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가 북한 내부에서 입수한 만경봉호의 2016년 현재 모습. 만경봉호는 2011년 8월 부터 약 3개월 동안 중-러 관광객 금강산 크루즈 관광에 활용됐지만, 사업성과 선박 노후화를 이유로 현재는 나진항에 사실상 방치된 상황이다. 이는 북한의 실패한 금강산 해외 관광객 유치사업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사진=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북한은 지난 2008년 7월 ‘박왕자 피살’ 사건으로 인해 남북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뒤 2010년 4월 금강산 관광지구 내 시설들을 자산동결 및 몰수 조치했다. 이는 결국 북한 당국이 직접 활용하기 위한 선제 조치였다.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이미 자산동결 조치 한 달여 전인 2010년 3월부터 이 시설들을 활용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북한이 이 시설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였다. 북한 당국은 러시아와 중국 관광객들을 해당 지역으로 끌어들여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중국보단 러시아 쪽이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무엇보다 지난 2010년부터 북한과 러시아는 철도 및 가스관 연결, 항구 시설 이용 문제 등을 두고 이런 저런 협상을 벌여왔던 터였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러시아 관광객들의 금강산 관광 이용 문제도 테이블에 올랐다는 것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 당국 입장에서도 러시아를 넘어 유럽 대륙의 관광객들까지 모집할 수 있는 러시아와의 협상이 중요했다는 후문이다.
북한 당국은 2011년 8월 30일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인과 러시아인들을 중심으로 시범 관광에 나선다. 남북 경협이 아닌 금강산 관광지를 활용한 제3국가와의 외화벌이 사업으로서 첫 삽은 뜬 셈이었다. 앞선 연재에서 밝혔듯 현대아산 측 역시 북한 당국의 해외 관광객 유치 및 호텔 등 동결 자산 활용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행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크루즈 관광이었다. 중국 관광객들은 북-중 접경지대인 지린(吉林)성 연변자치주 훈춘(琿春)에서, 러시아 관광객들은 북-러 접경지대인 연해주 지역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각각 버스와 철도로 북한의 함경북도 나진으로 집결한다. 나진항으로 집결한 해외 관광객들이 유람선으로 금강산항에 다다르는 코스다.
북한 당국은 처음 이 코스를 위해 자국의 여객선인 ‘만경봉호(일명 만경봉-92호)’를 활용했다고 한다. 만경봉호는 1971년 조총련 지원으로 건조된 일종의 페리선이다. 주로 재일교포의 북송선으로 쓰였던 선박이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북한 선수단이 타고 오면서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 낯익은 선박이기도 하다.
하지만 만경봉호는 건조된 지 40년이 넘은 노후 선박이었다. 크루즈 관광객들의 유람선이란 이름을 붙이기 부끄러울 정도의 수준이었다. 선박 개조가 추진되기도 했지만 워낙 낡았던 터라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필자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북한 당국은 2011년 11월까지 이 사업에 만경봉호를 고작 다섯 차례(공식 네 차례, 비공식 한 차례)밖에 활용 못했다. 필자는 북한 내부 관계자를 통해 만경봉호의 최근 사진을 입수할 수 있었다. 2016년 북한 내부에서 촬영된 만경봉호는 나진항에 덩그러니 정박돼 있었고, 녹이 슨 채 거의 방치된 것과 다름없어 보였다. 과연 저 배가 크루즈 유람선으로 활용이 가능하긴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북한 당국은 2013년 2월 만경봉호를 대체하기 위해 싱가포르로부터 또 다른 유람선 황성호를 구입해 활용하고 있지만, 정작 금강산 관광단지의 외화벌이 사업은 지금까지 거의 성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물론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까지도 아주 가끔 중국, 러시아 등에서 모집한 크루즈 관광객들이 금강산 관광지를 찾고 있다고는 한다. 하지만 이는 정기 프로그램이 아닌, 매우 간헐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지난 2013년 인근 지역인 강원도 원산에 공들여온 ‘마식령 스키장’ 리조트 시설도 신설하며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후문이다.
북한 당국은 특히 러시아를 통해 유럽 관광객 등 제3국가의 관광객 유치도 염두에 둘 정도로 야심차게 사업을 기획했지만, 현실은 이와 전혀 달랐다. 현지 시설을 직접 다녀온 중국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제3국가 관광객에게 금강산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관광지였다고 한다. 남한 국민에게 금강산은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영엄함, 민족적 의미, 또 분단국가의 특수성 등 여러 매력으로 다가오지만 제3국가 관광객들에겐 그저 평범한 산이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필수적 관광시설인 인근 유흥 및 위락시설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이뿐만 아니라 관광비용도 지나치게 비쌌다는 후문이다. 경협에서의 금강산 관광 사업은 한국 정부의 보조가 있었지만, 외국인들은 비싼 비용을 순전히 자기가 부담해야 했다. 이 비용을 들여 별 볼일 없는 크루즈 유람선에 평범한 산, 평범한 호텔을 이용할 관광객들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결국 북한 당국 입장에서 이번 남북 대화 재개를 물꼬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테이블에 올려놓을 가능성은 적잖다. 북한도 현재는 마땅한 활용 방안이나 답이 없기에, 어쩌면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에 남북 간에 이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슷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언더커버] 금강산 관광 중단 10년 6(끝)-금강산 관광 길목 고성 명파리 현장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