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조 전 수석이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미경 CJ 부회장의 퇴진 요구 취지의 지시를 받아, 이를 CJ 측에 ‘VIP(대통령) 뜻’이라 전달했다고 법정서 증언했다. 사진=공동사진취재단
조원동 전 수석은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손경식 CJ그룹 회장과의 만남 및 통화에서 오간 대화 내용을 증언했다.
검찰이 지난 2013년 7월 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언급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이 ‘CJ그룹이 걱정된다. 손경식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서 물러나고, 이미경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느냐”고 묻자, 조원동 전 수석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조 전 수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CJ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사퇴를 지시하는 것이라 짐작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조 전 수석은 바로 다음날 손 회장을 한 호텔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조 전 수석은 “이재현 CJ 회장이 구속돼 공백이 있지 않으냐”고 운을 떼며 “어려운 난국에 손 회장 같이 경험 있으신 분이 경영 일선에 나서야 한다. 그러려면 상공회의소 일은 접어야 하지 않겠느냐. 자연스럽게 이미경 부회장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전했다고 했다.
또한 조원동 전 수석은 당시 대화에서는 ‘VIP(대통령)’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후 손경식 회장으로부터 “VIP 말을 전하는 것이냐”라는 확인전화를 받고 “확실하다. 직접 들었다”고 확인해줬다고 밝혔다.
검찰이 당시 통화에서 “회장님 너무 늦으면 저희가 진짜 난리 납니다. 지금도 이미 늦었을지 모릅니다” “그냥 쉬라는데 그 이상 뭐가 필요하냐” “수사까지 안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고 언급한 것이 사실인지 묻자, 조 전 수석은 “그렇다.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이후 조원동 전 수석은 손경식 회장과의 전화 통화가 녹취록을 통해 알려지면서 ‘대통령의 뜻’을 언급한 문제로 민정수석실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수석은 “‘대통령 뜻’을 팔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지시사항 이행 과정에서 실수로 대통령의 뜻이란 점을 언급하게 됐다. 제가 실수했으니 책임지고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조 전 수석은 그로부터 1∼2주 뒤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CJ는 왜 그렇게 처리했느냐’고 질책했느냐”고 검찰이 질문하자 “CJ건에 관해 물었다”고 답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질책하는 것으로 이해했나”고 묻자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은 이미경 부회장이 CJ그룹을 잘 이끌어갈지 우려한 것이지, 경영에서 물러나게 하라고 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변호인들은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조 전 수석에게 CJ가 편향돼 있다는 얘기만 했다”며 “이재현 회장 구속 후 회장도 없는데 이 부회장이 잘 이끌고 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경제수석실에서 잘 살펴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기억난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