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의 금강산을 오가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영업했던 식당과 상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폐업한 모습. 최준필 기자
“옛날엔 저기 건어물 가게에 직원이 12명이나 있었어.”
기자와 만난 할머니가 가리킨 곳에는 이미 폐허가 된 건어물 가게가 있었다.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동해안 최북단 마을에서 할머니는 건어물 가게를 포함해 민박집, 부동산, 식당 등을 운영했다.
금강산 관광 길목이었던 명파리는 한 때 호황을 누렸다. 이 시절에 대해 할머니는 “건어물 가게는 하루 매출이 1700만 원이었을 때도 있었어. 민박집은 미어 터졌지. 이 근처에 식당 7개가 있었는데 우리 집이 제일 잘 됐어”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지금 마을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썰렁했다. 상점의 문은 모두 굳게 닫혀 있었다. 사람이 드나든 지 오래된 듯 광고 전단물이 쌓인 곳도 눈에 띄었다. 할머니는 “그런데 다 죽었어. 다 합쳐서 작년엔 112만 원, 재작년엔 65만 원을 벌었어. 마을 사람들끼리 만나면 어떻게 사나 그 걱정만 해”라고 토로했다.
고성군청이 조사한 ‘금강산 관광 중단에 따른 고성지역 피해 현황자료’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객은 2003년부터 2008년 7월까지 138만 5972명이었다.
금강산 관광 중단 전인 2004년부터 2007년까지 고성군의 연 평균 관광객은 690만 789명이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인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고성군 관광지의 연 평균 방문객은 478만 3017명으로 급감했다. 연 평균 211만 7772명이 감소했다. 연 평균 관광객의 약 30%가 준 셈이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3456억 원으로 월 평균으로 따지면 32억 원에 이른다.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인한 휴폐업 업체도 급증했다. 2008년엔 32개, 2009년엔 49개, 2010년엔 21개, 2011년엔 7개의 업체가 휴폐업을 했고 2012년엔 무려 277개의 업체가 휴폐업 했다.
할머니도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서 큰 기대감을 보였다. “춤을 출거야. 마을 사람들 모두 그렇게 생각할 걸. 농사지은 거라도 팔아야 먹고 사는데 지금은 속이 터져 죽겠어. 이사 갈 수도 없고…”
명파리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한 아주머니는 “말도 못 해요. 옛날엔 식당도 했는데 ‘박왕자 사건’ 이후로 닫았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금강산 관광이 풀렸으면 좋겠어요. 금강산 관광 했을 땐 하루 매출이 10만 원 정도 됐는데 요샌 하루에 2만 원 정도 벌어요. 손님이 전혀 없어요. 동네 사람 말고”라고 했다.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마차진리에 금강산을 오가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영업했던 식당과 상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폐업한 모습. 최준필 기자
40년 동안 마차진리에서 명파리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아주머니는 “여기 근처에 10집이 있었는데 다 나갔어. 손님이 와야 오징어를 팔지”라고 했다.
금강산 관광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마을 위로 4차선 도로가 생겼기 때문이다. 아주머니는 “금강산 관광 재개? 기대도 안 해. 우리 돈만 다 먹고…사는 게 희망이 없어. 4차선 도로로 가지, 누가 여기까지 들어와서 오징어를 사나”라고 말했다. 앞서의 상점을 운영하는 아주머니 또한 “4차선 도로로 그냥 지나쳐 갈 것 같아 걱정스러워요. 그건 좀 아쉬워요”라고 우려했다.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의 금강산을 오가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영업했던 식당과 상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폐업한 모습. 최준필 기자
정석권 명파리 이장은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돌발 상황(박왕자 피살 사건)이었는데 이제는 관계를 풀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했으면 좋겠다. 지역 경제가 살아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과거 명파리엔 상점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거의 다 도산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감으로 버티는 사람도 있지만 굉장히 어렵게 지내고 있다. “95% 이상 매출이 급감했다. 가정에 여유가 있어서 버티는 곳도 있지만 소규모 자본은 모두 나가 떨어졌다”고 귀띔했다.
또한 “개인이 (관광 재개를) 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통일부에서 피해 대책을 해줘야 한다. 국가사업으로 관광을 시작했으면 도의적인 책임은 져야 되지 않나”고 반문했다.
박용식 마차진리 이장 또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무의미하다. 고성군에 회담 장소도 만들고 숙박 시설 등도 만들어 같이 머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마을이 산다. 명파리는 그동안 들렀다 나가는 나들목 격이었다. 먼지만 날리고 간 셈”이라고 의견을 보탰다.
또한 “게다가 지금은 사차선 도로가 마을 밖으로 뚫려 마을로 관광객 유입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외로워. 외로워서 못 살아.” 앞서의 할머니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할머니는 “금강산 관광 할 때나 이산가족 찾으러 북한으로 갈 때 관광버스가 끝도 없이 우리 집 앞에 줄을 서있어. 거기에서 하염없이 손을 흔들면서 울었던 기억이 있어. 다 옛날 얘기야. 하루 빨리 금강산 관광이 재개 됐으면 좋겠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원 고성=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