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호 국회 정보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개혁TF’를 향해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박은숙 기자
―국정원이 몰락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과거의 정보기관은 법과 원칙에 따라서만 움직이지 않았는데, 이런 특징 때문에 많은 인권 유린이 일어났다. 그 이후에는 인권을 중시하며 일부 개혁이 됐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근 국정원이 몰락하게 된 계기는 그들이 정해진 규칙대로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정원 공무원들이 권력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기 주머닛돈인 것처럼 썼고, 그 이유로 이번 국정원 특활비가 문제된 것이다.”
―시스템적인 측면에서는 어떤 점들이 개선돼야 하나.
“국정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다보니 권력자가 시키면 안 되는 것도 만들어 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현재 국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는 치르지만, 국회 동의 없이 대통령이 임명하며 정해진 임기도 없다. 이로 인한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정원장을 임기제로 하고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 법과 원칙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이 출범시킨 국정원개혁위원회가 개혁 티에프(TF)를 만들었고, 이로 인해 과거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국정원 내부 감찰부서가 아닌) 민간위원회를 통한 수사는 정치보복이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위원회는 처음에는 자문위원회 성격을 갖고 출발했다. 원래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각 부처마다 자문위를 둘 수 있다는 대통령령이 있는데, (기존의 자문위들은) 다른 기구를 만들어 월권을 많이 해왔다. 국정원은 부정하겠지만, 민간위원회로 적폐청산위원회를 만드는데, 한쪽으로 치우친 편향성을 가진 사람들이 구성된다. 이 사람들에게 (국정원의) 메인 서버를 열게 하고 역대 대통령들의 과거 행적을 알리는 것이다. 그다음에 과거(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들의 것은 ‘시효가 지났다’는 구실로 덮어버린다. 시효가 지나지 않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특수활동비를 비롯한 여러 문제를 들춰내서 청산위원회에 보고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초법적인 월권행위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부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국정원 국내 파트를 없앴다.
“이는 어불성설이다. 국내와 국외 정보는 따로 놀 수가 없다. 만약, 우리나라 기술이 해외로 유출된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 정보와 해외 정보를 따로 분리해서 해결할 수가 없다. 과거 국정원이 정치인들을 사찰하고 정치에 개입한 전력이 있으면 이걸 잘 가다듬어서 정치사찰은 하지 않도록 하고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이 같은 방침으로) 실제로 국정원 내부에서도 혼란스러워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3년 참여정부 당시 국정원의 국내파트를 없애자고 주장했었다.
“그 당시 내가 정치권에 없었기 때문에 잘은 모르겠지만, (그때 한나라당은) 국정원이 본연의 임무는 하지 않고 공작 정치, 정치 사찰 등 광복 이후 그런 역사가 많았으니 그런 부분 때문에 국내파트 폐지를 주장했던 것 같다.”
사진은 강석호 정보위원장. 박은숙 기자
“특활비 폐지보다는 쓰임새를 좀 더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정보원들에게 특활비란 생명줄과 같은 것인데, 공작금을 없앤다? 대통령이 무식하게 갖다 썼다고 이것을 없애자는 것인가. 바르지 못한 데에 쓴 사람이 잘못한 것이다. (만약 특활비를 폐지하면) 국정원은 어떻게 정보활동을 할 수 있을까. 좀 더 투명하게 운영하고 권력으로부터 보호해줘야 한다. 옳은 곳에 맞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정보원’이라는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이라고 이름을 바꾸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름을 바꾸는 것은 큰 의미는 없다. 새집 사고 페인트칠 하는 것과 같은데, 국정원이 큰 충격을 입었으니 다른 이름으로 변신하자는 뜻에서 적당한 이름을 찾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댓글 여론조작’ ‘합성사진 유포’ 등으로 국민들 사이에서 조롱거리가 된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다면?
“새 정부는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완전히 근절시키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국회 정보위도) 이 목표에 따라 불법적인 정치개입을 어떻게 근절시킬지에 대한 로드맵을 갖고 있다. 우선 정보위 내에서 법안 소위를 열고 공청회를 할 것이다. 국정원장의 임기제, 의원 투표로 인한 임명, 국정원의 예산, 정치로부터의 분리 등 이 같은 부분에 대한 방안들이 법안으로 올라올 것이다. 이 로드맵으로 국정원을 정치사찰로부터 분리시킬 것이다.”
―정보위에서 국정원 예산을 680억 원 감액해서 통과시켰던데, 국정원 내부 반발은 없었나.
“물론 반발이 있었다. 사실은 1000억 원까지 깎으려 했는데, 나중에 (국정원으로부터)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680억 원까지만 했다). 그들도 특활비에 대해 죄를 많이 지었으니, (감액해도) 할 말이 없었던 것 같다. 잘 마무리됐다.”
―MB(이명박)정부,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들은 특활비 부분에 대해서 못 할 짓을 했다. (특활비로) 자기 몸보신하고 권력만 좇는 정치사찰을 하면 국민들로부터 버림을 받을 것이다.”
강석호 정보위원장. 박은숙 기자
―한국당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UAE 방문을 두고 숱한 의혹을 제기해 왔다. 하지만 MB의 이면합의 사실이 드러나자 함구하는 모습인데.
“이면합의가 사실이라면, 당시 MB정부가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고 한 것은 엄청난 실수다.”
―이 전 대통령은 이면합의 사실을 몰랐다는데, 말이 되나.
“몰랐어도 문제고 알았어도 더 큰 문제다. 그래도 이와는 별개로 임 실장의 UAE 방문 의혹도 풀려야 한다. 물론 이 전 대통령도 해명해야 한다.”
―개헌 주제로 넘어가, 한국당은 왜 개헌을 연말로 미루려 하나.
“막상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지방선거 때 하려고 하니 투표를 일곱 번이나 해야 되더라. 이렇게 하면 국민들이 집중할 수가 없다. 지방선거를 하는데 도지사선거 공약집 다 읽고, 개헌에 대한 입장을 이해하려다 보면 국민들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또한, 우리는 개헌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헌법 전문에 5·18과 촛불 정신 등을 넣자는 것인데, 여기에 대해 합의가 잘 안 되고 있지 않나. 지방분권과 권력구조에 대해서도 더 많은 합의를 해야 한다. 그런데 6월까지 완료가 안 되면 정부가 개헌안을 발의하고 국민 투표에 부친다? 이렇게 되면 투표가 곁다리 식으로 넘어가게 된다. (6월 지방선거 때냐 연말이냐) 시기가 문제가 아니라 논의의 주체는 국회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