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은 최 아무개 변호사 차명계좌에서 빠져나간 돈 일부가 ‘제3자’에게 전달됐다는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근거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안팎의 증언과 일요신문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최근 검찰은 2014년 전후 최 변호사가 A 씨 등을 상대로 수억 원의 금품을 전달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A 씨는 법조인으로 2014년 당시 정부 고위직을 지냈다.
지난해 말 서울고검 감찰부는 검찰 수사정보 유출 등에 관여한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최 변호사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최 변호사는 2010년 12월 국방부로부터 받은 비행장 소음 피해 집단 손해배상 소송 배상금과 지연이자 420억 원 가운데 14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피해 주민이 받아야 할 배상금과 이자를 최 변호사가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법은 검찰로부터 공소장을 접수하고 지난 9일 9번째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오는 2월 중 결심을 열고 최 변호사에 대한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이날 법정에서 만난 최 변호사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최 변호사는 이른바 전관은 아니지만 검찰 내 인맥을 활용해 자신과 관련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5년 초 서울서부지검이 맡았던 최 변호사의 횡령 사건은 재판을 앞두고 급작스레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돼 2017년 1월에야 공소장이 작성됐다.
또 국세청은 2015년 최 변호사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일부 탈세 혐의를 포착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수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2011년 최 변호사는 부인 명의 B 은행 계좌를 포함해 수십 개의 차명계좌를 운영하면서 국방부로부터 받은 소송 배상금 200억 원을 복잡한 과정을 거쳐 세탁했다. 200억 원을 100억 원씩 나눠 차명계좌에 송금한 뒤 현금으로 인출했고, 이 중 150억 원이 또 다른 차명계좌에 입금돼 현금화되거나 비상장주식 매입에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최 변호사는 B 은행 지점장 출신인 민 아무개 씨와 공모해 차명계좌에 있던 돈 50억 원을 주식 투자 등 명목으로 유용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일요신문은 지난해 3월 31일자 기사 ‘[단독] 홈캐스트 주가조작 ‘마지막 퍼즐’ 찾았다‘에서 최 변호사와 관련한 의혹을 단독으로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최 변호사는 일요신문 앞으로 보낸 통고서를 통해 “보도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불순한 의도를 가진 제3의 제보자의 청탁성 일방적 진술에만 의존하여 기사를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요신문DB
당시 차명계좌 개설에 도움을 준 연예기획사 O 사 대표 ㅈ 씨는 최 변호사로부터 수십억 원을 투자받고 이를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돼 수감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과정에서 ㅈ 씨는 “O 사의 실소유주가 최 변호사”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ㅈ 씨는 현재 외부 접촉을 끊은 상태다. ㅈ 씨를 잘 아는 지인은 “가까운 사람과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전했다.
최 변호사의 ‘돈 심부름’을 도맡아 온 것으로 알려진 옛 운전기사 이 아무개 씨도 외부 접촉을 꺼리는 상태다. 이 씨는 지난 6월 최 변호사의 횡령 사건과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올해 말까지 사실상 잠적해 있다가 최근에야 법원에 출석했다. 앞서 이 씨는 검찰 조사에서 최 변호사가 자신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검찰은 이들 차명계좌에서 빼낸 돈 일부가 ‘제3자’에게 전달됐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쇼핑백에 담은 현금뭉치가 A 씨를 만난 뒤 차량에서 사라졌고, 평소 최 변호사가 고위공직자와 인연을 은연중에 과시했다는 증언의 진위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은 관련 첩보가 허위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으며, 일종의 ‘자가발전’일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진술이 있다고 해도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는 한 수사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변호사가 홈캐스트 주가조작 사건에 앞서 일정 금액을 투자했음에도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의혹을 키우고 있다. 최 변호사는 2014년께 증권시장에서 ‘주가조작 설계자’로 악명 높은 김 아무개 씨 계좌에 거액을 입금했고, 이후 김 씨는 홈캐스트 시세조종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3월 구속기소됐다.
일요신문은 지난해 3월 31일자 기사 ‘[단독] 홈캐스트 주가조작 ‘마지막 퍼즐’ 찾았다‘에서 최 변호사와 관련한 의혹을 단독으로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최 변호사는 일요신문 앞으로 보낸 통고서를 통해 “보도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불순한 의도를 가진 제3의 제보자의 청탁성 일방적 진술에만 의존하여 기사를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9일 재판에서 최 변호사는 법정 진술을 통해 검찰 수사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관련 수사에 대해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기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수사의 의미는 그동안 검찰 내에서 최 변호사를 돕거나 비호한 것으로 의심되는 인사를 찾겠다는 것”이라며 “내부 적폐청산의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황우석 테마주‘ 홈캐스트 주가조작 사건은? 코스닥 상장사인 홈캐스트는 셋톱박스 제조업체지만 증권시장에선 ‘황우석 테마주’로 통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범죄합동수사단은 2016년부터 홈캐스트 경영진과 작전 세력이 공모한 시세조종 사건을 내사하고 홈캐스트 전 대주주인 장 아무개 씨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2014년 4월 홈캐스트가 260억 원 상당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황우석 박사가 대표로 있는 에이치바이온을 끌어들여 인위적으로 주가를 부양한 정황을 잡고 수사를 확대했다. 2017년 2월 검찰은 홈캐스트 경영진 김 아무개 씨와 신 아무개 씨를 구속한 데 이어 M&A 전문가이자 홈캐스트 사건 주범인 윤 아무개 씨를 구속했다. 또 주가조작 실무를 담당한 대기업 증권사 출신 김 아무개 씨도 구속기소했다. 하지만 증권업계 큰손으로 불리는 원영식 W홀딩컴퍼니 회장은 불구속기소돼 논란을 일으켰고,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최순실 일가 투자설에 대해선 별다른 수사 결과를 내놓지 않아 뒷말을 낳았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뻔했던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홈캐스트 수사에 참여했던 수사관이 내부 수사정보를 유출한 의혹 등으로 구속되면서 새 국면에 돌입했다. 서울고검 감찰부는 홈캐스트 수사 당시 사건 관련자를 비호한 인사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