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양 미리벌박물관은 2천4백여 점의 민속자료 로 가득차 있다. 아래는 정선 호촌미술관 운동 장에 전시된 조형작품들. 도자기체험을 할 수 있고 천렵할 만한 장소도 있다. | ||
폐교 중에는 교육용이나 청소년 수련시설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문화예술인들이 정착한 곳은 예술촌 또는 워크숍이나 창작공간으로 활용되는 곳이 많다. 휴가철 시골 여행 길에 한번쯤 들러볼만한 테마가 있는 폐교. 대표적인 몇 곳을 소개한다.
◆정선 호촌미술관
정선 여행의 백미로 꼽을 수 있는 화암약수터 주변.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호촌은 ‘호랑이 마을’이라는 의미의 오지 중 오지다. 이곳에 아름다운 미술관 한 동이 자리잡고 서서 지나가는 길손을 붙잡는다. 5년 전 폐교된 성동초등학교를 개조한 호촌미술관(정선군 동면 호촌리, 033-562-3443)이다. 운동장에 여러 조형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입구부터 신선하다.
대지 5천 평에 길게 늘어진 7칸짜리 교실건물 한동. 뒤켠에는 선생들이 쓰던 관사가 있다. 건물 옆으로는 봉통 10개 넘는 길이 20m, 폭 8m인 대규모 장작가마가 있다. 교실은 도자기 전시장을 비롯하여 체험장, 서예관들로 바뀌어 있다. 도자기체험 참가비는 1만~1만5천원. 관사에서 하룻밤씩 묵을 수도 있다. 개울에서는 뚜거리 천렵도 가능하다. 도자기에 오랫동안 몸 담아온 효양 조태억씨 내외가 상주하고 있어 시간의 구애를 느끼지 않아도 될 듯.
◆봉평 봉평 무이예술관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옛 무이초등학교를 개조한 무이예술관(관장 정재준, 033-335-6700). 메밀꽃 그림 등을 아름답게 그리는 서양화가 정연서씨와 서예가 이천섭씨, 조각가 오상욱씨, 도예가 권수범씨 등 중견 예술가들이 숙식을 같이하며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이들이 뛰놀던 운동장은 돌과 청동으로 만든 조각품 50여 점이 놓인 야외 조각공원으로 탈바꿈했다.
7칸의 교실 중 5칸은 공예실 조각실 도예실 서예실 화실 등 작가들의 개인 작업 공간으로 꾸며졌다. 가스 가마에서 도자기 굽는 과정을 비롯해 작가들의 작품 과정을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있으며 직접 참여할 수도 있다. 작품참여는 1인당 1만5천원. 이효석 생가터, 태기산 흥정계곡 가는 길에 들러보기 좋다. 개방시간:오전 10시~오후 7시/연중무휴/입장료 없음.
◆정선 아라리 인형의 집
시골 장날, 인형극 이동버스가 오는 날엔 읍내가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진부에서 정선으로 가기 전 지나치게 되는 곳이 나전 삼거리다. 삼거리 못미쳐 우측 마을에 작은 분교가 있다. 이 분교는 아라리 인형의 집(강원도 정선군 나전면, 033-563-9667)이다. 인형극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안정의씨가 운영한다. 자그마한 교실에는 줄인형 봉인형 손인형 등 인형극에 쓰이는 세계 각국의 인형들이 전시돼 있다.
운동장 한켠에는 60년대 이동하면서 쓰던 버스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올해 제2회 인형극캠프는 7월24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 산수 맑은 곳에 자리한 인형의 집에서 함께 인형도 만들고 그림자극도 공연한다. 1인당 3만2천원을 3일간 민박비로 내면 된다. 취사는 각자 준비해야 하며 아리랑전수회관을 이용하게 된다.
▲ 위는 정선 호촌미술관 인근의 정암사. 아래는 강릉대 최옥영 교수가 폐교를 활용해 만든 왕산 조각공원. | ||
진부에서 정선으로 곧추 달려가면 정선읍내 3km 전쯤 왼편으로 정선자연학교(정선군 정선읍 덕송리 166번지, 033-562-4555)가 있다. 10년 전쯤 폐교된 겨우 두칸짜리 덕송분교가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 있던 것을 자연보호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던 남난희씨를 비롯한 몇 사람의 참여로 2000년 3월 자연학교로 변신했다. 찾아오는 단체를 위해 여러 가지 시설도 마련했다. 50여 명이 동시에 머물 수 있는 숙박시설, 주방시설이 갖추어졌다. 냉온수 사용이 가능한 샤워장도 있다. 이곳에서는 래프팅이나 MTB 캠프파이어 등 자연과 어울린 레저활동을 안내해준다. 숙박은 1인당 7천원. 초등학생은 50% 할인해준다. 연중무휴.
◆정선 초록학교
정선군 임계면 반천리에 옛 반천초등학교를 개조한 초록학교(033-563-3282, 02-725-5644)는 야영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제법 학생들이 많았음 직한 긴 교실 건물 한 동과 철봉이 그대로 남아있는 운동장. 금방이라도 수업 끝난 아이들이 우르르 뛰어 나올 것만 같다. 울창한 소나무 숲이 학교를 에둘러 가려주고 있다.
옆길로 들어서 옥수수 밭을 지나면 소나무 우거진 야영장이 나오고 그 뒤로 맑은 골지천이 반긴다. 솔밭 캠프장은 30~1백년생 소나무가 우거져 야영지로 최적이다. 골지천은 학교를 빙 둘러 흘러가고 있다. 이곳은 맑은 물에서만 사는 쉬리를 비롯하여 민물고기가 가득하다. 그물만 던지면 금방 매운탕 거리는 잡을 수 있다. 연중무휴/민박비 독채(10명 정도 8만원, 12만원), 1인당 6천원선/솔밭 캠프장 약 3천 평/5인용 텐트 1백개 가량 설치 가능
◆왕산조각공원
지금은 강릉의 명소가 된 왕산조각공원(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033-648-7640, www.wangsanart.com) 도 본래 왕성분교가 있던 폐교를 활용해 만든 곳이다. 강릉대 최옥영 미술과 교수가 지난 94년 작업 공간 겸 삶의 공간으로 터를 잡았다. 넓은 운동장에 여러 조각품들이 형식없이 전시되어 자그마한 건물과 조화를 이룬다. 지난 93년 폐교된 왕성분교는 단층 4칸짜리로 건물. 교실 4칸 중 3칸을 실내전시장, 개인작업장, 사무실로 나눠 이용하고 있다. 사무실에는 자그마한 솟대가 전시 판매되고 있다. 이 조각공원은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솟대만들기, 토우제작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10명 이상 단체인 경우 예약을 해야 하며 참가비는 1인당 5천원. 매년 7~8월 체험학습장도 연다. 개관시간:오전 8시-오후 8시/연중무휴.
◆양평 가나 문화연수원
옛 연수초등학교에 ‘가나 문화연수원 부설 가나 도예공방’(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연수리, 031-774-3297)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94년 학생수가 줄면서 자연히 폐교가 된 곳. 97년도에 서울 가나아트홀의 작가들이 들어와 작업실로 이용하다가 ‘가나 문화원’이란 이름으로 거듭난 지 3년이 지났다. 울창한 잣나무 숲이 빙 둘러 있고 유명작가들의 작품들이 학교 주변에 흩어져 전시되고 있다. 도예공방, 판화공방, 아트샵 전시장이 있고 소나무 숲 사이로 자그마한 야외 강연장도 있다. 무엇보다 가족 단위로 찾아와 편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콘도식 ‘게스트 하우스(25평 방2, 샤워시설, 취사 가능, 10만원)’가 괜찮다.
▲ 무주는 반딧불이가 서식할 만큼 청정한 곳이다. 사진은 무주구천동의 비경. | ||
경기도 파주시 법원리에서 의정부 방면으로 난 2차선 도로를 타고 5분 정도 달려가면 고갯마루에 자그마한 휴게소(파주)와 군부대가 나선다. 이 사잇길로 들어서 2~3분만 가면 ‘도자기 나라’를 만날 수 있다. 단층으로 길게 이어진 폐교(법원읍 오현리 50-1번지, 031-944-7063) 한 동. 10년 전쯤 문을 닫은 직촌초등학교 자리다. 오랫동안 비워둔 학교는 나무가 너무 낡아 전면 개조했다.
일렬로 환하게 트인 실내공간은 도자기공방으로 이용된다. 도자기 1일체험, 1박2일 캠프 등을 운영한다. 1일체험 1만원이며 물레와 손으로 개인당 작품 두개를 만들 수 있다. 건물 한켠은 민박집으로 만들어 숙박도 가능하다. 회원이 되면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영업시간:오전 10시∼오후 7시까지/격주 화요일 휴무
◆여주 채현천연염색연구소
여주군 강천면은 여주 내에서도 오지로 통하는 마을이다. 이곳에 있는 총 7칸 짜리 2층 건물이 강남분교다. 4~5년전 폐교가 된 뒤 천염염색 디자이너인 이민정씨(여주군 북내면 강천1리, 031-882-8100)가 맡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직접 와서 체험할 수 있는 천연 염색재료를 심어 보여주는 현장 학습장도 만들었다. 폐교 실내는 여성생활사 박물관(입장료 5천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밀양 미리벌 민속박물관
밀양시 초동면 범평초등학교. 5년 전 폐교가 되면서 미리벌박물관(055-391-2882)으로 거듭났다. 운동장에는 잔디가 깔려 있을 뿐 특별한 치장이 없다. 커다란 돌장승 두 기가 왕방울만한 눈을 뜨고 관람객을 맞는다. 뒤에는 대나무 숲이 사위를 에워싸고 있다. 미리벌 박물관은 폐교를 가장 성공적으로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교실마다 가득찬 2천4백여 점의 민속자료가 질서정연하게 정돈돼 있다. 교실마다 다른 테마가 있다. 양반집에서 쓰던 장롱 반닫이 가마 등등. 사랑방에서 쓰던 것들. 떡을 만들 때 이용하던 떡판 등등. 교실 끝 한 방은 전통차를 마실 수 있는 차방으로 꾸며 놓았다. 성재정 관장은 단 한 사람의 손님이 찾아와도 귀찮아하지 않고 일일이 설명을 해준다. 도예체험도 할 수 있다. 개관시간:오전 9시~오후 6시30분/연중무휴/예약가능/입장료:3천원
◆무주 반딧불이 자연학교
전북 무주군 설천면 일대는 해마다 반딧불이 축제를 벌일 정도로 청정한 곳. 반딧불이 서식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 무주군 설천면 남대천 일대다. 이곳 청량리에 반딧불이 자연학교(063-324-1518)가 있다. 폐교는 2칸짜리 건물 한 동과 관사가 전부. 첩첩 오지여서 아이들도 많지 않았음을 짐작케 하는 규모다. 지난 93년 폐교된 곳을 지금은 무주군청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곳은 반딧불이의 일생과 생태를 상세히 알 수 있는 자연학습장으로 조성됐다. 방문객에게는 우선 시청각실에서 1시간여 동안 슬라이드를 통한 교육이 이루어진다. 바로 옆 동은 반딧불이의 생육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학습장. 밤에만 활동을 하기 때문에 제대로 애벌레를 볼 수는 없지만 다슬기를 먹고 있는 반딧불이 유충 등을 볼 수 있다. 애벌레는 이듬해가 되어서야 성충인 반딧불이로 탈바꿈한다. 반딧불이 축제는 8월23일부터 27일까지 읍내리 행사장에서 열린다.
글·사진=이혜숙 여행작가 http//:www.hyesoo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