의점업계 한 관계자는 “상생안은 법적 의무사항도 아니지만 워낙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가맹점주들의 우려가 커 가맹본부에서 선제적으로 도입한 것”이라며 “GS25와 CU 모두 상당한 수준의 지원책을 내놓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맹본부들의 상생안에 점주들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CU 내부의 갈등이 두드러진다. 상생안 발표 직후인 지난 12월 8일 상생협상을 진행했던 CU가맹점주협의회 집행부가 지금의 집행부로 교체되면서 갈등이 증폭했다. CU 가맹점주 신 아무개 씨(42)는 “이전 가맹점주협의회 집행부도 나름대로 본사와 더 좋은 협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을 테지만 상생협약에 대해 협약 전 가맹점주협의회 내에서 공유되지 않고 진행됐다”고 말했다.
집행부가 교체된 CU가맹점주협의회는 이전 협의회가 동의한 상생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가맹본부의 상생안이 신규점포 지원에만 집중돼 신규 출점을 부추김으로써 경쟁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또 상생안의 지원금액이 당장 점주들이 혜택을 보기 힘든 점포운영 시스템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도 있다. GS25는 24시간 운영점포에 한해 심야 전기요금을 100% 지원하는 반면 CU는 가맹수수료율을 기준으로 차등 지원한다.
최종렬 CU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3년 전 계약한 24시간 운영 점포의 경우 이미 전기료의 50%를 지원받고 있기 때문에 전기료가 한 달 100만 원이라면 이번 상생안에 따라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이 10만 원 남짓이며 19시간 운영하는 기존 점포의 경우는 전산, 간판 유지관리비를 지원받아도 2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 정도 지원으로는 절대 최저임금 인상분을 상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지금의 상생안으로는 기존 점포들은 최저임금 인상분을 극복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GS25와 CU 가맹본부 모두 24시간 미운영 점포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24시간 미운영 점포의 경우 GS25와 CU 모두 심야 전기요금을 지원받을 수 없다. 최종렬 회장은 “19시간 운영 점포는 영업 상황이 안 좋아 시간을 줄인 점포가 대부분인데 이번 상생안은 어려운 점주들에게 도움을 주려 한다기보다 24시간 운영을 권장하는 것”이라며 “비록 19시간 운영 점포가 저녁에 문을 닫지만, 전등을 제외한 냉동고·냉장고 등은 계속 돌아가기 때문에 전기요금이 24시간 운영 점포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BGF리테일은 상생안은 가맹점주와 가맹본부가 협의한 결과라고 강조한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이번 상생안은 CU가맹점주협의회와 가맹본부가 지난 4개월간 수십 차례 만나는 등 치열한 협의 과정을 거쳐 가맹점 수익성 향상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합의의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BGF리테일 다른 관계자는 “CU가맹점주협의회의 집행부가 바뀐 이후 아직 접촉이 없었고 지금의 상생안에 대해 지지해주시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상생안에 대한 동의서를 작성하지 않은 점포에 대해서는 가맹본부가 맘대로 지원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편의점주들은 사이에서는 최저임금에 대한 대책을 가맹본부에만 떠넘길 수없다는 의견도 있다. 가맹본부의 상생안 마련이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상황에서 점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것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의 점주 신 씨는 “본사와 개인은 지급 여력이 다르기 때문에 직영점과 가맹점이 동일한 최저임금 인상이 진행되는 것보다는 차이를 두어 아르바이트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인상된 최저임금에 주휴수당까지 겹치면 시급이 9000원이 넘는데 걱정이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편의점업계 빅3 업체 중 유일하게 상생안을 발표하지 않은 세븐일레븐 운영사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12월 말쯤 발표하려고 했지만 내부 사정으로 연기돼 빠르면 1월 안에 발표할 것 같다”며 “아직 지원 수준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지만 세븐일레븐의 매출은 GS25와 CU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두 회사보다 많은 지원은 현실적으로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