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투자자가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에서 제공하는 차트를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글로벌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힐스가 집계한 세계 거래소 순위를 보면 한국 거래소 이름을 상단에서 찾을 수 있다. 12일 일일 거래량 기준 빗썸(2위), 코인원(11위), 코빗(15위), 코인네스트(22위)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4곳이 30위권 안에 올라 있다. 24시간 운영되는 가상화폐 거래소 특성상 하루 거래량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환경에도 세계적으로 상위권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
국내 1위 가상화폐 거래소로 알려진 곳은 빗썸. 이제 이름만 대도 다 알 만큼 유명한 회사가 됐다. 전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중국 바이낸스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계 시장점유율은 10.65%로 국내 업체 가운데 1위다. 지난 2014년 1월 가상화폐 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빗썸은 지난해 말 기준 회원수 250만 명, 일 평균 거래량 2조 5000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하루에 거래에 따른 수수료만도 30억 원이 넘게 들어오는 구조다.
현재 비트코인,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등 12종의 가상화폐 거래를 지원하고 있는데, 한국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던 리플과 같은 경우 전세계 거래소 가운데 1위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다. 때문에 김치프리미엄(한국과 외국 거래소 간 코인 가격 차이)과 같은 오명도 함께 받고 있지만, 누가 뭐래도 한국을 대표하는 거래소로 불린다. 빗썸 외에 코인원, 코빗, 코인네스트 등이 2014년 문을 연 1세대 거래소에 해당한다. 빗썸을 제외한 1세대 거래소의 세 곳의 전 세계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4~5% 수준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업비트는 2세대 거래소다. 아직 코인힐스 등 거래소 랭킹 사이트에 등재되지는 않았지만 업계는 업비트를 주목하고 있다.
업비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회원수 200만 명, 일 평균 거래량은 7조 원에 달한다. 이미 국내 1위로 불리는 빗썸을 뛰어넘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업비트 관계자는 “1월 중순 코인힐스 등재 예정으로 정확한 국내 시장점유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업계 1위 등극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가상화폐 광풍과 거래소 춘추전국시대를 이끈 것 역시 업비트다. 업비트는 지난해 10월 개설 이후 다른 유수의 국내 거래소들과 다른 행보를 보여 왔다. 빗썸, 코인원 등 다른 거래소들과 달리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가상화폐)’ 거래를 특화한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 앞선 1세대 거래소들이 9개~12개 안팎의 가상화폐 거래를 지원한다면 업비트는 현재 118개의 가상화폐를 거래 중이다. 그동안 해외 거래소를 통해서만 가능했던 알트코인 투자를 가능케 해 단기간에 국내 이용자들을 끌어 모았다.
당연히 1세대 거래소들은 불만을 털어놓는다. 업비트가 너무 잡코인(거래가액이 1달러 안팎인 가상화폐)까지 거래가 가능토록 해, 가상화폐 투자 시장을 ‘도박판’처럼 만들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하루에 200%씩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코인이 정상적인지는 의문”이라며 “업비트는 하루에 2배씩 급등한 것을 아예 홈페이지 대문에서 보여주며 투기를 조장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도 할 수 있지만 시장 형성과 투자 심리 안정화 등을 감안해 검증이 된 코인들만 거래를 하는 부분도 있는데, 외국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코인들은 중계하는 수준에 불과한 업비트가 물을 흐렸다”고 지적했다. 업비트의 등장으로, 대박을 꿈꾸는 코인 좀비들이 확산됐다는 비판이다.
그럼에도 업비트는 ‘보안이나 시스템 차원이 다르다’며 다른 거래소들과 선을 긋는 행보를 걸어왔다. 최근까지도 한국블록체인협회 회원사로 가입하지 않았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가입돼 있는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그림자가 드리운 지난해 말 ‘자율규제안’을 발표하며 ‘자구책’을 내놨는데, 업비트는 당시 협회에 가입하지 않고 자신만의 행보를 걸었다.
하지만 정부 규제가 구체화되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를 폐지하고 거래를 못하게 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자, 업비트는 뒤늦게 협회가 발표한 자율 규제안을 따르겠다는 뜻을 수용했다. 결국 업비트는 지난 11일에서야 협회에 가입했는데, 업비트의 가입으로 현재 블록체인협회 회원사로 가입된 가상화폐 거래소는 모두 23개사로 불어났다.
‘정부 규제에서 살아남자’는 취지로 거래소들이 모이고 있지만, 정부는 ‘어떻게든 투기화되는 것은 막겠다, 거래소부터 잡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조기자단 간담회에서 가상화폐, 수사권 조정 등 현안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체적으로 정부 의지가 드러난 것은 11일 오전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기자간담회였다. 박상기 장관은 “화폐가 아닌데 가상화폐라고 부르는 것도 부적절하다”며 “가상증표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상화폐를 도박에 비유하며,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법안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실제 법무부는 “누구든지 가상증표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해서는 아니된다” “누구든지 가상증표 거래를 중개하거나 그 영업에 관한 광고를 해서는 아니된다” 등의 내용이 포함된 법안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 시장이 급락하고 투자자들이 반발하자 청와대는 뒤늦게 “여러 안을 검토 중이고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일요신문> 취재 결과 국세청·금융위원회 역시 강도 높은 거래 규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전체 거래소는 아니더라도, 일부 거래소들은 폐쇄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국세청은 지난 10일 빗썸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서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우리는 빗썸이 어떻게 관리를 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회계 기준을 충족시켰는지도 알지 못한다”며 “빗썸이 어떤 구조인지, 또 거래소들이 어떤 구조인지 알기 위해서 빗썸에 먼저 나간 차원으로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세청 내부에서는 ‘빨리 세금을 거둬들여서, 이걸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일반 국민들의 불만을 해결해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거래 발생 시 생각하는 수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입법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 역시 “거래소들 자금 관리에 문제가 많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전체 거래소 폐지는 어려워도 한두 곳은 가능할 수 있지 않겠냐”고 귀띔했다. 금융위원회가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시각은 법무부보다는 약하지만 역시 규제 쪽으로 방향성을 정하고 조심스런 접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금융위에서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시각은 ‘주식하고 비슷하게 생겼는데 어떻게 거래가 이뤄지는지, 거래 방식과 자금 관리 방법 등이 전혀 알려진 게 없다’는 것”이라며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금융위원회 내부 회의 때 거론되는 안들이 상당히 강력하다”고 귀띔했다. 그는 “가상화폐 시장이 성장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손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없어져야 한다는 시각이 팽배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두 기관 모두 ‘법’의 근거가 없다는 게 발목을 잡고 있다. 앞선 국세청 관계자는 “주식처럼 세금 징수를 위한 근거 법안이 없다”며 “구체적으로 움직이려면 내년 초는 되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거래소가 살아남을 방법은 법안 통과를 막는 것이다. 법안 통과를 책임지고 있는 국회는 투자 심리에 영향을 받는 상황이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정부 규제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이 SNS를 통해 ‘시장 발전과 활성화도 감안해야 한다’며 정부 규제안을 비판하고 있다.
야당은 한발 더 나아갔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 치고 빠지기 작전세력 거두인 듯하다”며 “박상기 법무장관을 경질하라”고 자신의 SNS를 통해 주장했다.
사진=하태경 의원 트위터 캡처
6월 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장 후보를 꿈꾸는 정치인들의 ‘가상화폐 옹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에 1000만 원가량을 투자한 직장인은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이들 대부분이 서민들이지 않냐”며 “나도 목돈을 벌어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게 처음인데 이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하는 정치인은 찍지 않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도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회의원실을 통해 거래소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대관 인력을 강화해 국회 등에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거래소는 국회뿐 아니라 관련 대학 교수 등 학계와도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취재진이 의견을 문의하려 한 교수 가운데 다수는 거래소 측과 미팅을 갖고 있기도 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정부는 거래소를 통해 투기를 막으려는 정책을 잇따라 내놓을 것”이라며 “살아남으려는 거래소들의 이전투구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국내 최대 빗썸, 대형 포털과 매각 논의도…국내 5대 거래소 뜯어보기 ◇ 빗썸 먼저 2014년 1월 문을 연 빗썸은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로 통한다. 1등인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이다. 빗썸은 주식회사 비티씨코리아닷컴이 운영하는 회사로 지배구조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이 중심에는 김재욱 아티스트컴퍼니 대표가 있다. 빗썸의 주요 주주는 전자상거래 회사인 엑스피씨와 코스닥상장사 비덴트, 옴니텔 등인데 이들 회사가 모두 김 씨 소유다. 김 씨는 얼마 전까지 빗썸 대표를 역임하다가 정보기술(IT) 전문가인 전수영 전 NHN엔터테인먼트 부회장을 대표로 영입한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1세대인 빗썸은 각종 ‘시행착오’를 모두 거치며 성장했다. 지난해 6월에는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있었고, 서버 불안으로 거래가 중단된 사태도 있었다. 당연히 빗썸을 둘러싼 분위기는 좋지 않다. 정부에서 거래소 폐지 결정을 내리면, 첫 번째 타깃이 빗썸이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다. 빗썸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인지, 매각을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국내 대형 포털 사이트 등과 지분 매각을 논의했다. 가격 등 구체적인 조건을 맞추지 못해 무산됐지만, 언제든 지분을 매각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빗썸 거래소는 매각 시도와 별개로, 거래소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 역시 계속 드러내고 있다. 신입 및 경력사원 4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채용을 진행 중이다. 빗썸이 밝힌 모집분야는 IT, 웹디자인, 핀테크 등 본사인력 100명과 콜센터 직원 300명이다. 특히 본사 인력 100명 가운데 3분의 1가량은 고객 자산보호, 인프라 개발 및 운영 등과 관련된 보안 인력으로 꾸리는 등 안정적인 거래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게 빗썸 측의 설명이다. ◇업비트 2013~2014년 설립돼 국내 빅3를 형성하던 기존 거래소들과 달리 업비트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후발주자다. 업비트는 카카오가 지분 8.84%를 가진 핀테크 기업 ‘두나무’가 설립한 곳으로 미국 최대 가상통화 거래소 ‘비트렉스’와 제휴를 통해 현재 118개의 알트코인을 취급 중이다. 코인 당 1000원 미만의 ‘잡코인’이 많아 20~30대 가상화폐 거래자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아직까지 보안이나 서버 관련 큰 문제가 발생한 적 역시 없다. 카카오톡 계정을 이용해 손쉽게 계좌 개설과 로그인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사용자가 급증한 데에 주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1일엔 이석우 전 카카오 공동대표가 두나무 신임대표로 선임됐고 창업자 송치형 두나무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됐다. ◇ 코인원 코인원은 2014년 설립된 가상화폐 거래소다. 이후 2016년 4월엔 국내 최초로 이더리움 원화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고 현재 총 9개의 가상화폐를 취급하고 있다. 코인원은 지난해 12월 기준 회원수 40만 명, 일 평균 거래량은 7000억 원에 달한다. 11일 코인힐스에 따르면 코인원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2.86%로 11위를 기록, 국내 기준으론 빗썸에 이어 2위다. 이 회사의 대표는 89년생의 젊은 CEO 차명훈 씨. 그는 2009년 세계 해킹대회에서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유능한 화이트 해커 출신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인원도 1세대 거래소의 한계에 직면한 분위기다. 거래가 폭주할 때마다 잦은 서버 다운으로 투자자들의 불만에 직면한 상태다. 업비트나 빗썸에 비해 거래 가능 코인이 현격하게 적은 것도 코인원이 더 주목받지 못하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코인원은 광고 마케팅으로 분위기 쇄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업계 최초로 연예인 이동욱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며 온오프라인 마케팅에 적극 나섰다. 버스, 지하철, 쇼핑몰 등에서의 오프라인 광고는 물론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도 영상광고를 확인할 수 있다. ◇ 코인네스트 지난해 7월 출범한 코인네스트는 거래소의 핵심 기술을 중국 비티씨트레이드에서 제휴 형태로 공급받아 운영하고 있다. 업비트가 미국의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렉스와 협력해 운영되고 있다면 코인네스트는 중국의 거래소와 기술을 협력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코인네스트는 중국 채굴업체인 비트메인이 500억 원의 가치를 인정하고 투자한 곳이기도 하다. 김익환 코인네스트 대표는 우지한 비트메인 대표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등 중국 쪽 업계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업비트와 마찬가지로 역시 알트코인 20개를 다루며 국내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회원수 30만 명, 일 평균 거래량 3000억 원을 기록 중이다. 세계 시장점유율 0.69%를 기록 국내 기준 4위에 해당된다. ◇ 코빗 코빗은 2013년 가상 화폐 불모지로 여겨지던 한국시장에서 거래소로 첫발을 내딘 기업이다. 유영석 현 대표와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가 설립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거래소 가운데 처음으로 M&A 매물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국내 대표 게임업체 넥슨이 지주회사 엔엑스씨(NXC)를 통해 코빗의 지분 65.19%를 913억 원에 인수해 화제가 됐다. 코빗의 회원 수는 3만 명, 일 평균 거래량은 2000억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1.56%의 세계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현재 코빗은 총 12종의 가상화폐를 거래 중이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