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진각에는 한국전쟁 때에 사용된 비행기 탱크 등이 전시 돼 있다. 작은사진은 도라산역 이정표. | ||
한없이 평화롭게 보이는 그곳 비무장지대와 닮은꼴인 우리의 분단역사에 월드컵 4강진출과 같은 기적이 일어나는 날은 언제일까.
파주지역 DMZ(비무장지대) 관광은 민통선 북방지역의 판문점 도라전망대 도라산역 제3땅굴, 민통선 이남지역의 임진각 등이 있다. 특히 도라산역 일대는 지난 5월 개방 이후 하루 7천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등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고 있다.
경의선 복구로 52년 만에 개통된 이 역은 작년 2월 김대중 대통령과 미국 부시 대통령의 방문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또 월드컵에 때맞춰 철도청이 내놓은 ‘(도라산역) 통일 관광열차’와 파주시가 운영하는 ‘DMZ관광코스’가 비싸지 않은 관광요금으로 실향민을 비롯한 일반 관광객들의 민통선을 출입을 돕고 있다. 2010년까지 세계적인 안보관광지로 도약하려는 도라산역 일대는 지금 경의선 열차의 복구와 함께 화해와 통일을 기원하는 열기로 가득하다.
도라산역 일대는 제3땅굴, 도라전망대 등을 연계해 돌아볼 수 있다. 비무장지대 관광을 위해서는 임진강역에서 미리 출입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곳은 임진각과 가까운 거리에 있다.
▲ 통일의 열망을 형상화한 듯한 임진각 통일공원 내의 조형 물. 오른쪽은 도라산전망대로 개성 송악산, 북한마을 ‘금안골’ 등이 보인다. | ||
임진각 뜰에는 한국전쟁 때 사용된 비행기, 탱크 등이 전시되어 있고 전망대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남북 포로교환이 이루어졌던 자유의 다리와 함께 멀리 북한 땅을 내다볼 수 있다.
요즘 임진각 주변은 통일공원이 들어서 훌륭한 나들이 명소가 됐다. 서울 주변의 웬만한 테마공원에 못지 않는 시설과 분위기. 분단의 아픔보다는 화해시대의 즐거움과 기대로 가득차 있다. 몸체에 ‘서울-신의주’라는 구간 표시를 붙인 기차카페는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임진강역에서 신원확인 절차를 마치고 기차는 다시 민간인통제선(민통선)을 넘어 분단의 현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출발할 때의 분위기는 자못 엄숙하지만 기차가 도라산역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5분. 긴장감과 기대에 비해 짧은 거리다. 하지만 남북분단으로 끊어진 철도가 이 한 구간만큼 다시 연장되는 데만도 무려 50년이 걸렸다.
도라산역은 비무장지대(DMZ)에서 남방한계선으로부터 겨우 7백여m 떨어진 민통선 지역 안에 있다. 지난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의 결과로 경의선(서울~신의주) 철로가 이곳까지 연장되면서 다시 문을 연 도라산역이다. 이 종착역은 그러나 장차 남북을 이어줄 평화와 화해의 상징적 장소로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도라산역의 ‘←서울 평양→’이라는 역명 표지판은 분단의 현실을 실감하게 하면서 동시에 통일의 꿈이 눈앞에 와있음을 또한 피부로 느끼게 한다. 평양으로 향해 있는 이정표는 모두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실향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평양 2백5km라니, 당장이라도 내 달릴 기세로 가득한 그들에게 희망 가득한 역인 것이다.
이곳 새로 지어진 역사는 통일에의 꿈과 희망을 담았다. 어느 역에서도 볼 수 없이 깨끗하고 화려한 내부시설은 이곳에 정차한 열차가 곧 기적소리 크게 울리며 평양 아니라 러시아대륙마저 단숨에 내달릴 만반의 준비를 끝마친 것처럼 보인다. 기차에서 내린 뒤부터는 셔틀버스로 민통선 안을 이동하게 된다.
▲ 판문점 자유의 집(위쪽). 아래는 임진각에서 바라본 자유 의 다리. 멀리 북한땅도 볼 수 있다고 한다. | ||
하나의 땅덩어리에 서로 이웃으로 살던 시절을 생생히 기억하는 칠순, 팔순의 노인에서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손을 잡고 세상 구경에 신이 난 예닐곱 살 철부지까지, 찾아올 때 생각은 서로 달랐겠지만 이곳에선 누구나 ‘남과 북은 하나다’라는 단순한 명제만으로 가슴이 벅차다.
관광객들의 이해를 돕고자 만들어진 DMZ영상관은 첨단 디지털기술로 만들어낸 입체적 화면을 보여준다. 분단과 군사적 대치의 삼엄한 현실부터 휴전선이나 군사분계선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새들의 모습까지.
비무장지대가 간직한 생태학적 가치는 두 눈을 의심한다. 52년 동안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이곳 비무장지대는 천연기념물의 보고로 세계의 학자들이 비상한 관심을 두고 있다 한다. 폐기된 땅에서 일어나는 자연의 놀라운 생명력처럼, 본디 하나로 태어나 허리잘린 이 땅덩어리도 그 끈끈한 생명력을 닮고 싶어하리라.
제3땅굴에 이르면 일순 긴장감이 감돈다. 휴전선상에서 발견된 남침용 땅굴은 냉전대치시대의 가장 큰 증언이다. 북한군이 72년부터 곳곳에 파기 시작한 남침용 땅굴이 발견된 것은 1974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4개다. 이곳 제 3땅굴은 1978년 10월에 발견된 것으로 폭 2m, 높이 2m의 땅굴을 판문점 남방 4km까지 파내려온 것이다.
“사진 촬영시 압수합니다”는 경고성 안전수칙을 듣고 보니 관광치고는 너무 엄숙하다. 지하 3백m 아래로 향하는 45인승 의자형 엘리베이터에 앉자 키가 큰 사람은 더러 땅굴 천정에 머리가 닿기도 하고 몸집이 큰 사람은 틈새가 거의 없는 옆쪽 벽을 스치기도 한다. 다들 고립된 듯한 이 지하세계가 조금은 섬뜩한 모양인지 관광객들의 말소리가 현저히 줄어든다. 엘리베이터가 끝나는 지점에는 벽을 타고 천연생수가 흐른다. 저마다 북한물이니, 비무장지대 물이니 하며 마시고 받아가고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군사분계선까지 걸어가자 통로를 막아놓은 작은 철문이 있다. 저 좁다란 문, 그리고 긴 터널을 통과하기만 하면 북한 땅으로 이어진다는 생각. 그곳에는 한 핏줄로 맺어진 사람들이 밭을 매고 논을 갈며 살아간다. 현장이란 이런 진한 전달력이 있는 것이다. 공포감이라기보다는, 지하공사에 동원돼 여러 달 여러 해를 무던히도 땅굴을 파내려왔을 나이 어린 병사들의 모습이 연상되며 측은지심이 생긴다.
비무장지대 서부전선의 마지막 관광코스는 도라산전망대다. 개성의 송악산, ‘금안골’이라는 북한의 농촌마을, 그 마을 한가운데 세워진 김일성 동상을 볼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의 논농사 흔적도 내다보인다. 쌀을 사랑하는 마음, 한 톨의 쌀이라도 더 거두기 위해 노력을 다하는 농부의 정성은 남이나 북이나 다름이 없다.
전망대 외부에 설치된 망원경으로는 더 멀리 개성의 건물들까지 보인다. “이렇게 가까이에 있다니”라며 관광객들끼리 놀란 소리로 수런거린다. 전망대 오른쪽으로는 높이 1백60m로 세계에서 제일 높고 큰 깃발이라는 북한의 인공기가 휘날리고 있다. 그 앞은 북한의 대남 선전용 마을인 기정동마을이다. 건물 외벽만 그럴싸하게 지어놓은 채 정찰병력을 제외한 사람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기정동마을에서 직선거리로 1.8km 떨어진 곳, 비무장지대 안 남쪽 구역에 대성동 ‘자유의 마을’이 있다. 이곳은 전쟁 이전부터 살던 원주민들의 마을로, 국가의 세금면제를 받으며 현재 2백30여 명이 인삼재배 등으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여행 메모] DMZ관광 신분증 있어야
DZM관광(임진강역~도라산역~제3땅굴~도라산전망대~통일촌)에는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경의선 열차와 셔틀버스를 이용. 셔틀버스는 평일 1시간, 주말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도라산역 열차는 서울역에서 오전 8:10, 10:10, 12:10등 하루 세 차례 출발한다. 이용요금 7천7백원.
▲문의 : 임진각관광안내소 031-954-0303. 관광신청 02-399-2180, 2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