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유도에서 바라보는 낙조. | ||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외국문화가 유입되는 주요 통로로서 번성했던 항구도시. 그 무렵 형성된 시가의 모습이 지금까지 큰 변화없이 이어져 이제는 오히려 개화의 창구가 아니라 복고의 도시로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 군산도 지금은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군산 앞바다의 고군산군도는 잠깨어나는 군산의 아름다움을 대변하는 아름다운 해상 관광지다. 그 아름다운 섬으로의 여행은 1박2일, 혹은 주변까지 합쳐 2박3일쯤 일정으로 떠나기에 알맞다.
[에피타이저 - 군산의 횟집+온천]
시원하게 뚫린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온다. 강풍이 불면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아슬아슬한 서해대교를 건너고 충남 서천과 전북 군산을 경계로 하는 금강교를 건너면 군산나들목이다.
나들목을 나와 우측 길로 접어들어 나포쪽으로 나오면 삼갈래 길이다. 이 길을 따라 우측으로 들어서면 서해안 옹고집 장집(063-453-8877)이 있다. 마당에는 삼각뿔처럼 생긴 장독뚜껑을 덮어놓은 숨쉬는 항아리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 집은 오로지 재래식으로 만든 된장, 간장 등을 만드는 곳이다. 커다란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피면서 땀흘리면서 몇 시간을 저어서 숙성시키는 간장. 국산 콩을 이용해 만든 된장.
지푸라기를 사각진 메주에 감아 옛 방식으로 메주를 띄운다. 거기에 호박과 보리를 넣어서 만들기 때문에 ‘호박보리된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항아리에 잘 담아 판매(1kg에 3만원 정도)도 하고 된장찌개백반(5천원)을 팔고 있다. 집간장을 섞어 만든 꽃게장이 반찬으로도 나오고 포장 판매도 한다.
이곳을 벗어나 금강하구언쪽으로 차를 돌리면 새로 개장한 군산온천(063-453-8100, www.kunsanspa.co.kr)이 있다. 금강하구둑을 찾아 날아오는 고니를 형상화해서 지었다는 흰색 건물이다. 수질은 황산염천이다. 노천탕과 찜질방 등이 자랑거리며 무엇보다 아직 미개장한 황토방 사우나를 내세운다. 인간문화재가 집을 짓고 장작불을 지펴서 건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란다.
▲ 고군산군도 여행의 백미는 선유도다. 여행객들이 선유도에서 처음 보게 되는 풍경은 ‘평사낙안’ 은빛 모래밭이다. | ||
장춘횟집(063-443-5161)은 10년의 연륜을 자랑하는 곳. 너무 많이 나와 먹기에도 버거울 정도로 푸짐하다. 코스별로 회가 쏟아져 나오는데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버거울 정도로 많은 가짓수다. 자연산 회는 4인기준으로 12만원, 일반회는 10만원이다.
[메인디시 - 선유도 은빛 모래밭]
군산 여행의 백미는 선유도. 군산여객선터미널(063-442-0116)이나 섬 전체를 들러볼 수 있는 유람선(063-445-2240)을 이용하면 된다. 유람선 요금은 1만5천원. 배는 물때에 따라 운행시간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여객선은 하루에 2~3회 유람선은 1~2회 운행한다.
군산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섬만 해도 63개. 그중에서 개야도 죽도 연도 어청도 야미도 신시도 선유도 무녀도 장자도 대장도 관리도 방축도 명도 말도 비안도 두리도라는 16개의 섬에서만 사람들이 살고 있다.
유람선을 타면 이 일대의 섬을 한바퀴 빙 돌 수 있다. 대신 선유도에서 30분 정도의 시간만 주기 때문에 구석구석을 들러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여객선으로 들어가 선유도에 하룻밤 정도 유하면서 여유있게 둘러본다면 제대로 된 여행이 될 것이다.
고군산군도에 닿으려면 족히 1시간이 넘게 먼바다를 떠가야 한다. 첫번째 관문이라고 하는 안내방송이 나오면서 망망대해에 유연하게 자리잡고 있는 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서해의 거친 조류를 타고 앉아있는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 전북 군산시 옥도면).
지루할 정도로 무표정한 곳도 있는 반면 군데군데 아름다운 모습을 빚어 놓기도 했다. 바닷물에 침식되어 중간에 구멍을 휑하니 뚫어 놓은 신기한 바위 모습이나 하늘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바윗덩어리 등에도 켜켜히 침식된 파도의 흔적이 새겨있다.
▲ 고군산군도의 평화로운 노년기 지형은 때로는 바닷물에 침식되어 중간에 구멍이 뚫린 신기한 바윗덩어리들을 남겨 놓는다. | ||
선유도에서 처음 여행객을 맞는 것은 은빛 모래밭에 기러기가 내려앉은 듯한 모습의 평사낙안(平沙落雁). 길이 1km에 달하는 모래톱에 비스듬히 기운 고깃배와 2백50년이 넘었다는 팽나무 한 그루가 만들어내는 풍경이 이채롭다. 평사낙안의 모래톱은 바로 바다와 접해 있어 물이 들면 금세 잠길 듯하지만, 큰 파도가 일어도 가장자리에서 넘실거릴 뿐 한 번도 잠긴 적이 없다고 한다.
언덕의 한 쪽은 유리처럼 맑은 백사장이고 다른 쪽은 조개가 지천으로 널린 질펀한 개펄이다. 백사장쪽은 여름이면 인파로 북적대는 해수욕장으로 변한다. 모래언덕의 끝에는 선유도의 상징인 선유봉이 있다. 마치 두 신선이 마주 앉아 있는 듯한 모습이다. 마이산처럼 돌 봉우리 두 개가 비스듬히 이어져 있다. 물이 깊지 않고 하얀 모래사장이 펼쳐져 해수욕을 즐기기에는 그만. 특히 완만한 바위는 낚시꾼의 집합소다.
[디저트 - 오밀조밀 장자도 풍광]
인근의 무녀도 장자도 대장도와 다리가 놓인 덕에 네 개의 섬을 한꺼번에 둘러볼 수가 있다. 무녀도는 고군산군도에서 네번째로 넓은 섬. 춤을 추는 무녀의 모습을 닮았다해서 무녀도다. 이미 1950년대 초에 16만여 평의 간척지를 일구었고, 지금도 군도에서 가장 많은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두께 2m에 이르는 패총이 이곳에 있다.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섬은 장자도. 역시 선유도와 다리로 이어져 있다. 군도의 유인도 중 가장 작은 섬이다. 한 손에 잡힐 듯 작은 덩치이지만 자갈해안, 기암이 어우러진 등산로 등 섬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절경이 오밀조밀 이어져 있다.
폐교(063-465-7429)를 꾸며 만든 휴양시설과 1만여 점의 수석과 분재를 모아놓은 수석전시관도 있다. 폐교에서는 야영이나 민박도 가능하다. 장자교 위에서의 바다낚시도 선유도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숙박은 선유도 내에 우리파크(063-465-0657), 안정민박(465-4742) 등 다수가 있다. 활처럼 휜 해변가 주변으로 집들이 들어서 있다. 지역 사람들도 물을 사먹기 때문에 식수를 준비해 가는 것은 필수다.
▲대중교통 : 서울-군산간 고속버스 이용. 군산에서 여객터미널이나 도선장에서 유람선 이용하면 된다.
▲자가운전 : 서해안고속도로 군산IC-좌회전-삼갈래길에서 우측으로 가면 옹고장집. 다시 돌아나와 외곽도로 타면 군산온천이다. 온천에서 해안길 따라 군산시내로 들어오면 도선장(군산항)으로 쉽게 찾아올 수 있다.
이혜숙 여행작가 www.hyesoo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