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카야마 독극물 카레 사건
1998년 7월 25일, 일본 와카야마현 마을축제에서 제공된 카레에 독극물이 혼입된 사건이다. 당시 카레를 나눠먹은 주민 67명이 복통과 구토 등 이상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 중 4명이 숨졌다. 최초엔 식중독에 의한 사고로 판단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독극물 ‘아비산’이 검출돼 살인사건으로 수사를 확대, 전직 보험영업사원인 주부 하야시 마스미를 용의자로 체포했다. 검찰에 따르면 “마스미는 평소 주민들과 잦은 불화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2009년 5월 대법원에서 마스미는 사형이 확정됐다.
와카야마 독극물 카레 사건의 하야시 마스미. 사형이 확정된 채 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마스미 사형수는 오사카 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처음부터 침묵으로 일관하며 무죄를 주장해왔던 마스미는 재심 청구 중이다. 일각에서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고, 상황 증거만으로 마스미가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을 지적하며 “누명을 쓴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주간겐다이’에 따르면 “마스미의 남편 하야시 겐지는 2009년 뇌출혈로 반신불수가 돼 생활보호를 받는 처지”라고 한다. 하야시 부부는 과거 거액의 보험사기로 부를 손에 쥐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와 비교하면 천양지차의 삶이다. 독극물 사건 전, 하야시는 대저택에서 생활했으나 지금은 다다미 8장짜리 단칸방에서 홀로 산다. 세끼 식사는 도우미가 만들어주고 있는데, 메뉴로 카레가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최근 인터뷰에서 하야시는 “여전히 아내의 무죄를 굳게 믿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나와 아내는 보험사기 ‘프로’였다. 돈이 되지 않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는다. 마을 축제 도중 누군가를 독살해 마스미가 얻을 이득이 없다. 또한 재심 청구 과정에서 사건 발생 당시 와카야마의 여느 농가라도 비교적 쉽게 비소를 구할 수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분명히 범인은 따로 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일본의 ‘가짜 베토벤’ 소동
2014년 역대급 사기사건으로 열도가 발칵 뒤집혔다. 사기극의 주인공은 ‘현대판 베토벤’으로 불려온 사무라고치 마모루였다. 사무라고치로 말할 것 같으면 일본에서 천재 작곡가라고 칭송받던 인물이다. 35세에 청력을 완전히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음감으로 명곡을 작곡해 국민적 사랑을 받아왔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를 ‘현대의 베토벤’이라며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를 둘러싼 신화는 모두 새빨간 거짓이었다. 실제로 그는 청력을 상실하지도, 자신이 교향곡을 작곡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사무라고치 마모루(왼쪽)와 대리 작곡가 니가키 다카시. 오른쪽 사진은 니가키의 피아노 연주곡 음반으로 그는 현재 인기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신화의 붕괴는 대리작곡가의 양심선언에서 비롯됐다. 도호가쿠엔대학 강사였던 니가키 다카시는 2014년 “사무라고치는 악보를 쓸 수 없고 피아노 실력도 초보 수준이다. 18년 동안 그가 발표한 작품은 내가 대신 써준 것”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20여 곡을 대신 써주고 받은 돈이 700만 엔(약 7000만 원)이었다”고 고백했다.
파문이 거세지자, 사무라고치는 긴급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대리작곡이 들키면 파멸이라는 생각에 두려웠다. 지난 18년간 아내도 속이며 살아왔다”면서 “많은 사람을 배신하고 실망시킨 점, 마음 속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또 청각장애가 거짓이라는 폭로에 대해서는 “35세 때 완전히 청력을 잃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3년 전부터 천천히 말하면 알아들을 때도 있을 정도로 청력이 회복됐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펼쳤다.
일본 언론에 의하면 이후 “두 사람은 절교한 것”으로 전해진다. 흥미로운 점은 사무라고치와 니가키의 위치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이다. 대리작곡가였던 니가키는 현재 인기 작곡가 및 피아니스트로 활약 중이다. 월 3회, 연간 30회 정도의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으며, 그가 음악을 담당한 영화 ‘나비잠’이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반면, 사무라고치는 두문불출 중이다. 이에 대해, 그의 지인은 “사무라고치 부인이 꽃집에 근무하면서 근근이 생활을 지탱하고 있다. 사무라고치는 아직 일에 복귀할 상황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고베 아동연쇄살인 사건
일본인들이 기억하는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다. 1997년 고베시에서 당시 만 14세였던 중학생 A가 망치와 칼을 이용해 초등학생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3명에게 중경상을 입히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고베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밝혀진 소년 A.
더욱이 가해자 소년은 그 시기 소년법상의 처벌 연령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2004년 가출소한 뒤 자유의 몸이 됐다. 이 사건으로 일본 소년법은 일대 변화를 맞이했다. 형사 처벌 가능 연령을 ‘16세 이상’에서 ‘14세 이상’으로 낮추는 계기가 된 것이다.
또한 2015년에는 A가 범행을 저지른 경위와 현재의 심경을 담은 책 ‘절가(絶歌)’를 출간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피해자 가족들이 즉시 항의하며, 판매 중지를 요구했으나 해당 출판사는 초판 10만 부를 찍었다. 당시 인터넷에서는 “피해자 유족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이라며 “유족들의 마음을 유린한 책에 한 푼도 돈을 써서는 안 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후 소식이 단절됐던 A였다. 그런 그가 “최근 도쿄도내의 걸즈바(girl‘s bar)에 자주 출몰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걸즈바는 젊은 여성들이 대화 상대를 해주며 술을 파는 곳이다. 한 업소 관계자는 “2016년 12월 무렵부터 A가 부근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자주 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A가 현재 본명을 사용하고 있으며 약간 통통한 체형에 안경을 썼다”고 인상착의를 밝혔다.
목격담에 의하면, A는 주로 작은 걸즈바를 순회하며 술을 마신다고 한다. 업소 관계자는 “50만 원짜리 샴페인을 A가 비우는 걸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게 여성들에게 소문이 나 ‘출입금지’당한 가게도 몇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그는 덧붙였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