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통 무술 택견. 최준필 기자
[일요신문] 전통무예 택견의 미래를 논하는 자리에 난데없이 경찰관이 출동했다. 기존 사무처와 택견회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는 비상대책위원회의 갈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대한택견회에 소동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삼국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것으로 알려진 우리 민족 대표 무예 ‘택견’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12월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회의실에서 열린 대한택견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택견회 회장 선거관리규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에 일부 택견인들이 반대하자 대한택견회 측에서 경찰을 부른 것이다. 경찰이 3회나 출동하는 진통을 겪은 끝에 선거관리규정 개정안은 처리됐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택견계는 스포츠로서 택견(대한택견회)과 문화재로서의 택견(한국택견협회)이 통합되는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통합 이후 잡음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전임 회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자리에 새로운 회장 선출을 앞두고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발단은 대한택견회가 임시대의원총회에서 회장선거규정 중 선거인수를 손보려 하면서부터다. 한국택견협회와 통합 과정을 거친 대한택견회는 ‘전문체육’과 ‘전통종목’을 분류해 각각 같은 선거인수를 배정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킨 반면 비대위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비대위는 “한국택견협회는 대한택견회 아래 ‘전국규모연맹체’로 가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택견회는 서울, 부산, 경기, 제주 등 전국 시도지부 택견회가 구성돼 있다. 비대위는 한국택견협회 또한 이들과 같은 하나의 지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5월 13일 열린 택견회 2차 임시이사회 자료에도 한국택견협회가 전국규모연맹체로 운영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12월 2일 대한택견회 임시대의원총회 현장. 사진=대한택견회 비상대책위원회
또한 비대위에서는 기존 선거규정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택견회 회장 선거는 시도지부별 선수, 임원, 지도자 등 등록 인원에 비례해 선거인수를 배정해 왔다. 비대위 인사는 “체육단체 회장 선거는 공정한 선거를 위해 국가가 설치한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를 받는다”며 “공정한 선거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개정안은 대의원총회에서 의결됐지만 택견회의 선거관리규정은 완전히 개정되지 못했다. 상위 단체인 대한체육회가 개정안 승인을 보류했기 때문으로 비대위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또, 비대위는 대의원총회 의결에 참가한 한국택견협회와 여성택견연맹의 대의원 자격에 문제를 제기했다. 택견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도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비대위는 대한체육회에 대한 아쉬움도 표현했다. 이들은 “대한체육회가 선거관리규정 개정안 승인은 보류했지만 택견협회와 여성연맹의 대의원 자격에 대한 판단에 대해서는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각 종목 단체를 관리하는 상위 단체로서 적극적 개입이 아쉽다. 이들은 대의원 자격 문제에 대해 ‘소송을 진행해서 결과를 가져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재보다는 소송 등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택견회도 이에 대해서는 비슷한 의견을 냈다. 관계자는 “‘대의원 구성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개정안 승인을 보류했는데 체육회가 면밀히 검토한다면 충분히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부분이다. 비대위 측에서 민원을 많이 넣는다고 해서 자체적 검증 없이 법적 판결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체육회의 요구에 실제 준비과정을 거쳤고, 이달 중 소송에 돌입할 예정이다.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다산’ 조지훈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대한택견회 측의 과실이 명확히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택견회 내의 갈등에 소송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연말과 연초 택견회 행정이 마비되며 택견계의 올 한 해 준비 또한 중단된 상태다. 택견 행정이 ‘올스톱’되며 피해를 보는 이는 택견 선수들이다.
용인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택견을 지도하고 있는 장경태 교수는 “최근 몇 년간 예산 부족으로 전국 규모 대회 개최가 적었는데 올해도 불투명하게 됐다. 특히 학생들은 대회에서 입상 성적을 내서 진학이나 취업을 계획해야 하는데 상황이 어려워졌다. 선수들 기량 향상도 어렵다. 택견회 문제가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체육회가 빠르게 판단을 내려주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대한택견회 내 또 다른 ‘화약고’, 직원 해고 논란 대한택견회는 타 단체와의 통합, 새 회장 선출 등 외에도 직원 해고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택견회는 지난해 1월 직원 4명을 해고했고, 이들이 문제를 제기하며 해를 넘겨 진통이 지속되고 있다. 택견회에서 사원으로 근무하다 해고된 안치영 씨는 자신의 해고에 대해 “대한택견회 전임 회장이 직원 4명을 단체로 쫓아낸 부당해고”라면서 “회장이 협회 내 ‘자기 사람 심기’가 목적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명목상으로는 대한체육회 보조금 삭감에 따른 인건비 절감, 비정규직 전환 거부였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택견회를 부당해고로 신고했다. 이에 노동위는 지난해 6월 복직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택견회의 불복으로 중앙노동위까지 사건이 이관됐고, 또 다시 복직 판결이 나왔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전히 택견회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안 씨는 “부당한 해고로 인해 받지 못한 직원들 임금과 택견회가 내야 하는 벌금이 전부 합해 1억 원 이상이다. 택견을 위해 일했던 사람으로서 택견회 상황이 걱정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대한택견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부당해고와 관련한 소송도 준비 중이다. 택견회에서는 해고 관련 소송에 대해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택견회 관계자는 “이전 노동위원회 판결은 ‘적절한 해고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판결”이라면서 “소송전으로 간다면 그 직원들이 명령불복종, 사문서 위조 등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다산’ 조지훈 변호사는 이에 대해 “대한택견회 관련 소송 중 해고 관련 건이 택견회 과오가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 부분이다. 해고된 직원들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것이 유력하다”고 진단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