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2년차 정국주도권 향배를 가를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예비후보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여당 후보들은 앞을 다퉈 ‘문재인 마케팅’에 나서는 반면, 야권 후보들은 후광효과를 기대할 후보가 전무해서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물론, 통합신당 추진에 나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피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실제 당시 여당은 투표함 뚜껑을 열기 전 수도권 전패를 비롯해 영남권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결과는 수도권 2곳(경기·인천)과 영남권 5곳(부산·경남·울산·대구·경북), 제주 등 총 8곳에서 승리했다. 제1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보다 1석 적었지만, 전패 예상에서 무승부를 끌어냈다. 한때 ‘선거의 여왕’으로 불린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실감한 순간이다.
정권 교체 이후 상황은 정반대다. 여당은 친문(친문재인)계 후보 중심으로 문재인 대통령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신년 초에도 70%를 상회하자, 이를 오롯이 흡수하려는 포석이다.
여의도 안팎에선 ‘친문 프리미엄’이 현역 프리미엄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대선 캠프 때 자리를 놓고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인 것도 선거를 위한 것이 아니겠냐”라며 “현 국면에선 ‘문재인 캠프 직책’을 현수막이나 명함에 적는 것만 해도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밴드왜건’(대세를 따르는 편승효과)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다.
비문(비문재인) 진영의 변화도 감지된다. 충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양승조 민주당 의원은 1월 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친문은 아니지 않나’라는 질문에 “동의할 수 없다”며 “친문·비문 규정은 도식적·형식적인 분류”라고 잘라 말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 10·3 전대에서 당대표에 올랐던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고문의 대표 비서실장을 맡았던 손학규계의 핵심이었다.
그러면서 최대 경쟁자인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을 겨냥해선 “대선 경선 때 대통령 쪽 운동을 한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친문이어서가 아니라) 탕평 차원에서 직책을 맡은 것으로 안다”고 평가 절하했다. 박 대변인은 ‘친문 마케팅’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문제는 야권이다.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리스크’, 국민의당은 ‘안철수 리스크’ 등에 각각 휩싸였다. 야권 후보들은 ‘홍준표·안철수 마케팅’에 난색을 보인다. 안 대표의 경우 4년 전 새정치연합 당대표 당시 친문 지지자의 강한 반발로, 서울 일부 후보들이 방문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었다.
야권이 기대하는 것은 ‘샤이 보수’(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는 보수층)와 ‘언더도그 효과’(전력이 약한 사람이 이기기를 바라는 현상)다. 그러나 정치권 한 관계자는 “샤이 보수나 언더도그도 인물 구심점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전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