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러디움-빗썸-업비트 등 가상화폐 광풍에 이어 가즈아 열풍이 사회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 ‘가즈아’가 도대체 뭐길래
가즈아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즐겨 사용하고 있는 단어입니다. 최근 비트코인 광풍에 힘입어 ‘가즈아’ 외에도 많은 신조어들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단타, 장아찌, 존버 등 다양한 신조어들로 이들을 유쾌하게 풀어낸 패러디물도 인터넷 공간을 후끈 달구고 있습니다. 가즈아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비트코인 신조어들이 유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요신문i’는 비트코인에서 시작된 신조어와 패러디 열풍을 진단했습니다.
배우 최민식이 영화 ‘루시’에서 열연중인 모습. 커뮤니티 캡처
사진이 보이시나요? 대배우 최민식이 실제로 ‘가즈아’라는 대사를 사용했을까요? 아닙니다! 누리꾼들이 영화 ‘루시’에서 최민식(미스터 장)이 양손에 칼이 꽂혀 괴로워하는 모습에 ‘가즈아’라는 문구를 합성했습니다. 이른바 ‘짤방’ 사진입니다.
‘가즈아’는 ‘가자’라는 단어를 익살스럽게 늘리고 풀어낸 표현입니다. 스포츠 토토 관련 게시판에서 먼저 생긴 유행어로 알려졌습니다. 2017년 하반기에 비트코인 광풍이 불면서 DC 인사이드(인터넷 커뮤니티) 비트코인 갤러리에서 가장 많이 쓰였습니다.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자신이 보유한 화폐 가치가 오르기를 간절히 바랄 때 가즈아를 사용해왔습니다. 비트코인 시세가 급락하면 일부 투자자들은 ‘한강 가즈아’라는 용어로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습니다.
일부에서 사용되던 ‘가즈아’가 점차 입에 착착 감겼는지 대중들 사이로 점차 널리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누리꾼들이 가즈아를 합성한 각종 짤방을 만들어 뿌린 것을 시작으로 가즈아가 최고의 유행어로 등극한 것입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젊은이들은 ‘뭘 해도 안 되는 사회’ 속에서 포기하고 있습니다. 이생망, 노오력이란 단어가 유행한 이유입니다”며 “그런데 가즈아는 이런 포기정서를 넘어서려는 구호입니다. 꽉 막힌 심정들을 확 풀어내는 쾌감 때문에 유행하는 것입니다”고 분석했습니다.
배우 김래원이 SBS 드라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에서 열연 중이다. 커뮤니티 캡처
누리꾼들이 가즈아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2030세대가 가즈아 패러디의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사진 속 거대한 콧구멍이 보이시나요? ‘김래원 가즈아’도 화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배우 김래원이 드라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에서 콧구멍이 도드라진 모습으로 오열한 모습에 가즈아를 합성한 것입니다.
배우 설경구가 영화 ‘박하사탕’에서 열연하는 모습 패러디물. 커뮤니티 캡처
영화 ‘박하사탕’에서 배우 설경구는 기찻길 한 가운데에 서서 “나 돌아갈래”를 외쳤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가즈아도 외쳤을까요? 아닙니다. 암울한 현실을 벗어나고픈 2030세대들의 간절한 염원이 보이는 작품(?)이죠. 물론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희망도 담겼습니다.
가즈아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면에 등장하면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2014년 6월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 교육감 선거 후보로 출마한 고승덕 변호사는 “딸아 미안하다”를 외치고 사과를 했습니다.
가수 윤민수가 KBS 불후의 명곡에서 열창하는 모습(좌측부터 시계방향), 지방선거 당시 고승덕 변호사 사과 사진, 교황 사진. 커뮤니티 캡처
당시 고 변호사의 과장된 몸짓, 부자연스러운 억양, 어색한 표정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누리꾼들이 “딸아 미안하다”라는 말 대신 가즈아를 합성했습니다. ‘웃음 포인트’입니다.
급기야 누리꾼들은 가수 윤민수가 발라드곡을 부르는 모습에도 손에 마이크를 쥔 교황의 모습에도 가즈아를 집어넣었습니다. 이들 모두 피식, 웃음이 나올 만큼 완성도 높은 패러디입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유머로 소비되는 것은 부정적인 현실을 반영합니다”며 “비록 힘이 들지만 역전의 가능성을 기대하면서 가즈아를 외칩니다. 시대정서를 담아 공감을 일으킨 ‘안녕들 하십니까’처럼, 가즈아가 시대정서를 대변하는 셈이지요”라고 설명했습니다.
가즈아 열풍은 국내를 넘어 해외로도 번지는 모습입니다. 해외 비트코인 투자자들도 ‘Gazuuuaaa!’를 외쳐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최근 ‘트론코인’ 개발자 저스틴 선은 자신의 트위터에 “트론 이용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Go, Gazua!!!’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비트코인 투자자는 “가상화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게시판이 있는데 국내외 정보들이 전부 올라온다”며 “최근 한국인들이 만든 가즈아 짤방이 많이 올라와 외국인들이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저스틴의 트위터 캡처본
# 가즈아 패러디 인기에 교황까지...트로트 노래에도 ‘가즈아’
심지어 ‘가즈아’는 대중가요에도 침투했습니다. 트로트가수 ‘빼어날 수(박병규)’ 씨는 최근 ‘가즈아’란 제목의 노래를 발표했습니다. 신나는 트로트 리듬과 함께 “복권을 샀어요, 가자가자. 가상화폐 샀어요 가자가자. 너도 나도 우리 모두 대박 좀 나자”라는 가사가 이어집니다.
작곡가 화성인(익명) 씨는 “비트코인 쪽에서 시작된 가즈아로 곡을 써보기로 결심해서 일주일 만에 곡을 썼어요”라며 “비트코인 얘기만 하면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잘 살아보자’는 의미를 담아 곡으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전했습니다.
가수 ‘빼어날 수’의 음반 사진(좌)와 가사. 멜론 캡처
또 다른 인기를 모으는 신조어인 ‘존버’는 원래 주식 시장에서 사용된 용어였습니다. 투자 관련 커뮤니티에서 소유하고 있는 자산 가격이 최고점보다 떨어지더라도, 매도하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을 뜻합니다. ‘X나게 버티기’라는, 다소 거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존버’는 비트코인 시장에서도 대세로 떠오른 단어입니다. 매수 가격보다 떨어진 코인을 매도하지 않고 장기 투자하겠다는 의미를 담을 때 ‘존버’를 사용합니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도 존버(?)를 언급했습니다. 물론 패러디물입니다.
워렌 버핏 관련 패러디물. 커뮤니티 캡처
가즈아, 존버뿐만이 아닙니다. 가상화폐 광풍 때문에 단기투자를 뜻하는 ‘단타’, 장기투자를 뜻하는 ‘장아찌’ 등 다양한 신조어들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리또속’은 연일 시세가 오를 전망이 나오지만 결국 하락세를 보이는 가상화폐 ‘리플’에 투자하는 사람들을 희화화하는 단어입니다. ‘리플에 또 속냐’는 문구의 줄임말입니다.
‘대장’은 관련 종목을 주도하거나 이끄는 단어입니다. 가상화폐 중에서도 시가총액 1위를 달리고 있는 비트코인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패닉셀’은 투자한 코인이 예상치 못하게 급락하는 경우 투자자들이 ‘멘붕’에 빠진다는 의미입니다.
앞으로는 어떤 신조어들이 가즈아 자리를 넘볼 수 있을까요? 금융시장의 신조어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일수록, 그만큼 암울하고 살기 어렵다는 뜻은 아닐까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광풍과 함께 신조어 열풍이 즐겁지만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