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2017년 결산 3300억 원을 주식 배당금으로 하는 내용을 의결했다. 전년 대비 3.6배 오른 금액이다. 2019년까지 같은 규모의 배당도 약속했다. 2017년 3분기까지 삼성물산의 연간 세전이익은 5942억 원이다. 전년의 4249억 원보다 1700억 원 늘어난 수치다. 연간기준 8000억 원 안팎이 예상된다. 3300억 원을 배당하기에는 다소 버거운 규모다.
서울 서초동 삼성물산 본사.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삼성물산 내부적으로는 올해 건설부문 실적 개선이 뚜렷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설부문 연간매출은 12조~13조 원에 달하지만 2015년 적자, 2016년 343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6000억 원 이상의 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되며,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게 내부 관측이다. 해외부문 부실, 국내 주택시장 의존도가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낮다는 게 강점이다.
삼성전자의 배당 역시 주요한 이익 증대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조 8000억 원에 이어 올해부터 3년간 9조 6000억 원을 배당할 계획이다.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율(4.63%)을 단순 적용해도 4400억 원이다. 삼성전자에서 받는 배당만으로도 연간 배당금 충당이 가능한 셈이다.
삼성물산의 가장 큰 자신감은 바이오 부문이다. 43.4% 지분을 가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시총은 27조 원을 돌파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지분가치만 12조 원에 육박한다. 경쟁사 셀트리온 시총은 이미 37조 원을 넘어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까지 감안하면 주가 상승 잠재력은 셀트리온 이상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다만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유동화시킬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삼성전자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율도 31.5%에 달한다. 향후 지주사 주체가 누가 될지에 이들 지분의 유동화 향배가 달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 내부에서 바이오에 대한 투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업적으로 분류된다. 바이오부문에서 확실한 성과를 낸다면 지배구조 개선뿐 아니라 이 부회장의 총수로서의 자격도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번 주주환원 정책은 그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외국인 사외이사 선임 방침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고 풀이했다.
배당 확대는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에도 호재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23%(3267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삼성물산의 배당 결정으로 이 부회장은 매년 653억 4900만 원을 받는다. 지난해 이 부회장의 배당수입 총액인 488억 원 대비 160억 원 이상 많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합병할 때 30% 배당성향을 약속했다. 지난해까지는 실적 부진으로 못했지만 이제 이익이 나는 만큼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차원이다”라고 설명했다. 내달 5일 이 부회장의 2심 선고에서 앞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주주이익에 부합했다는 정당성을 인정받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변수다.
지난 9일 단행된 사장단 인사는 삼성물산 역할론에 기름을 부었다. 삼성전자 등에 이어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은 물론 미래전략실 출신 핵심인력들이 최고경영자(CEO)에 기용됐다.
이영호 신임 삼성물산 건설부문장 사장은 1958년생으로 삼성SDI 경영관리 및 감사담당을 거친 후 2011년 삼성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삼성물산 재무담당(CFO)과 건설부문 경영지원실장을 겸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금용 신임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장 부사장은 1962년생으로 삼성전자 인사팀장, 삼성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 등을 역임한 인사전문가다. 그룹의 재무와 인사를 꿰뚫을 수 있는 인사들이 삼성물산의 사령탑에 앉은 것이다. 전임 CEO 3인방 가운데는 김봉영 사장만 그룹 경영진단팀 출신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삼성은 크게 전자부문, 비전자부문, 금융부문 3개 체제로 나뉘었는데 최근 인사를 보면 전자와 물산에 옛 미전실 출신들이 배치되면서 소그룹 컨트롤타워 기능이 부여되는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전환을 당분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삼성전자는 지배구조 이슈에 직접 나설 처지가 아니다. 삼성물산이 비전자 계열사와 관리는 물론 최대 숙제인 금산분리 이슈 등에 주도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최열희 언론인
이재용 부회장도 비트코인 대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열풍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가상화폐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 기반 사업 확장이 예상되면서다. 삼성SDS 주가는 최근 2년 만에 26만 원을 돌파했다. 상장 직후인 2014년 11월 최고가 42만 9000원에는 못 미치지만, 불과 1년 전과 비교하면 배 이상 올랐다. 시가총액도 19조 원을 넘어서며 20조 원을 눈앞에 뒀다. 이재용 부회장이 9.2%, 이부진·이서현 사장 각각 3.9%씩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세 남매의 지분 17%의 가치만 3조 원이 넘는다. 삼성물산도 17.08%를 갖고 있다. 향후 지배구조 개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액수가 6조 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 부회장의 지분은 11.25%에 달했으나 2016년 2월 지분 일부를 주당 24만 원에 매각했다.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삼성물산 지분 일부를 매입하고, 삼성중공업 유상증자 참여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시장은 결국 이 부회장 지분이 매각되면 그룹 지배구조 관련 프리미엄이 사라질 것으로 해석했고, 주가가 급락했다. 최근의 주가 회복은 이 부회장 지분 매각 이전 주가 수준으로 복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배구조가 아니라 사업모델 자체로 평가받은 결과라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신건식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물류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사업에서 블록체인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 핵심 사업전략이다. 물류와 관련된 거래 생태계가 블록체인으로 진화할 경우 탄탄한 계열 내(Captive) 물량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 삼성벤처펀드를 통해 ‘블록코’라는 블록체인 개발 회사의 지분을 간접적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향후 풍부한 현금과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제반 솔루션 업체의 인수도 가능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양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시스템통합(SI)과 컨설팅 중심이었던 삼성SDS는 자체 솔루션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해왔다. 특히 인공지능(AI), 스마트팩토리를 비롯한 핵심 경쟁력 구축을 통해 4차 산업혁명에 근간한 성장동력을 확보한 상황이다. 이러한 신사업 분야의 매출 비중은 전체 IT서비스 중 이미 20% 이상으로, 향후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