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본부장은 선수 시절부터 일요신문과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네덜란드 리그 에레디비시의 PSV 에인트호번 소속 당시에는 ‘[달려라! 천방지축] 박지성의 네덜란드 일기’라는 코너가 연재되기도 했다. 그만큼 부친 박성종 씨와 고인이 된 모친 장명자 씨와도 자주 만났다. 일요신문과의 만남이 담긴 기사들을 통해 고인에 대한 추억을 다시 떠올려 본다.
2006년 9월 영국 맨체스터에서 만난 박지성 어머니 고 장명자 씨와 아버지 박성종 씨
지난 2003년 박 본부장의 부친 박성종 씨는 아들 박지성의 눈물에 대한 사연을 들려줬다. 당시 박 씨는 영국에 있는 박 본부장과 전화 통화를 했는데 통화 도중 박 본부장이 눈물을 흘린 것. 어머니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당시 고 장명자 씨는 난소 혹 제거수술을 받은 뒤 요양 중이었다. 의사는 ‘한 달간 비행기에 탑승하지 말라’고 권유했지만 결국 외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출국을 결정했다. 박 본부장은 이를 말리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렇지만 아들이 정신적인 문제로 경기력에까지 지장을 받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판단, 부부는 출국을 강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 루니를 좋아한 고 장명자 씨
2006년 일요신문 기사에는 고 장명자 씨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홈경기에서 우연히 웨인 루니의 아버지를 발견한 일화가 담겨 있다. 그 전까지 직접 루니의 아버지를 본 적이 없었던 고인은 너무 똑같이 생긴 외모 때문에 한 번에 루니 아버지를 알아 봤다고 한다.
고인은 당시 맨유 선수 가운데 루니에게 가장 호감이 많이 갔다고 했다. 한 번은 맨유 소속 선수들을 박 본부장의 집으로 초대했는데 반 데르사르와 반 니스텔루이만 참석이 확정된 상황에서 고인이 계속 박 본부장에게 “아들, 루니도 데려올 거지?”라고 물었다고 한다.
맨유 선수들을 초대한 식탁에는 잡채, 갈비, 나물 등 맵지 않은 음식들이 주로 준비됐다. 그만큼 영국으로 가는 고인의 짐에는 유독 음식 재료가 많았다고 한다.
# 재활 음식까지 세심하게 챙긴 고 장명자 씨
지난 2007년 5월 9일 인천공항의 한 커피숍에서 박성종 씨와 고 장명자 씨 부부가 일요신문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당시 박 본부장은 부상으로 미국에서 수술과 재활 과정을 거친 뒤 영국으로 막 돌아간 상태였다. 바로 이날 고 장명자 씨가 박 본부장의 재활을 돕기 위해 영국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영국으로 떠나기 직전에 일요신문 기자를 만난 것.
이날 인터뷰에서 박성종 씨는 미국에서의 수술과 재활, 향후 계획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리고 홀로 영국으로 떠나는 장 씨는 “영국에 들어가면 주로 가벼운 음식 위주로 먹일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운동을 안 하고 있기 때문에 부담스런 음식은 체중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렇게 고인은 운동을 할 때와 재활을 할 때를 달리 해 음식을 챙기며 아들을 도왔다. 하긴 어린 시절에는 키를 자라게 하기 위해 개구리를 잡아 먹이기도 한 고인이다. 그만큼 아들에 대한 사랑과 희생이 남달랐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