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조사업체 내비건트리서치는 오는 2020년 자율주행차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1%를 돌파한 후 2035년에는 85%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자율주행차가 기존 산업의 구조와 판도를 혁명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기자동차로 유명한 테슬라는 물론 포드·GM·폭스바겐·닛산·BMW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퉈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자율주행차 기술은 총 5단계(레벨)로 분류되는데 일반적인 의미의 자율주행차는 ‘레벨3’가 구현 가능해야 한다.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일요신문DB
지난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3대 전자전시회 중 하나인 ‘CES 2018’(Consumer Electronics Show)의 핵심 화두도 자율주행차였다. 국내 기업 가운데는 현대차가 참석해 오는 2021년까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자율주행차 기술은 총 5단계(레벨)로 분류되는데 일반적인 의미의 자율주행차는 ‘레벨3’가 구현 가능해야 한다. 레벨3는 AI의 자율주행과 운전자 개입이 혼합된 형태로 평상시에는 AI가 운전하지만 위기 상황에선 운전자가 직접 핸들을 잡아야 한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3까지 발전해 있고, 완전자율주행인 레벨4로 진입하기 위한 기술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자율주행 시장에서 현대차 못지않게 주목을 받는 기업이 있다. SK텔레콤이다. 이번 CES 2018에 참석한 SK텔레콤은 기아차와 함께 미래 이동통신 기술인 5G를 접목한 자율주행차를 선보였다. 5G는 기존 이동통신기술인 4G에 비해 데이터 전송 속도가 대폭 향상(초당 최대 1Gbps)된 것이 특징이다. 5G는 대용량 영상, 사진, 신호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며 모든 전자기기를 하나로 묶는 사물인터넷(IOT)의 근간이기도 하다.
또 5G는 자율주행 기술이 레벨4로 진입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꼽힌다. 운전 중 마주하는 교통 정보를 실시간 전송받기 위해선 센서·레이더 기술의 발전뿐 아니라 5G망이 확충돼야 한다. 예를 들어 무단횡단 중인 보행자 정보를 자율주행차가 뒤늦게 인식하면 교통사고 위험이 그만큼 높아진다. SK텔레콤 관계자는 “5G 기술이 자율주행과 결합하면 더 안전한 운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재계 안팎에선 비교적 최근까지 독자 노선을 걸었던 현대차에 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SK가 자율주행 사업에서 한 발 앞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산업은 글로벌 IT회사를 중심으로 완성차 업체가 각각 기술 제휴를 하고, 서로 ‘연합군’을 형성하는 구조”라며 “누가 더 안전하고 정밀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느냐가 연합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발표된 SK텔레콤과 글로벌 초정밀 지도제작 업체 히어(HERE)의 ‘자율주행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은 의미심장하다. 히어는 자율주행 기술 핵심인 HD맵 솔루션에서 독보적인 1위로 평가받는 기업이다. 과거 노키아 계열사였던 히어는 인텔과 텐센트 등에 인수된 후 구글과 HD맵 패권을 놓고 경쟁 중이다. IT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히어와 연합을 맺은 것만으로 국내에선 독보적인 기술 우위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중구 을지로 65 SK텔레콤 본사 전경. 박정훈 기자
또 SK텔레콤은 지난해 세계 그래픽 솔루션 선도업체 엔비디아(NVIDIA)와 자율주행 기술 협력을 맺었다. 통신회사 중 엔비디아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곳은 SK텔레콤이 유일하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차 탑재형 칩셋 기술을 독점하고 있으며, 완성차 업체 테슬라와 ‘연합’하고 있다.
파트너십 체결 당시 엔비디아는 SK텔레콤이 보유한 교통 정보 애플리케이션 ‘T맵’과 빅데이터에 흥미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통신사로서 자체 빅데이터를 갖고 있고, T맵을 성공시킨 전력이 있다”며 “최근엔 티머니 등과 접촉해 주행 관련 로우(raw)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T맵도 언젠간 HD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SK는 SK엔카 매각을 추진하면서 “자율주행차 산업을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이 그룹 신사업 선봉에 서게 됐다. SK의 자율주행차 개발을 진두지휘 중인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최태원 SK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정부도 SK의 신사업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8년 경제정책방향’ 자료에는 ‘자율주행차 실증 인프라 확충’이 명시돼 있다. 기재부는 자료에서 화성 K-CITY를 “자율주행차 테스트베드(시험장)”로 직접 언급했다. K-CITY는 SK텔레콤이 투자하고 교통안전공단이 지원하는 국내 최초 자율주행 시험도시다.
또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 허가로 경부고속도로에서 국내 최초 자율주행 시험 운전에 성공하기도 했다. 정부는 향후 R&D(연구개발) 예산 배정과 국토교통법 개정 등을 통해 자율주행 산업을 전폭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앞의 재계 관계자는 “미국 등의 사례에서 보듯 자율주행차 산업은 기술집약적 제조업 성격을 띠고, 경제 유발 효과가 크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UAE 칼둔-최태원 회장 회동 배경? 양국 연결고리설 솔솔 지난 8일 방한 중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찬 회동을 가졌다. 재계에 따르면 이날 최 회장은 평소 친분이 있던 칼둔 행정청장을 서울 광장동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만났다. 재계 관계자는 “비즈니스 차원의 만남으로 확대 해석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앞서 UAE 방문을 앞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만나 ‘사업 민원’을 전달한 것과 관련해 재계 일각에선 이번 서울 회동이 그 연장선에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나온다. 칼둔 행정청장은 UAE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자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사다. 지난달 임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왕세자를 예방했지만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 이면계약 의혹, 국방 비리 의혹이 불거지는 등 곤욕을 치렀다. 국방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임 실장의 방문은 대기업 민원 전달보다 ‘안보’와 관련한 중대 문제를 풀기 위해서였다”며 “때문에 청와대 안보라인에서 처음부터 UAE 방문을 기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여전히 임 실장의 UAE 방문과 칼둔 행정청장의 방한을 연결짓는 주장이 나온다. 최 회장이 두 국가 간 연결고리가 됐을 가능성도 조심스레 언급된다. SK는 현 정부와 친분설이 부각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선 선을 긋는 분위기다. 앞의 재계 관계자는 “(SK의) 사회적 기업 지원 등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임 실장과) 환담을 나눈 정도로 알고 있다”며 “(친분설은) 앞서 나간 얘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